VR도 스마트워치처럼 대중화?…직접 체험해보니

불편한 착용감-어지러움 해결 과제…콘텐츠 다양성도 숙제

방송/통신입력 :2016/02/29 18:05    수정: 2016/02/29 18:15

가상현실(VR) 서비스가 현실에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지난 25일 폐막한 'MWC(Mobile World Congress) 2016'에서도 관람객들의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것은 VR이었다. 다가올 이동통신서비스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미래 통신을 가늠할 수 있는 MWC 2016 행사가 가히 VR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만큼 VR 관련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고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달 11일 삼성전자는 MWC에서 선보인 갤럭시S7, 갤럭시S7엣지와 함께 기어VR을 함께 출시한다. LG전자도 비슷한 시기 360 VR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VR 기기가 블루투스 헤드세트나 스마트워치처럼 스마트폰의 필수 액세서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WC에서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다양한 VR 서비스들을 소개한다.

■ 롤러코스터, VR로 간접체험

MWC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롤러코스터를 VR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꾸렸다. 양사 모두 VR 기기를 착용하고 좌우, 앞뒤로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 정점을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에 있는 착각에 빠져든다.

VR 기기는 화면의 움직임에 맞춰 덜컹거리는 의자와 조화를 이루며 롤러코스터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아래로 곤두박질치거나 좌우로 움직이며 떨어지는 느낌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가상현실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교하면 70~80% 정도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긴 줄과 대기시간을 마다하지 않았던 관람객들도 가상현실이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투박하고 무거운 VR 기기는 이러한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다. 때문에 행사 도우미들은 체험존에 앉은 관람객들이 VR 기기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데 상당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LG전자 VR 기기를 착용할 경우 보이는 롤러코스터 체험 화면

현장에서 만난 최재유 미래부 차관이 “360도 동영상을 보니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좀 더 편리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이나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년 새 VR에 많은 기술발전이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고글 형태의 삼성전자 VR 보다 안경형태의 렌즈에 고글을 덧씌운 LG전자 기기의 착용감이 가볍고 편리했다. 또 외부의 빛을 차단해 암실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VR 기기의 특성에도 LG전자의 360 VR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었다.

■ VR로 해저탐험

MWC에서 삼성전자 VR 체험존에 이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곳은 SK텔레콤의 해저탐험 가상체험존이었다. ‘다이브 투 플랫폼(Dive to Platform)’이란 주제로 만들어진 노란색 잠수함 안에는 4대의 VR 기기가 설치됐고 약 6분간의 체험이 이어졌다.

VR 기기와 헤드세트를 함께 착용하면 잠수함을 타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잠수함에 탑승한 승무원이 된다. 실제 해저에 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앞에서 물고기들이 떼지어 지나가고, 얼굴을 상하좌우로 돌리면 잠수함의 서치라이트가 내 시선에 따라 움직였다.

잠수함이 해저 지형에 부딪히지 않게 움직일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고 마지막에는 어뢰가 발사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과 LG전자가 꾸린 VR 체험장과 비교하면 어지러움이 심했다. 앞선 두 회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체험시간이었던 데 반해 6분에 달하는 긴 시간이 영향을 준 탓도 있지만 콘텐츠도 한 몫 했다.

삼성과 LG의 롤러코스터 콘텐츠는 실사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SK텔레콤의 해저체험 콘텐츠는 인위적으로 만든 3D 콘텐츠에 오감을 더한 4D 입체영상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3D 콘텐츠를 긴 시간 동안 시청할 때 나타나는 어지러움증이 나타났다. 다만, 기존 4D 입체영상관과 확연히 다른 점은 시선을 360도로 움직여도 입체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제조사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도 VR 영상을 보면 어지러운 것 같다”면서 “이러한 점을 제조사들이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고 이른 시간 내에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 VR 시대 활짝

KT 역시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스키점프 경기장을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MWC 전시관을 구성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스키점프대에 올라 영상에 보이는 점프 타이밍에 맞춰 발과 손을 구르고 당기면 스키점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스키점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바람이나 추위 등을 느낄 수 없었음에도 ‘스키를 타고 점프하는 것이 이런 느낌’이란 것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노키아는 VR 기기를 착용하면 동굴에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용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전시했다

VR 기기에서 보이는 콘텐츠가 3D로 만든 인위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실사 영상이었다면 현실감은 크게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때문에 KT에서도 VR 서비스의 현실감을 좀 더 높이기 위해 IOC와 이를 위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MWC에서 360도 VR 카메라를 선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많은 제조사들이 이를 위한 제품 개발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MWC에서 퀄컴은 ‘스냅드래곤 820’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VR 기기를 전시했고, HTC는 게임 전용 VR기기인 ‘바이브(Vive)’ 체험공간을 마련했으며, 노키아와 레노버 등도 작게나마 부스에 체험 공간을 꾸며 놓고 VR 시대를 대비하고 있었다.

다만, 향후 VR을 제공하는 통신사나 서비스업체들이 어떤 콘텐츠를 어떤 용도로 내놓을 것이냐에 따라 일반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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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VR 서비스의 방향이 오락이나 엔터테인먼트에 맞춰지느냐, 아니면 교육이나 전시, 박람회 같은 곳에 쓰이느냐에 따라 콘텐츠 발전의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VR 시대가 성큼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WC 현장에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은 VR 대중화 시대가 늦어도 5년 이내, 이르면 3년 이내에 활짝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이 탑재된 VR기기
레노보가 MWC에 전시한 VR 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