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가격의 끝’을 정말 보여줬나요?

온오프 유통 가격 전쟁의 현장을 가다

인터넷입력 :2016/02/29 16:49    수정: 2016/03/01 15:21

최근 이마트가 기저귀에 이어 분유까지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지난 18일 기저귀 최저가 행사를 시작한 후, 분유로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기자는 지난해 3월 출산 이후로 기저귀를 마트에서 사본 적이 없었던 엄마입니다. ‘기저귀는 소셜커머스에서 사야 한다'는 공식이 이미 머릿속에 박혀 있습니다. 이건 경험의 결과물입니다. 마트에서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보다 비싼 가격을 보고 ‘아, 기저귀는 역시 온라인에서 사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가 기저귀와 분유를 상대로 최저가 카드를 들고나온 겁니다. 기저귀는 역시 마트보단 온라인 쇼핑에서 사야 한다는 기자의 고정 관념을 이제 깨야 하는 걸까요?

일단 팩트(fact)부터 확인해야겠지요. 지난 27일, 집 근처 이마트를 방문해 가격이 얼마나 싼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인 이마트몰에서 확인할 수도 있지만, 현장 분위기도 보고 싶어 직접 매장을 찾았습니다.

주말 오후 5시, 저녁 준비를 위해 장을 보려는 가족 단위 소비자들이 북적거리더군요. 그런데 기저귀나 분유를 파는 매대 쪽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마트 직원에게 물으니 “행사 초반에 매대가 붐비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기저귀나 분유 같은 경우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그런지 온라인 주문이 많은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행사 초기 때와 달라졌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돌이 아직 되지 않은 기자의 딸 아이는 이마트가 보여준 최저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이마트가 전면으로 내세운 기저귀 ‘하기스 매직팬티’와 ‘마미포코 팬티’ 제품은 모두 대형이나 특대형에 한정 돼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왕 가격비교를 하려고 하는 김에 이마트가 내세우고 있는 간판제품 하기스 매직팬티를 쿠팡과 비교해 봤어요.

이마트는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 92P를 2만8천300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1매당 계산 시 308원 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살 때는 상관없지만, 이마트몰에서 배송을 시키려면 배송비가 3천원 추가됩니다. 쿠팡에서는 같은 구성은 찾을 수 없었지만 132매를 파는 구성을 보니 1매당 305원이었습니다. 무료배송으로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쿠팡맨이 배달해 줍니다.

이마트가 최저가에 포함시킨 ‘마미포코 팬티 대형’도 하기스와 마찬가지로 같은 구성의 상품을 쿠팡에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장당 계산해보면 이마트는 256원, 쿠팡은 249원으로 쿠팡이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대형 마트와 소셜 커머스간 가격 차이는 크게 줄었습니다. 2월 중순만 해도 마트와 소셜커머스 기저귀 가격이 50원 이상 차이 났거든요. 이마트가 가격전쟁을 선포하긴 한 것 같습니다. 이 기저귀 2개 브랜드만을 봤을 ‘가격고민, 가격비교 이제는 끝!’ 이라고 내세우는 이마트도 나름 할말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대형이나 특대형 기저귀가 아직 필요 없거나 다른 브랜드를 쓰고 있는 소비자에게 이마트가 내세운 가격이 매력적일지는 의문입니다. 기자가 쓰는 팸퍼스 4단계 같은 경우 이마트와 쿠팡의 1매당 가격 차이는 78원까지 납니다. 분유도 마찬가지로 이마트와 쿠팡을 비교해 봤을 때 몇 백원 차이가 나더라고요. 임페리얼 XO 3단계가 이마트에서는 5만4천600원인 반면, 쿠팡은 5만4천400원으로 쿠팡이 200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한 이마트 매장 분유 코너 모습

지난주만 해도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대응하지 않고 있던 쿠팡이 미세한 가격조정을 한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었지만, 이마트가 꽤 공격적으로 나오다보니 기저귀 같은 경우 한 매당 가격을 1원이라도 더 내린 겁니다.

기자가 활동하는 네이버 지역 맘까페의 엄마들은 기저귀나 분유 가격에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마트의 최저가 카드를 놓고서는 좀 조용하더라고요. 그동안 까페를 보고 있으면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에서 나오는 쿠폰을 써서 어디가 제일 싸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는데, 이마트의 가격전쟁은 아직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렇게 파급력이 크진 않나 봅니다.

쿠팡은 로켓배송 제품을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늦으면 오후 4시 안에 받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기저귀뿐만 아니라 식품이나 생활용품도 9천800원 이상이면 무료배송해주기 때문에 여기에 한 번 적응된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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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마트의 행보는 대형 마트도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만큼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는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이 쌓이면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간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로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은 유통 시장에서 이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졌음을 보여줬습니다. 이마트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가 아니라 쿠팡이나 G마켓, 티겟몬스터가 될 수도 있는 환경이 펼쳐진 겁니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업체 간 가격 전쟁은 더욱 뜨거워지겠지요. 그 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질 겁니다. 기자도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펼치는 경쟁의 현장을 직접 찾아, 소비자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들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