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처럼 통합된 '안드로이드용 코타나' 나올까

사이아노젠, MS와 손잡고 '모드(MOD)' 공개

컴퓨팅입력 :2016/03/02 11:12    수정: 2016/03/03 09:12

변종 안드로이드 전문회사 사이아노젠(Cyanogen)이 여러 플랫폼으로 보폭을 넓히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더 끈끈한 관계를 다지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틀어쥐려는 구글에겐 한층 성가신 존재가 될 전망이다.

사이아노젠은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략에 변수로 꼽힐만한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 전문 SW회사다. 구글 도움 없이 만들고 있는 AOSP 기반 안드로이드 SW 설계 및 최적화 분야 역량이 그간 호평을 받았다. 1년반 전 구글로부터 받은 인수 제안을 호기롭게 물리쳤고, 1년쯤 전 성사된 1억1천만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 명단에 MS도 올릴 뻔했던 이력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관련기사: 사이어노젠, 구글 측 인수 제안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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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SP 전문회사 사이아노젠의 로고

실제로 사이아노젠은 MS와 '벤처 대 투자자'가 아닌 파트너 관계를 맺었다. 양사는 지난해 4월 협력을 통해, 사이아노젠의 변종 안드로이드를 통해 MS의 빙 검색, 스카이프 인터넷전화, 원드라이브 클라우드스토리지, 아웃룩 메일 앱, 오피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윈도 중심이었던 MS의 SW 제품과 서비스 저변을, 경쟁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직접 확대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관련기사: 윈도제국 MS에게 안드로이드는 기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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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아노젠이 만드는 AOSP 기반의 변종 안드로이드는 2가지다. 하나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제공하는 '사이아노젠모드(Cyanogen Mod)'다. 주요 제조사 기기별로 만들어진 변종 안드로이드 배포판이다. 개인 사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맞는 배포판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설치, 사용할 수 있다. 공짜다.

다른 하나는 사이아노젠이 제조사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사이아노젠OS(Cyanogen OS)'다. SW공급 계약을 맺고 독점적인 구성요소를 첨가한 형태다. 구글의 '구글표 안드로이드'와 동일한 제공 방식이다. 실제로 알카텔과 원플러스같은 제조사가 이걸 선택해 제품을 만들고 인도와 중국에 선보였다. 개인 사용자는 이런 기기를 사야 사이아노젠OS를 써 볼 수 있다.

사이아노젠이 제공하는 변종 안드로이드 가운데 사이아노젠OS는 B2B 목적의 SW플랫폼을 가리키는 브랜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MWC가 한창이었던 올 2월 22일, 사이아노젠은 '모드(MOD)'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모드는 최신 사이아노젠OS 플랫폼에 지원될 신기능이다. 사이아노젠이 갈고 닦은 AOSP 최적화 기술로 다른 개발자들이 OS에 깊게 통합된 앱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이다. 기존 '구글 안드로이드의 대안'이라는 입지를 한층 강화하려는 사이아노젠의 노림수다.

[☞참조링크: Cyanogen Introduces MOD to Usher in the Post-App Era]

사이아노젠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모드라는 신기능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의 안드로이드 앱이 사이아노젠OS 내부에 직접 연계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전엔 플랫폼 위에 고립된 '그냥 앱'이었다면, 모드를 활용할 경우 부가적인 플랫폼 API를 활용한 앱이 될 수 있다. 이 신기능을 활용한 앱 하나하나가 '무슨무슨 모드'라고 불릴 모양이다. 사용자는 여러가지 앱 모드를 설치해 기기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MS 스카이프 모드는 통화 앱 기능에 인터넷전화(VoIP) 기능을 심어넣고, 코타나 모드는 '음성명령으로 셀카 찍기'같은 동작을 지원할 수 있다.

MS가 사이아노젠을 조용히 밀어줄 이유도 충분하다. 그 안드로이드용 앱들이 사이아노젠의 SW플랫폼에서는 구글표 안드로이드에 통합된 구글나우, 구글검색, 캘린더, G메일, 일정과 연락처 동기화, 구글드라이브 등과 동등한 지위를 얻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구글표 대신 '사이아노젠표' 안드로이드폰을 많이 쓰게 되면, 그만큼 MS의 앱과 서비스 사용자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 MS 입장에선 같은 규모의 윈도폰 사용자를 얻기보다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사이아노젠이 열어 둔 모드(MOD) 공식 소개 웹사이트.

이날 벤처비트 보도에 따르면 비크람 나타라얀 사이아노젠 글로벌 협력 및 배포 수석부사장은 "모든 개발자들은 폰 OS에 더 깊은 수준에서 접근하는 방법을 알기 원한다"고 말했고, 스테판 롤러 사이아노젠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이런 접근은 통상 (플랫폼을 통제하는) 구글과 애플에게만 주어지지만, 우리는 그걸 대중화(democratizing)했다"고 말했다.

[☞참조링크: Cyanogen launches ‘MOD’ platform to give developers Google-like access to Android OS]

[☞참조링크: MOD

■"안드로이드와의 긴밀한 통합, 구글 아니어도 OK"

모드는 안드로이드폰에 내장된 필수 구성요소를 제조사나 통신사가 변경할 수 있게 해 준다. 제조사가 통신사가 원하는 필수 기능을, 단순히 '구글표' 선탑재 앱을 다른 걸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에 한층 긴밀하게 통합된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설명이다. 사이아노젠의 표현을 빌리면 안드로이드에 "지능적이고 세심하며 가벼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당장 제시된 모드의 구성요소 중 하나는 작년 5월 제휴로 사이아노젠OS에 통합을 예고했던 통화 앱 '트루콜러' 내장이다. 밋밋한 기본 잠금화면 대신 사용자가 즐겨 쓰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나 메신저 최신 내용을 표시해 주는 '소셜 록 스크린'도 소개됐다.

향후에는 MS의 인터넷 전화 앱 '스카이프', 인공지능 비서 앱 '코타나', 클라우드 노트 앱 '원노트'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미 MS가 안드로이드용으로 출시한 앱이지만 모드의 구성요소로 제공될 경우 색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드에 통합된 스카이프는 '스카이프 모드'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폰의 기본 통화 앱 역할을 하고 사용자의 스카이프 통화기록과 연락처도 함께 검색해 쓸 수 있게 제공된다. 사용자 기기로 걸려온 스카이프 전화를 직접 영상통화로 돌려 받을 수도 있다.

모드는 향후 제공될 사이아노젠OS 13.0 이상 버전을 통해 지원된다.

모드에 통합된 코타나는 이미 앱으로 출시된 안드로이드용 코타나보다 풍부한 기능을 제공한다. 운영체제(OS)와 밀접하게 통합된 윈도 및 윈도용 코타나에 준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림 설정과 일정 관리부터, 지인에게 문자 보내기와 전화 걸기, 손 대지 않고 타이머 셀카 찍기 등을 음성 명령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드에 통합된 원노트는 별도의 앱이 아니라 OS 기능의 일부처럼 작동하게 된다. 전화 기능을 쓰는 중이거나 브라우저로 웹서핑을 하다가도 기록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짤막하나마 기록이 필요한 순간에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작동 방식을 설정하는 게 가능하다.

■사이아노젠OS 기반 '하드웨어' 생태계도 시동

모드는 기존 사이아노젠OS 기반의 자체 안드로이드SW 공급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사이아노젠은 단순한 SW플랫폼 확산을 넘어 하드웨어 생태계 형성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사이아노젠이 모드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이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사이아노젠은 모드 플랫폼을 3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출시할 사이아노젠OS 13.0 이상 버전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기기 가운데 '모드레디 디바이스'를 통해서다. 모드레디(MOD Ready)는 사이아노젠이 모드 플랫폼 확산을 위해 모드 플랫폼과 함께 소개한 그 파트너프로그램의 명칭이다.

사이아노젠의 모드 레디 프로그램은 OEM 및 MNO 대상 단말기 출시 지원 활동으로 구성됐다. 사이아노젠OS의 모드 기능을 활용한 제품 출시를 촉진할 수단으로 보인다.

모드레디 프로그램은 모드 기능으로 특화된 앱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OEM 제조사와 통신사업자(MNO)의 새로운 단말기 출시를 돕는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된 사이아노젠의 지원 활동은 2가지다. 하나는 사이아노젠 측의 엔지니어링 팀이 OEM과 MNO의 신형 디바이스에 필요한 보드서포트패키지(BSP), 부품 드라이버와 튜닝, 공급망 등 하드웨어 제조 프로세스에 관여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이아노젠이 모드레디 단말기에 필요한 주요 하드웨어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한 '플랫폼개발킷(PDK)'을 제공할 계획이며 PDK 로드맵을 분기별로 주요 칩셋 제조사들과 조율해 갱신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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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사이아노젠은 시장에 자체 부가가치를 얹은 기기를 팔고 싶어하는 제조사와 통신사업자들에게 자사의 플랫폼이 구글 것보다 여러모로 더 나은 선택임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뒤집어 말하면, 구글에 구애되지 않는 앱과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제조사나 통신사는 사이아노젠에서 제공하는 모드레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는 제조사들이 구글과의 제휴 없이도 안드로이드 기기를 싸게 만들어 팔 수 있다는 게 사이아노젠OS의 주된 이점이었다. 향후에는 사이아노젠이 그 OS에 MS처럼 구글과 맞붙을 수 있는 대형 파트너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앱과 고급 기능, 제조사와 통신사 입맛에 맛는 구성요소 최적화, 모드레디 프로그램이라는 하드웨어 설계 관련 기술지원 업무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점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