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고 기각"…애플의 3대 논리는?

"배심원 지침 정확…특허법 289조 문제 없어"

홈&모바일입력 :2016/02/05 15:15    수정: 2016/02/06 10: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이 미국 대법원에 상고신청을 한 지 한 달 반만에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 애플은 대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삼성이 제기한 상고 이유를 집중 반박했다.

포스페이턴츠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4일(현지 시각) 애플이 삼성의 상고 신청에 반박하는 문건을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애플은 제출 시한인 2월 16일보다 열흘 이상 앞서 답변서를 접수해 눈길을 끌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문건은 삼성의 사건 이송 명령서(Writ of Certiorari) 신청 문건에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사건이송 명령서란 미국 연방 대법원이 상고 접수된 사건을 받아들일 때 내리는 명령서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건이송 명령서 요구란 우리식으로 치면 상고신청서인 셈이다.

미국 대법원

■ 삼성 "디자인 특허 개념 모호…배상기준도 오류"

애플의 반박 논리를 따져보기 위해선 삼성이 상고신청서에서 제기한 논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지난 해 12월 중순 디자인 특허 침해 건에 대해 상고하면서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제기했다. 우선 삼성은 스마트폰 점유율이 늘어난 것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뛰어난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1심 재판을 관장했던 캘리포니아북부지역법원이 배심원들에게 잘못된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장식적인 디자인’을 특허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개념 혹은 기능적 측면’과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 게 문제였다는 게 삼성 주장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재판 당시 배심원들은 1심 재판부의 이런 지침에 따라 외부 형태 상의 유사성만 놓고 유죄 여부를 판단했다.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핵심 쟁점 중 하나인 D087 특허권.

세 번째 문제로 제기한 것이 미국 특허법의 일부 조항이었다. 특히 디자인 특허 제조물품성을 규정한 171조와 보상 범위를 규정한 289조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당시 삼성은 “특허법 289조는 제품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디자인 특허가 적용될 수 있는 제조물품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애플, 배심원 지침 제대로 됐다고 강조

본문만 38쪽 분량인 애플의 문건은 삼성의 상고신청 이유에 대한 답변서 형식이다. 그런 만큼 삼성이 제기한 논점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그런만큼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박했다.

- 배심원들은 애플 디자인 특허 범위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았나.

-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특허법 289조는 타당하게 적용됐나.

애플은 우선 디자인 특허는 실용특허에 적용되거나 통합된 디자인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은 “하이테크 제품에선 디자인 특허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이 복제의 주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디자인 특허는 실용특허와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애플은 ‘보통 관찰자(ordinary observer)’가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의 디자인 특허를 형상화한 것으로 느낄 경우엔 특허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미국 대법원 제출 문건에서 삼성이 아이폰 디자인을 베낀 뒤 점유율이 급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미국 대법원 문건)

이런 밑밥을 던진 애플은 아이폰 특유의 디자인이 시장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삼성마저도 아이폰이 ‘아름다운 디자인’과 ‘쉽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때문에 성공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기로 한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주장했다. 그 전까지 5%에 불과했던 삼성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아이폰 디자인을 베낀 갤럭시를 내놓은 이후 20%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배심원 지침에도 큰 문제 없었다는 것이 애플의 일관된 입장이다. 1심 재판부가 배심원들에게 디자인 특허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비롯해 애플 특허 보호 범위 등에 대해 자세한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애플은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디자인 특허는 ‘장식적 디자인’만 보호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 애플 "특허법 289조는 배상 상한선 규정한 것"

애플은 또 “삼성은 1심 법원이 디자인 특허 보호에 대해 좀 더 많은 설명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삼성이 배심원 지침을 전체 맥락에서 보지 못한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전체 맥락에서 접근하면 배심원들에게 디자인 특허 보호 범위에 대해 잘 설명해줬다는 것이 애플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1심 배심원들은 추상적 형식이나 개념은 특허 보호 대상이 아니란 점을 잘 이해했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이 상고 신청하면서 집중 거론한 것중 하나는 미국 특허법 289조다. 일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는데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산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삼성의 일관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 기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아이콘 배열 범위를 규정한 애플 D305 특허권.

이에 대해 애플은 “특허법 289조는 더 이상 명확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대법원이 굳이 특허법 289조의 유효성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특허법 289조는 미국 헌법 역사와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조항이라고 애플은 주장했다.

애플은 이번 문건에서 “항소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1887년 이전에는 디자인 특허권 보유자들은 일부 피해만 보상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부각했다. 특허법 289조는 바로 그 한계를 보완해줬다는 것이 애플의 기본 논리다.

애플이 이런 주장을 하면서 제기한 논리는 “289조가 규정한 배상 범위는 최저 기준이 아니라 최고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특허법 289조의 제목이 ‘디자인 특허 침해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additional remedy for infringement of a design patent)’로 돼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의회의 입법 과정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고 애플 측은 주장했다. 애플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 1946년 실용 특허 침해에 대해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할 당시 디자인 특허는 예외로 했다.

의회의 이런 조치는 디자인 특허 보호에 대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때문이란 것이 애플의 논리다.

■ 삼성 "특허괴물 조장" VS 애플 "디자인 특허는 위험적어"

삼성은 지난 해 12월 상고 이유서에서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특허 괴물들이 활개칠 수도 있을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애플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애플은 오히려 실용 특허에 그런 위험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자인 특허는 ‘제품을 만들지 않은 채 특허권만 갖고 수익을 올리는’ 특허괴물 행위가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삼성은 또 상고이유서에서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환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를테면 트럭 내에 있는 컵 받침대 디자인을 침해했을 때 전체 트럭 가격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 삼성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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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애플은 “특허법 289조의 배상 규정은 최저 기준이 아니라 상한선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은 이번 문건에서 “1심 법원이 배심원 지침에서 지적한 것처럼 특허법 289조는 전체 이익을 배상하도록 하는 선택권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