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특허소송 완패…"배상금 6억弗"

美 법원 "VPN-페이스타임, 버넷엑스 기술 도용"

홈&모바일입력 :2016/02/04 09:45    수정: 2016/02/04 09:4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이 3년 전 당했던 특허괴물에게 또 다시 물렸다. 특히 이번 소송에선 그 때보다 배상금 액수가 더 늘어났다.

미국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3일(현지 시각) 특허 지주회사인 버넷엑스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6억2천560만 달러 배상 평결을 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보도했다.

애플이 이번에 부과받은 배상금 액수는 1차 소송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받았던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이다. 애플은 지난 해 12월 삼성으로부터 5억4천800만 달러를 받았다.

애플에 6억 달러를 웃도는 배상금을 안긴 버넷엑스의 특허 기술 중 하나. (사진=버넷엑스)

■ 2012년 소송 시작…항소심 갔다가 파기 환송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11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소송의 파기 환송심이다. 당시 소송에서 버넷엑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 있는 주문형 가상사설망(VPN)과 페이스타임 기술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 역시 버넷엑스 주장을 받아들여 애플에 3억6천820만 달러 배상 평결을 했다.

이 소송은 1년 8개월 뒤 열린 항소심에서 살짝 뒤집혔다. 특허 전문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14년 7월 1심 법원이 버넷엑스 주문형 VPN 특허를 일부 잘못 이해했다면서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당시 항소법원은 버넷엑스 특허권은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에 열린 파기 환송심에선 특허 침해한 애플의 배상금을 다시 산정하는 작업을 하게 됐다.

애플과 버넷엑스간 소송이 열린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사진=텍사스법원)

배심원들은 이번 소송에서 2012년 3억6천820만 달러였던 배상금은 3억3천490만 달러로 소폭 경감했다. 이 금액은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출시된 iOS3에서 6버전이 깔린 제품과 관련된 배상금이다.

버넷엑스는 파기 환송심에선 소송 규모를 더 키웠다. 2013년부터 제품에 깔려 있는 주문형 VPN과 페이스타임 기능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배심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부 버넷엑스 손을 들어주면서 2억9천70만 달러 배상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결국 한 차례 항소법원까지 다녀왔던 이번 소송에서 애플이 부과받은 배상금은 총 6억2천56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 환송심선 2013년 이후 제품까지 포함

이번에 쟁점이 된 버넷엑스 특허권은 도메인 네임 서비스(DNS)를 이용해 VPN을 구축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웹 사이트 이용자들이 고객들과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애플이 주문형 VPN과 페이스타임 기능을 구현하면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버넷엑스 주장이다.

이 중 핵심 쟁점은 135 특허권이었다. 이 특허권은 특정 컴퓨터의 IP 주소를 활용해 다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주문형 VPN 기능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버넷엑스의 151 특허권도 중요한 무기로 작용했다. 이 특허는 iOS 기기에 깔려 있는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 특정 도메인에 접속할 때 ‘안전한 보안 채널’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포괄하는 것으로 판결됐다.

버넷엑스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결된 아이폰 페이스타임 기능.

애플은 주문형 VPN 공방에선 접속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넷엑스 특허권은 VPN 접속 때 안전한 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 반면 자신들의 주문형 VPN 서비스는 안전 여부와 상관 없이 연결해주는 쪽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다른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의 페이스타임 기능은 버넷엑스의 504, 211 두 특허권과 맞부딪혔다.

이 공방에서 애플은 페이스타임이 직접 통신망을 구축하는 대신 네트워크 주소전송(NAT) 라우터를 사용하는 부분을 강조했다. 직접 연결하는 버넷엑스 특허와는 다른 방식이란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애플은 2014년 항소심 이후 추가로 제기된 네 개 쟁점까지 모두 패소하면서 6억 달러를 웃도는 거액의 배상금을 떠안게 됐다.

■ 버넷엑스, MS에도 2억달러 배상금 받아내

애플에 거액 배상금을 안겨준 버넷엑스는 SAIC 출신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SAIC는 한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납품하기도 했던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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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슈가 됐던 특허권도 CIA 납품 당시 사용했던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버넷엑스는 이 기술로 제품을 만들지 않은 채 주로 특허 소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10년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2억달러를 받아내기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