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 M&A 공방…"CJ·태광은 되고 SK가 하면 공공성 훼손?"

방송/통신입력 :2016/02/03 18:56    수정: 2016/02/04 14:06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방송 콘텐츠 산업에 혁신을 불러 올지, 아니면 공공성을 훼손하느냐를 놓고 첨예한 논쟁이 펼쳐졌다.

케이블TV 사업자(SO)들의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대형 통신사가 방송 사업자를 소유할 경우 케이블TV 고유의 업무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관으로 3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열띤 찬반 공방을 펼쳤다.

그동안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제한성에 많은 무게중심이 맞춰졌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는 방송 산업과 방송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 세션으로 나눠 중량감 있게 다뤄졌다.

"국경 없어진 방송 시장, 규모의 경제 갖춘 방송 플랫폼 사업자 필요"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 중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측에선 방송 콘텐츠 시장의 국경이 사라지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 경쟁해야하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 이번 인수합병을 바라봐야한다는 의견이 제기했다.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가 80%정도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고 구글코리아의 매출이 1조에 이른다. 최근엔 글로벌 가입자 7천500만을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도 했다”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한국 방송 콘텐츠 시장에 깊숙히 침투해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방송이 내수시장이긴 하지만 글로벌 미디어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곽 교수는 "이번 기회에 (우리 방송 시장의)체질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방안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바라봐야한다”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라고 하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산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방송 플랫폼 자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외국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방어 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이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콘텐츠 사업자들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상해야 하는데, 플랫폼 집중력이 강해지면 콘텐츠 사업자들의 협상력은 떨어지게 된다”며 "플랫폼 사업자간 결합이 콘텐츠 사업자와 사이에서 협상력 증가를 주 목적으로 한다는 미국 연구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시장집중도가 높아지고, 이는 콘텐츠 사업자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방송 소유, 심각한 방송 공공성 훼손 우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방송을 소유하게 됐을 때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케이블TV가 지역 채널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 SK텔레콤이 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을 산업적으로만 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방송 허가를 받고 시작했는데 (인수합병을 통해 SK텔레콤은) 허가를 받지도 않고 방송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기업의 정치적 성향이나 경제적 이득 등이 방송에 영향을 주게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보도제작계열 교수는 “CJ나 태광도 대기업인데 케이블 사업을 해왔는데 SK는 안된다는 논리도 너무 단순한 접근이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곽규태 교수 역시 “케이블 지역 채널이 지역 뉴스나 소식을 전하는 역할이지 지역민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며 “앞으로 인수합병 얘기가 나올 때 마다 지역성 문제가 나온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될 것 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케이블TV는 처음부터 지역성을 띄는 사업자로 허가를 했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이 침체돼 있느냐 여부만을 따저서는 안된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매체의 기술력, 형태, 사업 방식이 다른데 케이블TV가 사양 산업이고 IPTV가 뜬다고 해서 그만 하자는건 안된다”며 "지역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케이블 사양산업이니까 없애자는 건 무책임한 얘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