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기습 폭로에 구글-애플 '당혹'

"안드로이드로 폭리"…애플, '검색 이중잣대'

홈&모바일입력 :2016/01/22 16:24    수정: 2016/01/24 14:3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오라클과의 ’자바전쟁’ 단판 승부를 앞둔 구글이 곤경에 처했다. 오라클이 느닷없이 ‘안드로이드 매출’을 공개한 때문이다.

씨넷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2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문건을 하나 접수했다. 이 문건에서 구글은 오라클이 지난 14일 폭로한 안드로이드 관련 매출 자료를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라클은 당시 구글이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매출 310억달러(37조5천억원)에 이익 220억달러(26조6천억원)를 올렸다고 폭로했다.

또 오라클 측은 구글이 지난 2014년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플에 10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좌)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우)

특히 오라클은 ‘매출의 34%’란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34%가 오라클 몫인지 구글 몫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구글은 이 부분을 공판 기록에서 열람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태껏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기밀 정보를 무차별 폭로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날 접수한 문건에서 구글은 “지금까지 구글 사업에서 안드로이드 매출과 수익을 한번도 공개적으로 분리해서 밝힌 적 없다”면서 “굉장히 민감한 자료를 공개할 경우 구글의 사업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팀 쿡, 줄곧 "검색 광고는 사생활 침해" 비판

그렇다면 구글은 왜 그토록 오라클의 폭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공개된 수치가 생각보다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구글은 단 한번도 안드로이드 매출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 없었다. 그러면서 늘 “안드로이드로 큰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오라클이 폭로에 화들짝 놀라는 건 이 때문일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 220억 달러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는 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상생을 강조해왔던 구글에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곤란하긴 애플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광고 비즈니스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글의 검색 광고는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이렇게 대놓고 비판하던 애플이 구글 검색 사업을 하도록 해 주는 대가로 2014년 한 해 동안 1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을 받았다면 다소 모순된 상황이란 비판이 가능하다.

구글이 “재판 당사자도 아닌 애플의 수치는 가려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자신들 때문에 애꿎은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유탄을 맞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오라클, 손해배상액 산정 때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그렇다면 오라클은 왜 구글의 안드로이드 매출과 이익을 공개했을까?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선 지난 14일로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당시 두 회사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공방을 벌였다.

당시 캘리포니아법원 행정판사는 구글 측에 애플 같은 단말기 회사와의 ‘매출 공유 계약’ 내용을 오라클에 넘기라는 명령을 했다.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위해선 자세한 매출 내역이 필요하다는 오라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오라클은 구글이 모바일 OS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자신들의 검색 엔진을 안드로이드 폰에 기본 탑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을 경우엔 구글닷컴을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하기 위해선 더 많은 업체들과 매출을 나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롤리팝. (사진 = 씨넷)

오라클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2년 1심 소송 당시 에릭 슈미트 전 최고경영자(CEO)가 했던 법정 증언을 인용했다. 당시 슈미트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건 검색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식 출시하기 전과 이후에 다른 기업들과 맺은 매출 공유 계약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이런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매출 공유 계약은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오라클 측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업체와 체결한 계약으로 한정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애플 등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구글과 체결한 매출 공유 계약을 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였다.

■ 구글-오라클, 오는 5월 자바 최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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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오라클은 지난 2010년부터 자바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 1심에선 구글이 승리했지만 항소심에서 승부가 뒤집혔다. 구글은 지난 해 대법원 상고 신청도 받아내지 못하면서 사건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으로 파기 환송됐다.

오는 5월9일 시작될 파기 환송심에선 구글의 자바 저작권 침해에 대해선 더 이상 다투지 못하게 됐다. 다만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바 API를 활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