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인증 제대로 해야 로보어드바이저 뜬다...왜?

인터넷입력 :2016/01/19 17:23

손경호 기자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자동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카카오뱅크, K뱅크 등도 로보어드바이저를 기존 은행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은 그동안 투자자문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 않았던 예비투자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 자문을 받아 필요한 투자상품에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느냐이다.

기술적으로는 비대면 계좌개설과 마찬가지로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 투자자 본인이 맞는지를 더 안전하면서도 쉬운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가가 흥행을 위한 초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고유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몇 가지 질문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자동으로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목표한 수익을 낼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초기에 예비 투자자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가는 결국 UX/UI에 달렸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규제완화책은 은행, 증권사 등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제휴를 맺은 오프라인 자문사, 독립투자자문사, 로보어드바이저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투자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투자자들이 자문사,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채널과 각각 오프라인에서 거래해야했던 것에 비해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미국 웰스프론트, 베터먼트, 퓨처어드바이저처럼 자문과 자동으로 투자상품에 대한 구매까지 자동화한 서비스를 허용하기는 힘들지만 점진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18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및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 상 투자에 필요한 자문을 받거나 상품을 구매하는 계약은 반드시 오프라인 상에서 투자자와 담당자가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이뤄지는 대면계약 체결을 필수로 한다. 더구나 자문인력이 아닌 자의 자문 제공을 금지하고 있어 로보어드바이저와 같이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문을 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일이 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상에서 대면계약을 체결해야한다는 규제를 완화했다. 온라인 계약을 허용하는 대신 투자자에게 전자적인 방식으로 상품설명서 등 서류를 보내고, 중요한 계약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입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히는 것은 투자자가 직접 자문이나 투자상품 구매 계약을 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비대면 인증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계좌개설을 허용하기 위해 신분증 사본을 스캔해 보내거나 상담원과 영상통화, 기존 계좌를 활용해 소액을 이체, 지문 등 생체인증을 두 가지 이상 함께 활용하는 방법을 쓸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계좌개설과 달리 투자자문이나 상품주문을 위한 비대면 본인인증은 조금 더 완화된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자산운용과 이진영 사무관은 "현 시점에서는 자문(오프라인 자문사, 독립투자자문사, 로보어드바이저)과 상품판매를 연결해 원스톱 서비스를 만들어 사실상 하나처럼 운영한다는 계획"이라며 "금융실명법에 따라 반드시 실명을 확인해야하는 은행 업무와는 달리 다른 수단을 활용해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방법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성화 해 이전까지 투자자문을 받지 못했거나 어려워했었던 예비 투자자들이 보다 손쉽게 필요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더 많은 예비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해 손쉬운 본인인증 수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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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준 미국 상위 11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사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전년대비 65.2% 증가한 190억달러에 달한다. 마이프라이빗뱅킹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만 2000억달러로 증가한데 이어 2020년에는 약 23배 규모인 4천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쉽게 투자자문서비스를 접할 수 없었던 투자자 혹은 예비투자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과 맞물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안전하고 편리하게 온라인에서 본인인증 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