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에 직접 나서는 스타 디자이너들...왜?

슈라이어·칼럼, '신형 K7'과 '뉴 XJ' 출시에 총력

카테크입력 :2016/01/19 14:54    수정: 2016/01/19 15:47

정기수 기자

국내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놓고 기아자동차와 재규어가 이달 말 나란히 출시가 예정돼 있는 신차로 맞대결에 나선다.

보기 드물게 양사의 차량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차량 출시의 전면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훌륭한 자동차 디자인은 고객들과 감정적 교감은 물론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갈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특히 양사의 디자인 수장들이 신차 출시 전 이례적으로 차량의 디자인에 대해 직접 소개하고 나서면서 흥행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와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은 영국 왕립 예술대학 선후배 관계로 서로 깊은 친분과 교류를 나누고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심혈을 기울인 각자의 차량을 한국 무대에서 동시에 선보이게 된 셈이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신형 K7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현대·기아차)

포문은 슈라이어 사장이 열었다. 앞서 슈라이어 사장은 지난 17일 신형 K7 브랜드 사이트(http://k7.kia.com) 영상 인터뷰를 통해 "'올 뉴 K7'은 기아차 디자인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 뉴 K7은 '고급스러움'이라는 디자인 핵심 컨셉트를 바탕으로 완성된 품격 있는 세단"이라며 "이 차는 기아차 디자인의 미래이자,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기아차를 알리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형 K7은 기아차가 2009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한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신차가 공개되기 전에 슈라이어 사장이 직접 차량의 디자인 소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형 K7이 기아차의 디자인 역량을 쏟아부은 신차인 만큼, 디자인 총괄 수장이 직접 홍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슈라이어 사장이 신형 K7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세계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슈라이어 사장의 후광으로 인한 홍보 배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슈라이어 사장은 1세대 K7 출시 당시에도 기아차 CDO(최고디자인책임자)로서 보도발표회에 참석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 바 있다. 다만 통상 신차 구상이 출시 4~5년 전부터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2006년에 합류한 슈라이어 사장이 1세대 모델에 자신의 온전한 디자인 역량을 모두 담아냈다고는 보기 힘들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남양연구소 기아디자인센터에서 신형 K7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기아차)

2세대 모델의 경우 슈라이어 사장이 구상 단계부터 직접 모든 디자인 개발 과정을 진두지휘해왔다. 실제 슈라이어 사장은 이번 영상 인터뷰에서 "세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멀리 떨어져서 바라봤을 때도 멋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형 K7에서 'Z' 형상 램프로 구현됐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적용된 Z 형상은 차량의 전반적인 연결감과 통일감을 더했다. 헤드램프의 Z 형상에서 시작된 라인은 차량 옆면을 타고 트렁크까지 이어진다.

그는 또 웅장미와 고급성을 부여한 디자인 포인트로는 좌우 램프 사이를 연결하는 '크롬 라인'을 꼽았다. 슈라이어 사장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으나 수많은 토론과 제안을 통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신형 K7의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다. 지난 12일 사전계약에 들어간 신형 K7은 18일 기준 누적 계약대수 5천대를 넘어섰다.

기아차 관계자는 "슈라이어 사장의 이번 영상 인터뷰는 신형 K7의 외관 공개 이후 디자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고객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신형 K7에 대한 고객의 높은 기대와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초 신형 K7의 공식 출시를 오는 25일로 예상했으나 국내 데뷔 무대 일정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7의 정확한 출시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면서도 "25일을 제외한 이달 내 출시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신형 K7의 출시일을 25일로 점치며 이미 25일로 출시가 확정된 재규어의 플래그십 대형세단 '뉴 XJ'와 같은 날 정면 승부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다만 양사 모두 굳이 같은 날에 주력 신차를 선보일 경우 득될 게 없다는 속내다. 관심이 분산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홍보 효과 반감도 불가피하다.

이안 칼럼이 국내 재규어 팬들에게 보내온 영상 캡처(사진=재규어 코리아)

뉴 XJ는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이 가장 핵심적으로 담긴 모델이다. 이를 위해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가 직접 방한해 출시 행사를 주관한다. 앞서 재규어 역시 지난해 말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JaguarKorea)을 통해 이안 칼럼이 국내 재규어 팬들에게 보내는 뉴 XJ 소개 영상 등을 공개하며 사전 붐 조성에 나선 바 있다.

재규어는 뉴 XJ의 출시와 함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 'XJ 레어 디자인 스튜디오'도 25일부터 오픈한다. 이안 칼럼이 직접 나서 XJ만의 디자인 철학과 스토리를 직접 해설할 예정이다.

뉴 XJ의 디자인은 역동성과 고급스러움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의 쿠페 스타일을 유지해 재규어만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도 한층 날렵해진 숄더라인과 웨이스트 라인으로 정교함을 더했다. 특히 시그니처 더블 J 주간주행등을 장착해 차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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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안 칼럼의 방한은 국내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재규어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41% 급증했다. 디자인 수장의 국내 방문은 한국 고객들과의 접점 확대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판매 확대에 본격 나서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XJ는 재규어에 있어서 상징적인 모델"이라며 "이안 칼럼이 직접 방한하는 것은 뉴 XJ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 XJ(사진=재규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