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공인인증서만 쓸 수 있다고?

인터넷입력 :2016/01/15 08:21    수정: 2016/01/15 16:55

손경호 기자

오는 25일부터 스타트업들도 상장사들처럼 주식 형태로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제도가 시행되지만 결제나 이체수단으로 공인인증서를 활용하는 방식 외에는 검토하지 않고 있어 보완이 필요한다는 지적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이전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결제수단을 지원하지 않는 한 초기 투자자들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대세인 시대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같이 모바일앱을 통한 투자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서둘러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14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투자금융연금팀 이선희 사무관은 "자본시장법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 지급결제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자금융법,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실명법 등에서 문제가 없도록 작업을 해왔다"며 "현재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필요한 결제는) 금융결제원 망을 통해 데스크톱 형태로만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25일부터 시행되지만 현재로서는 공인인증서를 반드시 써야하고, 모바일은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개선이 시급하다. (사진=링크드인)

지난해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금융거래에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고, 이르면 오는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나온 상황에서 정작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공인인증서를 통한 실명확인과 결제 혹은 이체만을 지원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가 활성화된 시점에서 그동안 모바일앱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에서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금융당국에서 현재 공인인증서를 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가이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사이트가 오픈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증권거래에 사용해 왔던 방식 외에는 지원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현재 방식이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제외한 크롬 브라우저 등에서는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모바일앱 역시 3월 이후에나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투자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인터넷뱅킹이나 증권계좌를 활용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설치해야하는 불편함을 반복해야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웹표준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크롬, 사파리 등에서는 아예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과 관련 전체 발행인, 투자자 정보를 보관, 관리하게되는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이 일반적으로 대량으로 주식을 매매하거나 결제를 하는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 계좌를 활용한 계좌이체 등 방법을 쓰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에 이미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인터넷 상으로 주문을 내는 과정에 공인인증서가 필수인 만큼 크라우드펀딩에서도 당연히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자들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게 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한 방법으로 온라인 상에서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일단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해보자고 제안한 상황에서 다른 방식이 쉽게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인 실정이다.

해외는 어떨까. 2011년 영국에서 등장한 최초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드큐브'는 지난해 9월까지 5천818만 파운드(약 1천18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플랫폼은 회원가입을 한 뒤 투자 대상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액을 입력하고, 지금 투자하기 버튼만 누르는 3단계 작업을 거치면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 된다. 투자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지불결제 분야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스트라이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체크카드 혹은 선불카드를 활용하면 된다. 대신 신용카드나 수표, 계좌이체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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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큐브는 투자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토해 법적인 문서를 만드는 작업에 일주일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결제가 자동으로 취소되며,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회사의 정관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질문을 하거나 투자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뺄 수도 있다. 최소 투자금액은 10파운드(약 1만7천500원)이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투자수단이 초기 흥행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부는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