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휘몰아친 '차이나 광풍(狂風)'

유인 드론·1천마력 전기차·퀀텀닷 TV…괄목상대

홈&모바일입력 :2016/01/08 17:31    수정: 2016/01/08 17:37

정현정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정현정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6에서 신생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퓨처는 '타도 테슬라'를 목표로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세계 최초 유인 드론도 등장했다. 레노버는 구글의 3D 증강현실 프로젝트인 '탱고'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올 여름 출시하겠다며 의욕에 차 있다. TCL은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를 적용한 1천니트 밝기의 퀀텀닷 TV를 공개했다. 지금 열거한 모든 이슈의 키워드는 '중국'이다.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6은 IT 업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현장이 됐다. 모든 화제의 중심에는 중국 업체가 빠지지 않는다. 참가업체 3천600여개 중 중국 업체 비중은 33%에 달한다. 전시장 부스에 세 곳 걸러 한 곳이 중국 업체인 셈이다.

CES의 전통적인 테마인 TV와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괄목상대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됐지만 올해는 특히 드론, 자율주행·전기자동차, 가상현실(VR), 모바일 등 차세대 분야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 타도를 목표로 내건 패러데이 퓨처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기차 콘셉트 모델 'FFZERO1'을 공개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테슬라의 핵심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한 상태로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중국의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러스왕(Le TV·러티비)의 자웨팅 회장이 투자한 업체다. 러티비는 세계 최초 퀄컴 스냅드래곤820 탑재 스마트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20을 첫 탑재한 스마트폰이 그동안 소문으로 무성했던 삼성전자도 샤오미도 아닌 러티비의 6인치대 스마트폰 '러 맥스 프로'라고 소개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고수했다는 FFZERO1 (사진=패러데이 퓨처)

러티비는 자사 부스에 자체 가상현실 헤드셋인 'Le VR'도 공개했다. 이처럼 올해 CES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VR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활약은 빠지지 않는다. 중국 VR 업체인 앤트 VR은 레노버가 스마트폰과 호환되는 VR 기기를 선보이고 이를 활용하는 게임 시연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CES의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드론 분야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중국이었다. 중국 스타트업 업체 이항(Ehang)은 세계 최초 유인 드론 '이항 184'를 공개했다. 1인승 드론인 이항 184는 탑승 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 이륙해 목적지에 내려준다. 최대 시속은 약 97km로 최대 16km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 드론 업체 이항이 공개한 세계 최초 유인 드론 '이항184' (사진=지디넷코리아)

전통적으로 CES의 주력 분야라고 할 수 있는 TV와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올해도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자리를 잡은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콩카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은 HDR과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초고해상도 TV와 스마트홈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국내 기업들이 내세운 화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홍과 콩카는 OLED TV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하이센스와 TCL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를 선보였다. 예년만 해도 두께 등에서 기술력에 차이가 확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중국 업체들도 슬림 디자인을 내세우면서 크게 두께를 줄였다. TCL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 브랜드 'QUHD TV'를 전면에 내세우고 플래그십 모델인 '익스클루시브 X1'을 집중 홍보했다. 하이센스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8K 해상도 TV 'ULED TV'를 들고 나왔다. 콩카는 '아트 슬림'을 스카이워스는 98인치 8K TV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TCL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초고해상도 TV QUHD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모바일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뉴스를 주도했다. 지난 2014년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구글과 공동으로 특별 행사를 열고 구글의 3D 증강현실 프로젝트인 탱고 솔루션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올 여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가 아닌 베네시안 호텔에 쇼케이스 부스와 미팅룸을 마련했지만 이날 행사에는 전세계 미디어가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프로젝트 탱고는 3D 기술이 결합된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모바일 기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구글이 4년 전부터 비밀리에 추진해 온 사업이다. 기기에 탑재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실제 사물을 인식하고 3D로 디지털화 해 이를 가상현실과 결합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1억대 판매를 돌파한 중국 화웨이도 이번 CES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8'을 선보였다. 메이트8은 메탈 유니바디 디자인에 6인치 풀HD 화면을 탑재했다. 또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쥬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화웨이워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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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상현실(VR) 업체인 ANT VR이 자사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업체가 선보인 고해상도 TV는 두께 면에서 아직 격차가 있지만 중국 업체들 중에서도 슬림 TV를 선보이는 곳이 있어 조만간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TV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하드웨어 경쟁 보다는 사용 편리성과 디자인 경쟁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여전히 센트럴홀에 주인공 역할을 하며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모았지만 자율주행차, VR, 드론, 웨어러블 등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국내 업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 리더십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