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 'TLC낸드' 바람

'3D V낸드' 단독 양산 삼성전자 영향?

컴퓨팅입력 :2016/01/07 16:28    수정: 2016/01/07 16:28

기업 환경에 쓰기엔 안정성이 떨어진다던 트리플레벨셀(TLC)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에 확산할 조짐이다.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서 기성 주류 스토리지 업체들을 제치기 위한 스타트업과 중견 업체들의 움직임 덕분이다.

TLC 메모리는 반도체 기억공간 단위인 셀(Cell)당 데이터를 3비트씩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종류를 가리킨다. 셀당 데이터를 2비트씩 저장하는 멀티레벨셀(MLC)이나 1비트씩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을 쓸 때에 비해 같은 저장장치 용량을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대다수 기업용 올플래시스토리지는 MLC 기반 저장장치로 구성됐다. SLC를 쓰면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장비를 만들 수 있었지만 용량당 단가가 너무 높았다. TLC는 쓰기속도, 안정성이 미흡했다. 용량당 가격과 성능 및 안정성이 절충되는 MLC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가 대세였다.

불과 반년새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글로벌 IT업체들의 올플래시스토리지 핵심부품으로 TLC 메모리 기술과 이를 활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채택을 예고했다. TLC를 쓰지만 개선된 스토리지 아키텍처와 컨트롤러로 기존 MLC 수준의 성능, 안정성을 실현한 듯하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함.)

TLC 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 상용화 움직임이 가장 빠른 곳은 작년말 넷앱에 인수된 솔리드파이어였다. 솔리드파이어가 제품에 TLC를 쓴지 1년 이상 지났다. 델, 카미나리오, 넷앱,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퓨어스토리지가 지난해 하반기 줄지어 TLC 도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7월 델의 신형 SC시리즈, 8월 카미나리오의 신형 v5.5 어레이, 9월 넷앱의 신형 올플래시FAS, 11월 HPE의 신형 3PAR 스토어서브 어레이 2만번대 모델, 퓨어스토리지의 플래시어레이m 시리즈 등이 줄줄이 TLC 탑재 모델로 소개됐다. 기본 수십테라바이트(TB) 용량을 제공한다.

[☞참조링크(2015.12.15.): Why NetApp shouldn’t buy Solidfire]

[☞참조링크(2015.11.16.): 3D TLC NAND Takes Over AFAs As HPE Announces 3PAR StorServ Storage Solutions]

[☞관련기사(2015.9.16.): 넷앱, 삼성 TLC 기반 올플래시스토리지 출시 예고]

[☞참조링크(2015.8.20.): Kaminario K2 array uses 3D TLC NAND flash]

[☞참조링크(2015.7.19.): TLC SSDs Make All-Flash Array Debut On Dell SC Series]

위 장비 제조사는 대체로 플래시메모리 공급파트너 명단에 삼성전자를 올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 제조사들에게 낸드플래시 기술과 SSD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사는 몇 곳 없고 TLC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곳은 더 드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TLC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수직적층 구조로 반도체 기록밀도와 내구성을 높이고 소비전력을 낮춘 기술의 이름을 딴 '3D V낸드'란 브랜드를 부여하고, 여러 올플래시스토리지 제조사들의 기업용 TLC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다만 TLC 낸드플래시를 도입한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 업체들의 움직임이 전체 시장의 대세로 굳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기성 디스크스토리지 시장 강자였던 EMC와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도 올플래시스토리지 제품을 갖고 있지만 TLC를 적용할 뜻은 아직 없어 보인다.

EMC는 데이터센터에서 용도별 데이터 저장 및 관리 효율화 기능을 제공하는 디스크스토리지 시스템을 제공한다. 익스트림IO라는 회사를 인수해 고성능 올플래시스토리지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기존 V맥스, VNX 장비에 SSD를 탑재한 모델도 내놓고 있다. 모두 MLC 기반이다.

EMC의 플래시스토리지에 탑재되는 MLC 낸드플래시를 세분화하면 이는 기업용 인프라에 걸맞는 안정성과 내마모성을 갖춘 '엔터프라이즈MLC(eMLC)'로 분류된다. 안정성과 내마모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검증이 덜 된 TLC 채택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HDS는 EMC처럼 디스크스토리지 중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장비를 공급하는데, 고성능과 안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춘 하이엔드스토리지 영역에 한층 집중해 왔다. 경쟁사들처럼 성능과 가격에 방점을 찍은 첫 올플래시스토리지 모델 VSP F 시리즈를 불과 2개월 전 처음 내놨다.

HDS의 VSP F 시리즈는 일반적인 SSD 대신 플래시모듈드라이브(FMD)라는 별도의 저장장치로 구성돼 있다. FMD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종류도 MLC다. HDS는 최신 VSP F 시리즈를 구성하는 2세대 FMD가 SLC기반 SSD보다 더 저렴하면서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참조링크(2015.11.10.):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엔터프라이즈 올플래시 히타치 VSP F 출시]

[☞참조링크(2015.11.): Hitachi Accelerated Flash, An Innovative Approach to Solid-State Storage(PDF)]

EMC와 HDS가 TLC를 먼저 도입한 경쟁자들과 시장의 기회를 다르게 읽는 이유를 기성 디스크 스토리지 사업자이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역별 편차가 심한 편이지만 넷앱도 글로벌 디스크 스토리지 강자로 분류되는데 일찍부터 TLC 채택에 적극적이었다.

굳이 TLC 도입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스토리지 제조사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낸드플래시 공급망에 삼성전자와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다른 반도체 사업자와의 협력 관계가 오히려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IBM은 지난해 2월 마이크론과 플래시스토리지 부문에 협력을 알리면서 eMLC 기반이던 '플래시시스템' 제품군의 신모델을 '마이크론MLC' 기반으로 만드는 계획을 내놨다. 화웨이도 지난해 11월 오션스토어 스토리지 제품군에 마이크론의 플래시를 도입키로 했다.

[☞참조링크(2015.2.20.): IBM's Flashsystem 900: ‘Better capacity in less rack space’]

[☞참조링크(2015.11.2.): Huawei mixes it up with Micron and its new NVM tech]

다시 말해 올플래시스토리지 장비 제조사 쪽에서 제품 개선을 위해 강조하는 특정한 낸드플래시 도입이 의미를 가지려면, 스스로 메모리사업부문에 낸드플래시 주문을 넣는 수준을 넘어선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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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품이나 SSD를 기업용 인프라에 상시 가동할 수 있는 장비로 만들기까지는 최소 수년간의 기술개발과 최적화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똑같은 TLC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쓴다 하더라도 상용화하는 인프라 장비의 성능, 안정성, 최적화 수준, 내구성 등에는 확연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제품에 TLC 채택을 예고한 회사들이 계획을 이행하려면 해당 사업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성숙시켜야 한다. 그런데 올플래시스토리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의 TLC 메모리를 쓴다고 알려진 회사 중 메모리사업부와 실제 협력 중인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