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눈길도 안줬는데"...중저가-중국폰 '돌풍' 왜?

단통법 이후, '값싸도 쓸만한 제품' 업그레이드

방송/통신입력 :2016/01/07 15:34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에 '공짜폰'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이 그동안 4G LTE 전환에 힘을 쏟으며 가입자당 월 평균수익(ARPU)이 높은 사용자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저가요금제-공짜폰’ 조합은 이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지난 2014년 출시한 ‘화웨이X3’가 7만대 이상 팔린데 이어, 지난달 15일 내놓은 ‘화웨이Y6’ 역시 출시 20일 만에 1만4천대(6일 기준)가 판매되며 '공짜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이통사들이 연말연시 성수기를 맞아 15개월이 지난 단말기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집중하던 행태와는 크게 대조되는 부문이다. 특히 그동안 기능이나 디자인면에서 한단계 낮은 '싸구려' 제품 취급을 받던 중국 스마트폰들을 국내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한 점은 큰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Y6를 구입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뉴음성무한 29.9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다”며 “이 요금제에 가입해도 출고가 15만4천원인 Y6를 공짜로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 역시 지난 9월 출고가 44만9천900원의 중저가폰 루나폰을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12만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지난 연말까지 총 15만대 가량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초저가폰들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KT도 최근 인터파크와 제휴를 맺고 ‘홍미노트3’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의견차 때문에 잠시 보류된 상태다.

화웨이가 CES 2016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8’

■ 싸구려 이미지 벗다

그동안 중국폰이 국내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싸구려’ 이미지 때문이다. 과거에는 통신사들이 저마다 최고의 품질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며 가입자 확보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중국의 저가폰 도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알뜰폰 사업자 역시 ‘저가요금제-저가폰’으로 기존 이동통신3사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폰 도입을 고민해왔지만 똑같은 이유로 망설여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성능과 디자인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를 해왔고, 얼리어답터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중국폰은 싸구려폰이라는 이미지는 상당부문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해 벽두부터 화웨이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6에 플래그십 모델인 ‘화웨이 메이트8’을, 샤오미는 역시 같은 행사에서 자사 단말기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 아이폰의 실종 그리고 단통법

연말연시 중국폰을 비롯한 중저가폰이 맹위를 떨친 데에는 2년마다 한 번씩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는 아이폰 등 인기폰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구지 고가의 단말기를 고집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가져온 것도 큰 영향을 줬다.

여기에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저렴하면서도 유사한 성능과 디자인에 만족해하는 실속형 구매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중국폰이나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SK텔레콤의 루나폰이다. 44만9천900원의 루나폰은 SK텔레콤의 밴드51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의 추가 지원금을 받을 경우 월 1만원만 부담하면 구입할 수 있다.

때문에 루나폰은 출시 넉 달 만에 15만대가 판매되는 등 실속형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고, SK텔레콤은 이같은 호응에 힘입어 후속작인 '루나폰2' 출시도 고려중이다.

■ 알뜰폰 성장, 중저가폰 시장 확대

이통사들이 중국폰과 중저가폰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알뜰폰 때문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600만명에 육박하고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면서 이통사들도 중저가폰 시장까지 영역 확대에 나선 것이다.

알뜰폰 시장확산과 함께 중저가 요금제 및 단말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저가 단말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AS, 전파인증 이슈 등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중국폰이나 중저가폰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이통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이들 제품을 도입할 수 있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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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소니 엑스페리아Z3를 출시한 적이 있었지만 외산폰의 경우 LTE 전파인증 등 해결해야 될 이슈가 있고 품질 역시 통신사가 짊어져야 할 몫이라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폰 등 외산폰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있기 때문에 외산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갇들은 그동안 프리미엄폰 마케팅에 집중해온 이통사들은 앞으로도 중국폰 등 중저가폰 출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