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처분해야"

제일모직과 합병 3개 순환출자 고리 강화 판단…삼성 "시장충격 완화책 강구"

홈&모바일입력 :2015/12/27 12:00    수정: 2015/12/27 13:19

정현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한다고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통합법인 출범 6개월이 되는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는 현재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중 추가 출자분에 해당하는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라는 공정위 판단에 동의하면서도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시점 조율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7일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 출자 금지제도에 대한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두 회사 합병으로 새로운 순환출자가 발생했는지, 기존 순환출자가 강화됐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고 이에 대한 결론을 낸 것이다.

순환출자란 대기업 집단 내 A계열사가 B계열사로, B계열사가 C계열사로, C계열사가 다시 A계열사사로 자본금을 출자해 계열사 간 출자관계가 고려 형태로 묶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총수가 적은 지분만 갖고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공정위가 삼성물산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은 지난 9월 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대기업이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큰 고리 내에서 3개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가 발생했다고 결론냈다. 문제가 된 것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으로 합병 과정에서 500만주(2.6%)에 해당하는 추가 출자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사진=삼성물산)

다만 순환출자 강화가 위법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성된 만큼 공정위는 곧바로 시정명령 등 제재 조치를 취하는 대신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6개월의 처분 유예기간을 적용해 해당 기간 동안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조치했다.

삼성SDI는 합병전 제일모직(3.7%)과 (구)삼성물산(7.2%)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고 합병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4.7%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합병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내년 3월 1일까지 추가 출자분 500만주는 매각하거나 지분 전량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소해야한다.

다만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만 문제 삼았을 뿐 이번 합병으로 신규로 발생한 순환출자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기존 10개에서 7개로 감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또다른 문제로 제기했던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서 합병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각각 통합 삼성물산 지분 1.4%와 2.64%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소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문제는 시간이다. 공정거래법 상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되지만 기준일이 합병 등기일이기 때문에 이를 소급해 적용하면 해소 시한은 3월 1일까지로 촉박하다. 사실상 삼성SDI는 내년 2월 말까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해야한다. 하지만 이 경우 주가 하락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공정위에 시점 조율 등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행 규정상 합병으로 발생한 순환출자의 경우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줄 수 있다는 항목 외에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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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다는 의미에서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다만 2월 말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신 주식 500만주를 모두 처분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점 조율 등 시장의 충격을 줄이는 쪽으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양한 합병 사례를 반영한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공정위는 이번에 마련된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합병 과정에서의 신규 순환출자 발생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위반 행위 발생시 관련 법에 따라 조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