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방 시장서 주목받은 국산車는?

새 효자차종 티볼리·임팔라...EQ900 흥행 예고

카테크입력 :2015/12/22 14:37

정기수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업체의 강세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는 최근 몇년간 안방에서 수난을 면치 못했던 국산차 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국산차 업체들은 올해 안방 수성을 기치로 자존심 회복을 벼르며 앞다퉈 신차 출시에 적극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8.1% 늘어난 180만대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산차는 6.5% 증가한 154만대, 수입차는 18.5% 신장한 2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 국산차 업체들의 선전을 이끈 각사의 인기 차종을 살펴봤다.

■쌍용차 부활 이끈 '티볼리'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던 쌍용차의 부활을 이끈 차종은 단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다.

올 초 먼저 선보인 가솔린 모델은 폭발적인 시장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시장에 안착했다. 여기에 하반기 디젤 모델 가세로 판매량에 불이 붙었다. 1년 가까이 동급 최다 판매 자리를 지키고 있다.

티볼리는 내수시장에서 11월까지 누적 기준 3만9천809대가 팔려나가며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자동차 'QM3'(2만1천542대), 한국GM '트랙스'(1만913대)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티볼리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쌍용차 내수 판매량(8만8천313대)의 절반 가량에 달한다.

'쌍용차 같지 않다'는 호평을 들었던 감각적인 디자인은 물론 만족스러운 성능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며 20대 엔트리카 시장은 물론 폭넓은 연령대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 몰이를 했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2015년 핫토픽 키워드'에서 티볼리는 국내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검색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댄디 블루 색상은 티볼리 고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사진=지디넷코리아)

향후 판매 전망도 밝다. 꾸준히 밀려드는 수요에 생산 현장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평택공장 조립1라인에서 티볼리를 월 평균 6천여대 생산하고 있지만 잔여계약 물량이 4천여대에 달한다. 주야 2교대는 물론 주말 특근까지 풀가동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쌍용차는 빠른 차량 인도를 위해 조립라인 보완공사 등 생산량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티볼리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8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분기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쌍용차는 2분기 199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36억원까지 손실을 크게 축소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적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며 "최근 판매 추이를 감안하면 4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년 1분기 전장과 전고를 늘려 적재공간을 확대한 티볼리 롱바디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라인업 확대를 통해 판매 강화와 수익성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복안이다. 쌍용차는 내년 롱바디 모델 가세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티볼리 한 차종으로 8~10만대가량을 팔아치운다는 목표다.

티볼리의 선전에 힘입어 SUV 전체 라인업도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 고성능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신형 렉스턴 W·코란도 투리스모도 신차 출시 이후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렉스턴 W는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9.5% 판매량이 늘었다.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전월보다 12.1% 증가했다.

■준대형 세단 돌풍 '임팔라'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GM이지만 유난히 준대형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동안 한국GM은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알페온 등으로 국내 준대형차 시장을 두드렸으나 번번히 고배를 삼켜야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올해 내놓은 플래그십 '임팔라'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계속 밀려드는 주문에 공급 물량이 못 따라갈 정도다. 당장 계약해도 내년 3~4월께 차량 인도가 가능하다.

임팔라는 판매가 본격화된 지난 9월 1천634대가 팔려나가며 단숨에 기아차 K9을 밀어내고 준대형세단 2위 자리를 꿰찻다. 전신인 GM대우와 한국GM을 통틀어 준대형 세단이 월간 판매량 1천대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10월에도 1천499대가 판매되며 초반 질주가 매서웠지만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839대에 그치며 부진했다.

다만 임팔라의 지난달 성적표는 공급난으로 인한 일시적인 부진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임팔라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GM(제너럴모터스)의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리믹 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공급된다. 특히 지난달에는 임팔라 선적선이 예기치 않은 기상 악화로 회항하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출고 대수가 감소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의 경우 부진의 원인이 수요 감소에 있지 않다"면서 "이달 정상적인 공급량과 물류 과정에서 차질을 빚으며 들어오지 못했던 물량까지 더해져 차량 인도가 이뤄지면 월간 최대 판매실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고객에게 인도되지 못한 대기물량은 아직도 1만여대가 넘는다. 출고 대기로 경쟁차종으로 이탈하는 고객 수만큼, 꾸준히 신규 고객 유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쉐보레 임팔라 주행(사진=한국GM)

임팔라는 1958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GM(제너럴모터스)의 준대형 대표 세단으로 누적 판매량이 1천600만대에 달한다. 국내에 선보인 임팔라는 2013년 완전 변경된 10세대 차량이다. 작년 미국시장에서 14만28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로 올들어서도 11월까지 10만7천765대가 팔리며 현지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한국GM은 임팔라에 북미 시장과 차별화한 편의사양을 대거 추가하면서도 가격은 최대 500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했다. 임팔라 역시 올 한해 구글 검색을 통해 많이 찾아본 국내 자동차 관련 단어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임팔라와 신형 스파크 등 신차들의 인기에 존재감이 밀렸지만 '아빠들의 차'라는 별칭을 얻으며 30~40대 고객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올란도' 역시 국내시장의 숨은 강자다. 올란도는 출시 이후 국내 MPV(다목적 차량) 세그먼트 1위 자리를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스테디셀러 차량이다.

유로6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디젤 엔진을 장착한 신형 모델의 가세로 지난달 올란도는 1천527대가 팔리며 전월 대비 24.0% 신장했다. 올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1만7천284대가 판매되며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출사표 '제네시스 EQ900'

현대차가 첫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선보인 제네시스의 데뷔작 'EQ900(해외명 G90)'도 출시 초반 분위기가 좋다.

지난 9일 출시된 EQ900의 사전계약 물량은 최종적으로 1만2천700대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사전계약에 들어간 이후 영업일수 12일 만인 출시 전날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2103년 말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사전계약 17일째 가 돼서야 1만대를 달성했다. 한 단계 위 모델인 EQ900가 5일 더 앞당긴 셈이다.

10일 본계약에 들어선 이후에도 하루 평균 계약건수가 300여대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성탄절 전후로 누적 계약대수가 1천5천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사진=지디넷코리아)

더 고무적인 것은 개인고객 비중의 증가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EQ900를 계약한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개인고객 비중은 34%로 집계됐다. 이전 모델인 에쿠스의 구매 비중(법인 77%, 개인 23%)을 감안하면 개인 비중이 11%p 증가했다.

고객 평균 연령도 55.1세로 에쿠스(57.3세)보다 젊어졌다. 특히 30대에서 50대 초반까지의 비중은 47%로 에쿠스(37%)보다 10%p 높아졌다. 개인고객과 구매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은 오너 고객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이들 연령대에서 오너드라이버를 주타깃으로 설정한 3.3 터보 모델의 계약 비중은 44%에 달했다. 전체 구매 고객으로 놓고 보면 60%가 3.8 모델을, 27%가 3.3 터보 모델을, 13%가 5.0 모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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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는 EQ900가 기존 에쿠스의 법인 고객에 신규로 오너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 수요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Q900의 내년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는 월간 약 1천500여대 수준이다.

한편 올해 1.7 디젤 모델과 1.6 터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을 추가하며 '7개의 심장'으로 트림을 늘린 쏘나타는 지난해에 올해도 국내시장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쏘나타는 1~11월 내수시장에서 9만5천760대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