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韓법인 설립..."충전 인프라 확충"

자동차 전문가들 "국내 업체 긴장해야"

카테크입력 :2015/12/18 15:32    수정: 2015/12/20 12:18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국내에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Tesla Korea Limited)'를 설립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테슬라의 이같은 한국 시장 진출 움직임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13일 자본금 1억원에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를 이끌 대표이사 2명을 선임했다. 테슬라 이사 겸 법률자문인 미국인 앤드루 마론㊲과 수전 진 레포㊽가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지난 7월부터 한국 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과 일본 판매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테슬라가 빠른 시일내에 국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테슬라 모델 X 주행 모습 (사진=씨넷)

자동차 전문가들은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가 차량 판매보다는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을 먼저 염두에 두고 설립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국내 유한회사 설립은 우선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인프라 구축 후 내년 중순부터 모델 X와 모델 S 판매를 시작하면 국내에서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테슬라가 정부 전기차 공급 시기와 충전 인프라 공급 계획에 맞춰 국내 유한회사를 운영하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내년부터 8천대 이상의 전기차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며 “충전 인프라와 정책이 잘 운영되면 2017년 판매 예정인 준중형급 모델3는 국내에 2~3천만원대에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 모델 S(사진=씨넷)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테슬라의 국내 유한회사 설립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의 옵션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오토파일럿의 비용은 2천500달러(한화 약 295만원)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등이 포함된 제네시스 EQ900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 패키지(300만원, 개별소비세 5.0% 적용 가격)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다.

김 교수는 “EQ900의 제네시스 스마트 센서보다 한단계 더 진보된 오토파일럿의 옵션 비용은 획기적이라고 본다”며 “테슬라 차량의 경우 다른 전기차보다 긴 주행거리가 매력인 차다. 충전 인프라 걱정없이 국내 판매가 진행된다면 구입의사를 밝힐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아직까지 활성화 되지 않는 국내 전기차 인프라 때문에 테슬라 코리아 유한회사가 설립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기차 인프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기차 충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이점을 해결해 나가기 버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전기차 급속 무선 충전 시스템 특허를 얻어낸 김현민 AWPS 대표는 “테슬라 차량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400km 이상의 긴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슈퍼차저 구성이 필수”라며 “국내에 운영되는 충전기는 약 150km 정도 운행 가능한 수준이 많아 테슬라가 우선적으로 충전 인프라 구성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는 지난 7월 한국과 일본 판매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임원 채용 공고를 냈다. (사진=테슬라 웹페이지 캡처)

지난달 18일 ‘2015 대한민국 에너지대전 포럼’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JB 스트라우벨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CTO는 당시 국내 진출 시기에 대한 질문에 “아직 말해줄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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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장 진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충전 인프라를 꼽았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할 경우 발생할 불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테슬라가 아직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이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지난 7월 한국 및 일본 시장 판매 담당 부사장 모집 공고글에서 “신임 부사장은 앞으로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테슬라의 직접 판매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시장은 단기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성과가 보장되는 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한 테슬라 매장 (사진=씨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