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누나가 'SNS 위험' 경고한 까닭은?

[신간소개] 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

홈&모바일입력 :2015/12/17 15:53    수정: 2015/12/17 17: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난 2012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묘한 흥분이 남아 있던 이날. 전 세계 언론은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창업자 가족 사진을 둘러싼 공방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이 사진을 누군가 내려받은 뒤 트위터에 올리면서 급속하게 퍼진 것. 그러자 랜디가 “디지털 에티켓: 친구의 사진을 공개적으로 올릴 땐 사전에 승인을 받자”는 내용의 트윗을 통해 불쾌한 심정을 표했다.

이 사건은 순식간에 퍼지면서 한 바탕 홍역을 치뤘다. 당시 사진을 올렸던 랜디 저커버그는 동생인 마크 저커버그를 도와 페이스북에서 마케팅, 홍보 등의 일을 하다가 한 해 전 회사를 그만둔 터였다.

지난 2012년 12월 26일 SNS를 뜨겁게 달궜던 마크 저커버그 가족 사진.

■ 저커버그 누나가 SNS 이용자들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가 낸 ’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가 번역 출간됐다. 번역은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구본권 소장이 맡았다.

2012년 크리스마스 때 발생한 해프닝은 세계의 호사가들에게 흥미로운 소재 노릇을 톡톡히 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누나도 프라이버시 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등의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 해 전 페이스북을 떠났던 랜디 저커버그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적, 디지털 삶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는 데 더 빠져들게 했”던 것이다. 랜디 저커버그는 당시 느낌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술이 한편으로는 상당히 멋지고 놀라운 도구이면서, 동시에 당신을 큰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사례가 바로 나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95쪽)

랜디 저커버그는 그 때부터 ‘닷 컴플리케이티드’란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 집필도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한 때 세계 최대 SNS를 대표했던 인물이, 바로 그 첨단 기술들이 ‘양날의 칼날’이란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저커버그의 누나’란 신분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어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랜디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창업자 누나’로 단순히 치부할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태블릿PC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 ‘페이스북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바로 그 때부터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수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일깨우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선 ‘기술과 삶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으로 연결되려는 욕망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삶과 관계가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하다보면 잠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두 시간 스마트폰을 떠나 있게 되면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랜디 저커버그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디지털 기술의 노예가 되지 말고 현명한 사용자가 되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에 질서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풍부한 경험 쏟아내는 유쾌한 수다

그렇다고 해서 ’페이스북을 떠나 진짜 세상을 만나다’가 딱딱한 기술 용어로 잔뜩 들어차 있는 고리타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자 자신의 흥미로운 좌충우돌 경험담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IT 기술과 SNS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가 직접 들려주는 페이스북 내부 이야기도 흥미로울 것 같다. 한 때 페이스북에서 열정적으로 일했던 경험을 흥미롭게 듣다보면 ‘도전 정신과 모험심으로 충만한’ 한 젊은 직장 여성의 분투기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뭐니뭐니해도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디지털 기업 창업자의 누나가 나눠주는 통찰. 다음과 같은 충고는 “페이스북 이용할 때 정신 좀 차려라”고 직접 충고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인터넷은 영원히, 놀라운 힘이다. 거의 눈 깜짝할 새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집결시킬 수 있다. 동시에 당신이 공유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스스로를 맡기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유는 멋진 일이다. 긍정적 측면이 부정적 측면보다 더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론 잔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낯을 두껍게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344쪽)

스마트폰에 푹 빠진 아이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의 시선을 끄는 내용도 많다. 랜디 자신이 아이 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

그 중 한 대목을 읽어보자. 혹시 당신은 저런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아니 그보다, 누가 쓴 글인지 모른 채 아래 부분을 읽는다면, 저 글을 쓴 사람이 세계 최고 소셜 미디어 기업 창업자의 누나란 사실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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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녀가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자주 꾸짖으면서 정작 자신은 저녁 식탁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업무 관련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아이와 눈을 맞추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는 일은 또 얼마나 자주 있는가? 기술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은 항상 내 아들 어셔에 대한 나의 원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어셔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게 놔두나요?” “하루에 얼마 동안이나 아이가 엄마 태블릿을 가지고 노나요?” “아이에게 아이패드를 사 주었나요?” 이런 질문들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한 원칙이 무엇인지 내게 묻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209쪽)

(랜디 저커버그 지음/ 구본권 옮김, 지식의날개 1만5천원)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