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경쟁에 뛰어든 제네시스 EQ900...通할까

가격 경쟁력·실내공간 '호평'...성능·연비는 뒤처져

카테크입력 :2015/12/17 15:10    수정: 2015/12/17 16:25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함(旗艦) 'EQ900(해외명 G90)'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명차들과의 플래그십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초 에쿠스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EQ900는 현대차의 고급차 전략에 따라 새롭게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차종으로 자리매김해 선보였다.

EQ900의 전작인 에쿠스는 국내에서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1순위 선호차량으로 꼽혔지만 정작 해외시장에서는 동급차량 대비 저렴한 가격을 갖추고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Q900가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의 데뷔작인 만큼 에쿠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해외시장에서의 안착이 당면 과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내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고급차 시장이 가장 큰 북미에서 영향력 확대가 급선무다. 북미 시장에의 성패는 EQ900 뿐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의 실패로 직결될 수 있다.

다만 2세대 제네시스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안전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등 현지시장에서 이뤄온 실적을 감안하면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1세대 제네시스는 아시아 자동차 중에서는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가 1990년대 말 미국 시장에서 '10년간 10만마일 무상 보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저가차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경험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장 안착과 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다음달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EQ900을 공개하고 미국 고급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2분기께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BMW '뉴 7시리즈'(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몇 년새 에쿠스가 수입차업체에 빼앗긴 내수시장 점유율 탈환도 시급하다. 현재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EQ900의 최대 경쟁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다.

일명 '회장님 차(車)'로 불리며 공고한 충성고객군을 거느리고 있는 S클래스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9천458대(마이바흐 포함, 쿠페 제외)가 팔려나갔다. 1천대 이상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적도 5번이다.

반면 에쿠스는 올 1~11월 4천679대 판매에 그쳤다. S클래스의 절반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하반기 들어 10월을 제외하고는 월간 판매량이 200여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9년 2세대 모델의 노후화와 EQ900 출시 예고에 따른 신차 대기수요를 감안해도 동급에서 연간 1만대 수준의 판매고를 꾸준히 기록해 오던 강자의 모습은 올 들어 자취를 감췄다.

국내 오너-드리븐(직접 운전하는 차)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BMW의 신형 7시리즈 역시 판매량을 예열 중이다. 사전예약 물량이 1천대에 달하는 등 초반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신형 모델이 투입된 첫 달인 10월에는 269대가 팔려 올 들어 월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고 지난달에도 222대가 팔려 월평균 판매량을 웃돌았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실적은 아니지만, 충분한 물량 공급이 이뤄지면 판매량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게 BMW코리아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EQ900가 공식 판매에 들어간 이달부터 본격적인 플래그십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Q900의 초반 분위기는 좋다. 공식 출시 전까지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했다. S클래스가 올 들어 6월(1천83대)을 정점으로 하반기 판매 추이가 600여대 수준으로 하락한 점과 7시리즈 역시 아직 본격적인 신차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EQ900에게는 호재다.

■EQ900 흥행 청신호...물량난 해소가 신차효과 관건

EQ900는 지난달 23일부터 출시 당일인 지난 9일까지 영업일수 13일간 총 1만2천700여대의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일평균 1천대 꼴이다. 내년 출고되는 차량에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적용한다는 점과 연말 인사시즌이 맞물리면서 법인차 수요가 증가하는 등 여러 호재가 겹친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계약 물량이다.

10일부터 실시된 본 계약에서도 하루 평균 150여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Q900는 14일부터 고객 인도에 들어갔다. 제네시스는 EQ900의 내년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를 당초 1만5천여대로 세웠으나 계약 물량이 폭주하면서 약 2만대로 올려 잡았다.

제네시스 'EQ900'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급격히 몰린 물량난 해소는 출시 초반 신차효과 극대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EQ900는 고급차 생산에 특화된 설비가 구축된 울산 5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현재 월 생산물량은 1천800여대 수준이다.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모자른 수치다. 당장 EQ900를 계약해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약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회사 측은 현재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와 함께 혼류 생산되는 EQ900의 투입 비율을 조정하는 등 생산량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물량을 확대해도 EQ900의 경우 검수 절차가 엄격해 출고기간을 대폭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Q900가 글로벌 프리미엄세단을 표방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데뷔작인 만큼 품질 경영을 위해 당장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것은 섣불리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당장 생산량을 확대한다고 해도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과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SBSD)·통합 주행 모드 등 최첨단 기술의 편의사양과 시트 스티치와 리얼우드를 포함한 50여개의 수작업이 대거 적용돼 까다로운 검수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생산량을 끌어올려 최대한 수요를맞춘다는 방침이다. 다만 강성 집행부가 재집권한 노조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동참, 1·2조 근무자가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물량 해소가 시급한 EQ900가 만들어지는 울산5공장 조립 라인도 생산이 중단됐다. 노조는 오는 21~24일 예정된 민노총 총파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이번 부분파업으로 3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향후 물량난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EQ900가 플래그십 세단치고는 이례적인 초반 흥행을 보이고 있지만 당장 3~4개월 후에야 차량을 건네받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이탈 수요 없이 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느냐가 1차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EQ900가 에쿠스의 신형 모델이기 때문에 기존 에쿠스 수요의 10~20%가량 판매량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 이상의 판매 신장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장 안착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Q900 경쟁력 있을까

제네시스 EQ900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경쟁 수입차종과 비교해 60~70% 수준이다.

EQ900의 판매가격은 모델별로 ▲3.8 GDi(직분사) 7천300만~1억700만원 ▲3.3 터보 7천700만~1억1천100만원 ▲5.0 GDi 1억1천700만원이다. 벤츠 S클래스(1억2천800만~2억6천700만원), BMW 7시리즈(1억3천130만~1억9천200만원), 렉서스 LS(1억1천120만~1억8천10만원)보다 저렴하다. 엔트리급은 최대 6천만원, 최상급 모델은 1억원 넘게까지도 차이가 난다.

공간 활용도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EQ900이 3천160mm로 S클래스(3천70mm)와 7시리즈(3천35mm), LS(2천970mm)보다 길다. 각 차량의 리무진 모델도 EQ900(3천450㎜)이 S클래스(3천165mm), 7시리즈(3천210mm), LS(3천90mm)를 압도한다.

S600L(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연비는 EQ900(7.3~8.7㎞/ℓ)가 가장 뒤쳐진다. S클래스는 6.7~13㎞/ℓ, 7시리즈는 8.4~12.2㎞/ℓ다. LS는 8~9.5km/ℓ의 연비를 가졌으며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

동력성능은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 EQ900은 ▲V6 3.8 GDi ▲V6 3.3 터보 GDi ▲V8 5.0 GDi의 라인업을 갖췄다. S클래스와 7시리즈에 있는 디젤 모델과 LS와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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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면 S클래스의 압승이다. 벤츠 S600L에 장착되는 W12 6.0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84.7㎏.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벤츠 S500에 탑재되는 V8 4.7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BMW 750Li는 V8 4.4 트윈터보 GDi 엔진이 얹어져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66.3㎏·m의 힘을 낸다. 렉서스 LS600hL은 V8 5.0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해 최고출력 445마력, 최대토크 53.0kg·m의 성능을 지녔다. EQ900 5.0 GDI의 최고출력은 425마력, 최대토크는 53.0kg·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