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디자인 특허 '122년 아성' 허물까

애플 소송 대법원 상고…판례 바꿀지 관심

홈&모바일입력 :2015/12/15 09:54    수정: 2015/12/16 17: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5년째 특허 소송 중인 삼성이 마침내 디자인 특허 침해 판결에 대해 미국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미국 대법원이 삼성의 상고를 받아들일 경우 122년 만에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대법원이 삼성의 상고 신청을 수용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최근엔 구글이 오라클과 저작권 관련 소송 상고심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사례가 있다.

그만큼 미국 대법원에서 상고 허가를 받는 건 어렵다. 최근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1년에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는 건수는 75건 내외다. 반면 한해에 접수되는 상고신청은 1만 건에 이른다. 상고심 법정에 설 확률이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미국 대법원.

■ 1894년 양탄자 이후엔 디자인 특허 다룬 적 없어

미국 대법원이 상고를 허락하는 것은 대략 두 가지 경우로 요약할 수 있다. 법률적으로 새로운 판례를 확립할 필요가 많은 사안이거나, 하급심의 법 적용에 심대한 흠결이 발견됐을 경우다. 삼성은 디자인 특허를 둘러싼 이번 공방이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를 다룬 것이 120년도 넘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사실상 IT 제품이 본격 유통되기 시작한 이후론 단 한 차례도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 역시 “삼성의 상고신청 문건에는 강력한 주장과 흥미로운 사실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상고 허가 신청 문건에서 디자인 특허 관련 법을 21세기 상황에 맞게 손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이 미국 대법원에 접수한 상고신청 문건. (사진=미국 특허청)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문건에서 “대법원이 상용 특허 이슈는 수시로 다뤘지만 디자인 특허권을 검토한 것은 120년이 넘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미국 대법원이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을 한 것은 스푼 손잡이(1871년), 카펫(1881년), 안장(1893년), 양탄자(1894년) 등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1894년 양탄자 디자인 특허 문제를 다룬 뒤엔 단 한차례도 관련 상고심을 열지 않았단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은 이번 재판을 통해 디자인 특허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스푼이나 양탄자 등에선 디자인 특허는 아마도 핵심적인 기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다. 디자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놀랄만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혼합한 스마트폰은 미니 인터넷 브라우저,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리코더, GPS 내비게이터, 뮤직 플레이어, 게임기, 워드 프로세서, 영화 재생 장치 같은 것들이 담겨 있다.”

■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로 전체 배상 과연 타당할까

삼성의 이런 주장이 이번 소송에서 왜 중요한 걸까? 바로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금 산정 기준과 직접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 상고심이 열릴 경우 핵심 쟁점은 둥근 모서리 관련 특허(특허번호 D677)다. 이 외에도 D087, 검은 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배치한 D305 특허권도 공방 대상이다. 삼성은 애플의 이 두 특허권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둥근 모서리 특허권은 미국 특허청에서 한 차례 무효 판결을 받았다.

애플 아이폰 둥근 모서리 디자인 특허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하지만 삼성의 주장은 단순히 애플 특허가 무효란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백보 양보해서 애플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고, 또 그 디자인 특허가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부과된 배상금이 과도한 수준이란 게 삼성의 주장이다.일부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는 데 제품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매긴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이 부분을 살펴보기 위해선 항소법원이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금을 그대로 인정할 때 적용한 미국 특허법 289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 구글-페이스북 등도 삼성 주장에 동조

삼성은 바로 이 법 자체가 21세기에는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선 삼성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등 상당수 IT 기업들이 동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처럼 수 천 개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이 연루된 소송에서 한 두 개 특허 침해를 이유로 전체 이익을 환수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 등은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황당한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복잡한 기술과 부품에 매년 수 십 억달러를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 부분에서 항소법원 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삼성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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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법원은 법률 해석이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할 때 필요한 강력한 증거는 고사하고 (그런) 해석의 기본 토대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 측은 산업시대에 확립된 디자인 특허 개념이 이젠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1% 확률’에 불과한 미국 대법원 상고 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