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머신러닝 승부 "핵심은 바둑"

DNN-강화학습 등 관련기술 총망라 가능

컴퓨팅입력 :2015/12/08 15:24    수정: 2015/12/08 15: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바둑을 정복하라.”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바둑 삼매경’에 빠졌다. 그러자 또 다른 강자 구글도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는 7일(현지 시각) 인공지능과 딥러닝 시장을 노리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바둑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뜻 보기엔 다소 생뚱맞아보이는 행보. 하지만 유력 IT 기업들은 인공지능이나 딥러닝이 바둑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 인공지능 기술 축적엔 바둑이 최고

인공지능과 바둑의 첫 대결은 지난 해 열렸다. 당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젠과 크레이지 스톤에 각각 넉점씩 깔아주고 승부를 겨뤘다.

이 대국에서 노리모토 9단은 크레이지 스톤에게 패배하면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비록 접바둑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프로 기사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그 동안 체스, 퀴즈 대결에선 연이어 인간 챔피언을 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자랑하는 바둑은 아직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지난 해 인공지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넉점이나 깔았던 덕분이었다.

최근 페이스북 인공지능 팀은 바로 이 어려운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스톤 크레이지와 요다 노리모토 9단의 대국 기보. (사진=레미)

당연히 의문이 뒤따른다. 페이스북은 왜 바둑에 관심을 갖는걸까? 이에 대해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팀은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바둑은 고전적인 인공지능 문제”라고 설명했다.

바둑을 정복할 경우엔 페이스북 발전을 견인했던 인공지능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결국 페이스북이 바둑 연구에 몰두하는 건 인공 지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키려는 목표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또 다른 얘기도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구글도 바둑 기술 향상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딥러닝 핵심인 DNN은 바둑과 흡사"

페이스북과 구글은 최근 머신러닝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딥러닝을 이용해 SNS에 올린 사진에서 얼굴을 구분하는 작업을 이미 하고 있다.

구글의 자랑인 번역기 역시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활용한 프로젝트다. 구글 나우처럼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런 기술들은 심층신경망(DNN)을 바탕으로 한다. DNN은 인간 두뇌 안에 있는 신경망과 유사한 구성으로 돼 있는 일종의 인공지능망이다.

페이스북 등이 바둑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건 바로 이 부분과 관계가 있다.

에딘버러대학의 세이모스 스토키 교수는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바둑은 바둑판 위의 패턴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DNN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스토기 교수 역시 DNN을 이용해서 바둑을 연구하고 있다.

바둑 고수를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단순히 컴퓨팅 파워에만 달려 있는 건 아니다. 여기엔 또 다른 중요한 알고리즘이 활용된다.

페이스북이 바둑 프로젝트를 통해 딥러닝 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마음에 드는 사람 글을 우선 표출해주는 '먼저 보기' 기능. (사진=씨넷)

와이어드에 따르면 넉점을 깔고 바둑 고수를 꺾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 크레이지 스톤은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이란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몬테카를로 검색은 다양한 경우를 감안해 가장 적합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알고리즘이다.

바둑 경기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힘든 건 이 과정에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체스 경기는 한 수를 둘 때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평균 35개 정도다. 하지만 바둑은 250개에 달한다. 한 수를 둘 때마다 250승 씩 늘어나기 때문에 바둑 한 판을 끝내려면 엄청난 경우의 수를 감안해야 한다. 바둑 정복이 힘든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경우 경우의 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기계가 추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인공지능 팀이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지난 달 몬테카를로 검색과 딥러닝을 결합한 방법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바둑 고수를 꺾는 수준까지 발전시킨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야심이다.

■ 구글, 강화학습 쪽에 방점

흥미로운 것은 구글의 움직임이다. 페이스북이 바둑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 구글 쪽에서도 곧바로 반응을 보인 것.

와이어드에 따르면 구글 인공지능 연구 책임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수 개월 내에 바둑 경기와 관련해서 놀랄만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역시 페이스북처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바둑 알고리즘 연구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특히 구글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쪽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게임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강화학습 개념도. (사진=위키피디아)

강화학습 역시 머신러닝의 한 분야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런 방식이다. 어떤 로봇이 현재 상태를 인식한 뒤 행동을 취한다. 그럴 경우 이 로봇은 행동 결과에 따라 포상을 얻게 된다. 물론 이 때 긍정, 부정 포상이 모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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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학습 알고리즘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많은 포상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선택을 찾아내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 역시 바둑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 분야 최고봉인 페이스북과 구글이 바둑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한 가지 목표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몬텔카를로 검색, 딥러닝 같은 유관 기술을 총 망라한 것이 바로 바둑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