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디지털 금융 뒤흔드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관건

컴퓨팅입력 :2015/11/29 16:46    수정: 2015/11/29 17:44

황치규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사업자가 발표됨에 따라 기존 금융 판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기존 금융 서비스들과 얼마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지가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를 잡느냐 못잡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예비 인가를 받은 사업자들 모두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대형은행들도 기존 인터넷뱅킹과는 다른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위비뱅크를 앞세운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전용 모바일뱅크 서비스에 출사표를 던진다.

모바일뱅크는 기본적으로 은행 계좌를 오프라인상 은행 창구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이 구현된 스마트폰 전용 은행서비스를 말한다. 이전까지 대부분 모바일뱅킹앱 혹은 스마트폰뱅킹앱과 달리 비대면 실명확인이 적용되고, 대부분 기존 은행 업무와는 다른 형태의 독립적인 금융서비스를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큰틀에서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내건 슬로건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시중 은행들은 핀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 입장에선 차별화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일단 카카오뱅크의 경우 3천800만 국내 가입자 수를 보유한 카카오톡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바일뱅크를 추구하는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고객 생활을 풍족하게 꾸며주는 금융과의 연결은 물론, 기존 금융권에서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외부 개발자 생태계와의 협업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카카오뱅크와 연동되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 환경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안에서 모바일뱅킹이 제공하는 계좌이체나 잔액조회업무에 더해 소액대출이나 자산관리 등도 가능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K뱅크는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결제/플랫폼/솔루션/PG 등)에서 편의점, ATM 기반의 오프라인까지 고객과 만나게 되는 모든 곳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K뱅크는 오픈 금융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분석/위치 기반 맞춤형 상품 제공 등으로 개인 서비스 혁신뿐만 아니라 벤처나 스타트업, 소상공인들의 수익 증대를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차별화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한 맞춤형 서비스로 요약된다. 비용 효율적이고 유연한 인프라 운영 역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 C&C의 문용준 부장은 지난 7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전문은행, 과연 금융혁신을 가져올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토론회에서 "유럽의 경우 SW전문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고 있다"면서 "SW역량을 갖고 다양한 외부 서비스들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링크]

같은 행사에서 카카오의 윤호영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규제산업의 일원으로 규제를 받아들이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점진적인 금융혁신이 이루어 질 것이다"면서 "IT,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리딩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혁신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의 이수진 연구위원은 "IT의 발전 등으로 영업점 중심의 은행이 살아남기 힘든 현재, 금융도 혁신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기존 은행과 다르게 인터넷전문은행이 유연성을 갖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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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1995년 미국에서 최초 도입된 뒤 이 나라에서 20여개, 유럽에 30여개, 일본에서 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사업자들 역시 기존 은행권 외에 증권,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자회사, 유통이나 자동차 제조기업, 은행과 이통사, 은행과 포털 등 합작하는 형태로 다양하다.

프랑스 헬로뱅크(Hello Bank)의 경우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앱을 통해서 모든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은행이 등장했으며, 중국 텐센트를 모기업으로 하는 위뱅크(WeBank)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해 고객 신용도를 평가해 그동안 낮은 신용도에 발묶여있던 금융소비자들에게도 대출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기업 계열사인 일본 라쿠텐뱅크(Rakuten Bank)는 아예 송금수수료를 없애고, 계열사의 물건을 구매할 때 현금포인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