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500으로 본 美日中韓 슈퍼컴 10년

중국의 성장 주목

컴퓨팅입력 :2015/11/23 17:17    수정: 2015/11/24 08:18

해마다 2번씩 세계 슈퍼컴퓨터 기술의 현황을 보여 주는 '톱500' 리스트가 46번째로 공개됐다. 1~4위는 중국 '톈허2(Tianhe-2)', 미국 '타이탄(Titan)', 미국 '세콰이어(Sequoia)', 일본 'K컴퓨터(K computer)'로 6번째 유지되고 있지만, 각 나라별 상황은 제각각이다.

톱500 목록만 놓고 보면 최근 10년새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슈퍼컴 보유국 자리를 놓지 않고 있을 뿐아니라 등재 시스템 숫자로도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은 등재 시스템 규모나 전체 성능총합 점유율을 크게 잃고 있지만, 여전히 거시적으론 세계 1위 타이틀을 고수 중이다. 일본은 시스템 숫자가 적은데도 성능총합 점유율 면에서 다른 나라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한국도 10년전에 비해 등재된 시스템 수나 성능 지분에서 진전을 보였지만, 이 세 나라에 비해선 아쉬움이 짙은 상황이다.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에 설치된 세콰이어. 초당 1경 6천320조 연산속도를 자랑한다.

우선 실측성능(Rmax)으로 3만3863테라플롭스(TFLOPS) 또는 33.86페타플롭스(PFLOPS)를 기록한 톈허2 보유국, 중국의 약진이 눈부시다. 목록상 중국 슈퍼컴은 1995년 6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단 1대뿐이었는데 2000년 6월 이후 급증, 이달 공개된 자료에선 109대가 등재됐다.

중국은 단순히 목록에 등재된 시스템 수만 늘린 게 아니라 순위권내 시스템의 연산 능력의 총량도 대폭 늘려 왔다. 10년 전인 2005년 11월 당시 집계된 17대 시스템의 성능 총합(비중)은 약 60TFLOPS(2.6%)로 세계 5위였는데, 이번엔 약 8만8711TFLOPS(21.1%)로 세계 2위에 올랐다.

미국의 등재 시스템 수는 199대로 여전히 중국보다 많지만, 200대 밑으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다. 리스트가 처음 공개된 1993년 6월부터 미국 등재 시스템 수는 절반에 가까운 232대였다. 이후 증가세가 이어져 2005년 11월엔 전체 61% 비중인 305대를 기록했는데 이후 감소세다.

다만 미국의 시스템 성능 총합이 나머지 국가를 압도한다는 점은 그대로다. 2005년 11월 등재된 305대 시스템 성능을 다 더하면 약 1571TFLOPS(68.3%)로 세계 1위였다. 이번 199대 시스템의 성능 합계도 약 17만2582TFLOPS(39.8%)로,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단독 선두다.

톱500 리스트 통계 기반으로 그려진 중국, 미국, 일본, 한국, 4개국의 슈퍼컴퓨터 보유 추이 그래프.

일본은 1993년 6월 목록에 115대를 차지하며 위력을 과시하고 1994년 11월까지 3회 연속 100대 이상을 유지했지만, 이후 일본의 등재 시스템 수는 계속 2자리수에 머물렀다. 2009년 6월 15대로 급감했던 수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이번에 37대가 됐다. 전성기를 지났다는 느낌이다.

일본의 저력은 시스템당 성능이다. 2005년 11월 등재된 20대 시스템의 성능 총합(비중)은 약 131TFLOPS(5.7%)로 세계 4위였다. 이번엔 37대 시스템의 성능 총합이 약 3만8439TFLOPS(9.1%)에 달한다. 등재 시스템 수가 세자리인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시스템도 첫 톱500 리스트부터 꾸준히 등재됐다. 시작은 3대였다. 이번엔 10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다. 다만 지난 2004년 6월(6대)를 떼어 놓고 봤을 경우 2001년 11월(16대)부터 2005년 6월(14대)까지 10대 이상을 유지할 때가 한창이었다.

최근 한국도 진전을 보였다. 10년전 톱500 목록에 등재된 한국 슈퍼컴퓨터 시스템 7대의 성능 총합(비중)은 약 32TFLOPS(1.4%)로, 세계 9위에 해당했다. 이번엔 시스템 10대의 성능 총합은 약 7187TFLOPS(1.7%)로 집계됐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8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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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톱500 리스트에 집계된 주요국 슈퍼컴퓨터 성능 총합을 시기별로 시각화한 그래프. 199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번씩 46번 발표된 목록의 등재 시스템 성능 총합의 비중을 백분율로 환산해 만든 그래프다.

이 진전은 기상청이 올해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도입, 시범 운영 중인 4호기 슈퍼컴퓨터 '누리'와 '미리'가 29위와 30위로 진입한 덕택이다. 미국 제조사 크레이의 인텔칩 기반 시스템 'XC40'으로 만들어진 두 시스템은 각각 2396TFLOPS 성능을 내, 한국 총합의 과반을 맡고 있다.

누리와 미리뿐아니라 지난해 도입된 '우리'도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에 포함돼 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44번째로 공개된 톱500 목록에 148위로 진입했다. 다만 346TFLOPS 성능을 내는 이 시스템의 순위는 지난 6월 45번째 목록에선 191위, 이번엔 284위로 빠르게 밀려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