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사업계획서의 조건

전문가 칼럼입력 :2015/11/16 09:28

이정규 dominiclee@naver.com

바야흐로 사업계획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때가 되면 기획실은 분주해진다. 스프레드시트와 표준양식을 배포하여 부서별 사업 계획을 받아 모으고, 예산에 대한 배분을 논의한다. 전통적인 사업계획은 확실성하의 계획 과정을 따른다. 확실성하의 계획작업은 미래 환경이 과거와 같은 연장선이라는 가정이 숨어 있다. 입력이 예전과 같으니, 출력도 예전과 비슷한 결과로 얻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좀 모자라는 경영자의 행태도 이와 같다. 사업계획의 말미에 여러가정을 전제로 한 추정재무제표를 붙이도록 요구한다. 대개의 사업계획서는 장미빛 미래이다. 5년안에 시장 점유율이 최소 몇십%에 이를 것이고, 매출 역시 몇십배 성장이 예측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단의 그룹은 사업계획 무용론을 외친다. 대개는 스타트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특히 기술창업 기업은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 한다. 그러하니, 고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슨 추정재무제표가 필요한가 반문한다. 스타트업은 누가 관심을 보이는가, 그리고 누가 기꺼이 지갑을 여는 잠재고객인지를 찾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명의 고객이 눈물나게 고맙고, 이들의 입소문을 기대한다. 고객 반응을 살펴 지속적으로 상품의 콘셉트를 바꾸며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한다. 그래서 플랜 A, B, C, D...로 비즈니스 모델은 조삼모사로 거듭 바뀐다. 그러니 1년 사업계획은 의미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장검증을 빠르게 해야하는 벤처기업이라도 시장 학습을 위한 계획서는 작성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시점에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회사는 미션(사명), 비전, 가치가 모호해서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이다. 난감하다. 창업자가 오래 전에 만든 선언이라면 손을 대기도 어렵다. 사명-비전-가치가 모호하니 사업계획서도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철학의 세계처럼 사업계획에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션-비전-가치는 형이상학이다. 사물의 본질 즉 원형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논의하는 것은 형이상학이니, 미션-비전-가치에 대한 선언이 이에 해당한다.

먼저 형이상학적 내용부터 살펴보자. 회사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가면 어김없이 조직의 미션-비전-가치가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성한 곳은 많지 않다. 아래는 세가지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작성한 나름의 정의이다. 선포된 미션-비전-가치를 아래 정의에 기초하여 검증하면 적절치 않은 표현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비전은 언제 달성될지도 분명치 않은 모호한 설명이 대부분이고, 미션과 가치와 차이점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만들어진 선언문이 미션에도 넣어도 될 것 같고, 가치에 넣어도 될 것 같다면 잘 쓰여진 글귀라 할 수 없다. 이 설명이 여러분들의 이해도를 높이기를 기대한다.

-'미션'은 내가(조직이) 태어난 이유이다.

-'비전'은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의 바람직한 나(조직)의 모습이다.

-'가치'는 내가(조직이) 사라지면 아울러 세상에서 없어져 버리는 고유하고, 유용한 나(조직)의 쓸모(원질)이다.

미션-비전-가치는 매년 바뀌지 않은 회사의 본질적인 원형이다. 반면, 매년 새로이 수립되고 모색해 나가는 사업계획은 형이하학적 모형이다. 측정가능한 자원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대개 사업목적(혹은 목표)에서 시작하여, 사업전략, 주요 실행 프로그램(활동) , 장애요인, 지원 요청사항의 논리적 흐름을 따라간다. 이에 대한 설명을 아래와 같이 풀어 본다.

-'목적'은 조직 전체의 질적이고 양적인 성취 항목으로 미션-비전-가치의 실현을 지향한다. 때로는 목표와 혼용되는데, 목적을 좀더 상위개념으로 보는 것을 권고한다. “목표”는 하부 부서의 질적이고 양적인 성취 항목으로, 부서별로 다를 수 있고 1년을 넘지 않는 기간에 달성되어야 한다.

-'전략'은 목적(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주요한 방편이다.

-'주요 실행 프로그램'은 전략을 수행하는 세부단위로서 동질적인 속성을 가진 사업활동의 묶음이다.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오너가 있어야 하고, 시작과 끝의 시점과 성과목표가 있어야 한다.

-'장애요인'은 주요 프로그램을 원활히 수행하기에 극복해야할 장벽이다.

-'지원요청사항'은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하여 동료나 상사에게 요청하는 자원의 목록이다.

연말 연초의 시기가 돌아오면 팀장, 부서장들이 사업계획서 작성에 부담을 가진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1년동안 들여다 보지도 않는 일도 많지만, 이러한 의미없는 문서작업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사업계획서는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연초의 계획대비 실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학습하는데 필수적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중요한 지적자산이 되며, 여러사람이 같이 일하는 경우 목적과 역할의 의사소통하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사업계획서를 올려놓고 부서 간 토의가 진행되면, 서로 간의 이견으로 미팅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사업계획서의 기초가 되는 정책(Policy)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아서 발생된다. 사업계획의 착수 이전에 정책방향을 합의하거나 설정해 놓은 경우 이러한 논쟁은 말끔히 정리될 수 있다. 정책이라 함은 결국 자산활용처의 우선순위를 사전에 설정해 놓는 것이다. 만들어진 정책은 사업계획의 모든 항목을 통제한다. 정치담론으로 보면 분배를 우선으로 할지, 성장을 우선으로 할지의 정책방향이 예산배정을 통제하는 것과 같다.

만들어진 사업계획서에 따라 좋은 사업성과가 달성되는 것은 관리자의 역량에 달렸다. 그러므로 기획 자체의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며, 항상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한 검증 방법으로 아래의 3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전년도 시사점으로 상의하달식으로 확인 하는 방법

보통 사업계획서의 앞부분은 전년도 사업을 통해 학습한 내용(Lessons Learned)이 작성된다. 그외에서 시장 환경과 같은 환경 분석의 내용이 들어간다. 전년도 학습내용에서 유추된 시사점은 반드시 금년 사업계획의 전략에 반영되어야 의미가 있다. 학습내용에 "모바일 인력 보강이 필요함"이라고 언급하여 놓고, 금년도 사업전략에 인력보강 전략이 빠져있다면, 배운 것 따로 실행 따로의 사업계획이 된다.

SWOT으로 상의하달식으로 확인하는 방법

SWOT는 기업의 내부역량(강점, 약점), 외부환경(기회, 위협)을 검토하는 좋은 분석 툴이다. SWOT에서 분석한 내용은 차기 사업계획의 전략 부분에서 반영되어야 한다. 즉, 자사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강하고, 외부기회를 발굴하고, 위협을 회피하는 전략이 포함 되어 있어야 한다. SWOT에서 ‘강약기위”를 분석해 놓고서는, 내년도 실행 전략에 연관된 내용이 빠져있다면 사업계획은 엉성하게 기획된 것이다.

지원요청사항으로 하의상달식으로 확인하는 방법

관련기사

마지막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검증 방법은 지원요청사항을 이용하여 확인하는 법이다. 사업계획이란 결국 현재의 모습을 정의하고, 미래의 가고자 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How를 설명하는 문서이다. 그러므로 논리적 목차는 목표 ->전략 ->실행 프로그램(또는 활동) ->장애요인 ->지원 요청사항으로 작성된다. 지원요청사항 A 는 장애요인 A'를 없애기 위해 필요하다. 만약 장애요인 A가 없어지면 실행 프로그램 A가 원활하게 완성되어,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사업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지원요청사항은 부서 내에서 자력으로수행할 수 있는 일은 기재할 필요가 없다. 상급부서장이나 타 조직이 도와야 할 일만 기재하면된다. 논리적 오류는 전략, 실행프로그램, 장애요인과 논리적으로 매칭 되지않는 지원요청사항이다. 지원요청사항은 결국 기업 자산(시간, 자금, 설비 등)의 투자항목이 될 것이다. 장애요인과 매칭되지 않은 지원요청사항은 결국 임의로 집어 넣어다는 뜻이 된다. 이는 전략과 연결되지 않은 부분이니, 비효과적인 투자항목이 될 위험이 있다. 지원요청사항에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이에 대한 장애요인과 실행프로그램과의 연관성이 없다면 제대로된 계획서가 아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