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무선충전 기술 경쟁, 주방·자동차까지 점령

15W 미드파워 상용화…무선믹서기 가능한 2kW 규격 개발 중

홈&모바일입력 :2015/11/12 15:36

정현정 기자

선(線) 없이도 유선 충전과 비슷한 수준의 속도로 충전을 완료할 수 있는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무선 전기주전자나 무선 믹서기처럼 주방 가전들에도 무선충전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메노 트레퍼스 국제무선전력컨소시엄(WPC) 회장은 12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무선전력 컨퍼런스에서 "15W(와트) 규격의 무선충전 규격 개발이 완료됐으며 조만간 제품이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충전 기술의 대중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유선충전기와 비교해 느린 속도 때문에 사용편의성에서 뒤처진 상태였다. 현재 대부분 무선충전 기기의 최대 출력은 5와트 수준으로 출력을 15와트까지 끌어올린 중전력(mid-power) 규격 제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더 나아가 모바일 기기 뿐만이 아니라 모터를 구동시키거나 열을 발생시키는 가전 제품에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출력을 2kW(킬로와트) 수준으로 높인 하이파워 규격에 대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LG전자는 무선 전기주전자와 무선 믹서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WPC의 대표 회원사 중 하나로 이번 행사를 주관한 LG전자의 이정준 연구위원은 "유선충전과 거의 비슷한 속도를 내는 15와트 기술 개발은 완료된 상태로 몇 개월 내에 시장에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2킬로와트 출력을 갖춘 제품도 표준화 작업만 이뤄지면 바로 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무선충전 기술의 대중화가 급격히 이뤄진 해로 지난해에 비해 관련 시장이 200%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무선충전 모듈을 본체에 내장한 첫 스마트폰인 갤럭시S6를 시작으로 갤럭시노트5에 무선충전 기술을 적용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트레퍼스 회장은 "올해는 무선 전력이 주류로 자리잡은 해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원거리 충전이 가능하게끔 하는 기술과 놓는 위치를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기술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더 높은 충전 성능으로 이동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12일 무선전력 컨퍼런스에서 시연한 차량용 무선충전 패드와 디스플레이. 블루투스를 통해 충전과 기기 관련 정보를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표출해준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커지는 시장 규모에 맞춰 무선충전 업계에서는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WPC가 주도하는 치(Qi) 표준과 함께 AT&T,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등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또 다른 자기유도방식의 파워매터스연합(PMA) 진영, 삼성과 퀄컴이 이끄는 자기공명방식의 무선충전연맹(A4WP)을 중심으로 기술 표준화 경쟁이 이뤄졌다.

WPC가 주도하는 자기유도방식은 전력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을 송수신할 수 있는 거리가 1~2cm 내외로 매우 짧다는 한계가 있다. A4WP의 리젠스(Rezence) 규격이 대표적인 자기공명방식은 전력 도달 거리를 1.5m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이상적인 기술로 꼽히지만 효율성과 인체 안전성 등의 문제로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는 LG전자, 벨킨, 프리스케일, 하이얼, HTC,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등 200여개 업체를 회원사로 보유한 WPC의 Qi 표준이 대표적인 무선충전 표준 역할을 해왔다. Qi 표준은 현재 80종 이상의 스마트폰과 23개 자동차를 비롯해 1억5천만개 기기와 호환이 가능하며 적용범위도 자동차와 가구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PMA와 A4WP가 합병해 회원사 195개 수준의 '에어퓨얼 얼라이언스(AirFuel Alliance)'라는 이름으로 출범하면서 WPC와 정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합병 컨소시엄 출범을 계기로 자기공명 방식의 기술 상용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 업계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퓨얼과 WPC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다.

트레퍼스 회장은 "자기유도와 자기공명은 완전히 다른 방식이 아니라 동일한 원리를 가진 유사한 방식의 기술"이라면서 "근접 충전하면 Qi 방식을 이용하고 거리가 조금 더 멀어지면 알아서 자기공명 방식으로 전환되는 충전기도 이미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준 연구위원도 "자기유도나 자기공명의 기술적 원리는 동일하다"면서 "어느 방식이 더 유리한지는 소비자에 판단에 따라 대응할 것이며 이에 대한 기술적인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PC는 현재 가정을 중심으로 형성된 무선충전 시장이 향후 차량, 사무실, 공공장소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로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도요타, BMW, 닛산, 아우디 등이 차량 내 Qi 표준 무선충전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우디는 내년에 새롭게 출시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에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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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빠르게 이뤄지는 기술 개발 속도에 맞춰 법 제도와 기술 표준 마련을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특히 출력을 2킬로와트까지 끌어올린 무선충전 기술이 등장하면 이에 상응하는 기술 표준이 마련돼야하며, 무선 전력 송신 과정에서 다른 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강력한 기술 규격도 필요하다. 인체에 미치는 전자파 영향과 관련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시장 확대를 위한 시범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나오고 있다.

김남 충북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한림포스텍, 코마테크 같은 회사들이 무선충전 기술을 리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표준화 회의가 열릴 수 있는 것도 이런 선도적인 업체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관련 법제도와 기술 규격, 주파수, 시범서비스를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으로 서울에 관련 인프라 깔고 무선충전 붐을 일으키면 시장에 굉장한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