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IT기업 협력사, '국산서버 공공우대' 재차 반대

중기청에겐 대중소상생보다 어려운 중소기업 간 상생?

컴퓨팅입력 :2015/11/10 17:05    수정: 2015/12/04 11:50

외국 IT업체와 협력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국산 서버, 스토리지를 공공시장 우대품목으로 삼지 말라며 재차 집단 행동에 나섰다. 자신들처럼 HP, 델 등을 비롯한 외산 장비 유통과 응용기술제품 공급을 업으로 하는 군소 업체들의 타격이 클 거란 우려에서다.

IT솔루션 개발 및 공급업체 에임투지는 이달초 중소기업청에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를 연내 결정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자신과 같은 의사를 표명한 국내 중소기업을 포함한 211개 회사의 연명부를 작성해 함께 전했다고 덧붙였다.

중기청이 어떤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면, 그 품목을 써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일단 국산제품 사이에서 골라야 한다. 외산제품을 배제한다는 얘기다. 현재 서버와 스토리지도 이런 품목으로 지정돼야 하느냐를 놓고 중기청에서 검토 중이다.

공공부문에선 그간 외국업체 장비를 쓰는 비중이 훨씬 높았다. 경쟁제품에 서버와 스토리지가 포함되면 몇 곳 안 되는 국산장비 제조업체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커 보인다. 지난해 국내 공공조달 시장규모를 보면 서버는 764억원, 스토리지는 632억원 가량으로, 더하면 연간 1천400억원에 다소 못 미친다.

국산장비업체에 혜택이 되는만큼 외산장비를 취급하는 사업자들에겐 부담이 생긴다. 외산장비 취급업체 중 몇몇 유명 총판사는 HP, 델, IBM, 레노버 등 외국 제조사 부럽지않은 매출 규모를 자랑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업체는 흔한 중소기업에 속한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소도시 업체에는 '영세하다'는 표현도 붙는다.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며 중기청에 제출된 연명부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이, 대개 이런 영세한 작은 기업들이라는 게 에임투지 측 설명이다. 에임투지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은 '외산업체 협력업체 일동'이라는 명의로 작성한 반대의견서를 지난 3일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 직접 방문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저희 생존이 달려있고 사활이 걸린 심각한 문제라 반대 의견서 및 연명부를 제출한다"면서 "(경쟁제품 지정시) 몇몇 국내 서버조립회사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또 다른 수 많은 중소기업 (최소 500개 이상)들은 막대한 매출 피해, 도산 및 일자리 감소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산IT장비가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제도 취지와 상충하는 부작용만 낳고, 정작 이걸 추진하는 입장측 얘기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외산기업 협력업체들은 단순한 유통 외에 하드웨어와 맞물리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 판매, 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관련 인력, 기술력 확보에 힘써 왔다. 정책이 시행되면 하드웨어 유통 외에 자체 소프트웨어 사업도 타격을 입는다. 또 국내 조립서버는 외산대비 소프트웨어 인증이 취약하다. 호환성 확보 비용 부담이 더해지고, 수출을 위한 인증 획득도 어렵다. 그리고 외산업체는 유사시 문제해결 지원체계가 잘 잡혀 있다. 국산업체들은 국가A/S전국망으로 이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하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국산장비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해달라는 쪽은 한국컴퓨팅산업협회라는 민간협력체와 이를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을 신청해 중기청 심사를 받았는데, 당시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은 최종 탈락했다. 당시 지정신청 내용을 둘러싼 문제에 현업관계자들의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고, 그때도 에임투지와 지니텍같은 외산업체 파트너들이 나서서 지정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 재개된 지정 신청 절차에서도 큰 흐름은 작년과 비슷하다. 신청 후 공청회 때부터 반대 여론이 크게 일었고 집단 행동도 발생했다. 이번에도 이달중 중기청에서 구성하는 심의위원회의 검토가 최종 변수다. 결과는 이달 확정돼 이르면 월말 늦어도 연내 발표된다.

이트론, 태진인포텍, 이슬람코리아 등 10여개 국내 업체가 회원사인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측은 올해 국산장비의 경쟁제품 지정을 재신청하는 시점에 당시 미흡하다고 지적된 기술지원체계, 제품 안정성과 호환성 등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산업체 국내협력 중소기업들의 들의 부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협회를 지지하는 미래부는 어떨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중소기업간의 갈등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대두됐고, 일부 갈등요소는 IT산업의 소프트웨어 업종과 하드웨어 업종간 마찰이 분명한데도,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 사안에 별 고민이 없어 보인다. 미래부는 중기청의 부처 의견 수렴 단계도 그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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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정보통신산업과 ICT장비산업육성 담당 장영호 사무관은 "지난달 27일로 중기청의 경쟁제품지정 관련 부처간 의견수렴은 끝난 것으로 알고 있고, 미래부 입장은 지정을 신청한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의 의견으로 갈음하는 차원에서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쟁제품 지정여부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중기청에서 주요 가치로 내건 '상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주목된다. 아무래도 대기업이 양보하고 중소기업이 받아들이는 대중소상생보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조율하기가 훨씬 까다로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