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C 활동 보면 삼성 미래먹거리 보인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혁신 DNA 이식 중

홈&모바일입력 :2015/11/06 15:35    수정: 2015/11/09 11:05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선보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성공과 함께 최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수를 주도한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한 삼성페이 흥행에는 GIC가 올해 초 인수한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의 핵심기술 마그네틱보안전송(MST)으로 구현한 범용성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최근 삼성이 삼성종합기술원과 DMC연구소 등 선행기술 연구 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투자는 삼성의 미래 성장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주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이 GIC 등을 통해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보안(Security) ▲사물인터넷(IoT) ▲전자상거래(e-commerce) ▲디지털헬스 등 분야의 업체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1등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기술력 날개 단다

지난 2013년 5월 설립된 GIC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와 팔로알토, 뉴욕, 이스라엘 텔아비브 그리고 수원 등에 거점을 두고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와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내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은 GIC 외에도 삼성벤처투자와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꼽을 수 있다. 1999년 설립된 삼성벤처투자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벤처캐피탈에, GIC 보다 1년 앞서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소속 SSIC가 반도체 분야 하드웨어 신기술 투자에 보다 집중한다면, GIC의 목적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에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접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찾는 것이 임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까지 강화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은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장은 최근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글로벌삼성투모로우와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세심한 통합에 미래가 있다”면서 “이는 곧 스타트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GIC를 이끌고 있는 한국계 2세인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구글 콘텐츠파트너십 총괄 부사장과 타임워너 자회사인 AOL의 미디어·스튜디오 부문 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삼성에 영입됐다. 데이비드 은 수석부사장과 함께 브렌든 김 상무(VP)도 GIC의 주요 인물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GIC에서 전략적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2013년 GIC에 합류하기 전 알토스벤쳐스(Altos Ventures)에서 근무했다.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센터장이 뉴욕 액셀러레이터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진=삼성투모로우)

■삼성이 선택한 기업들 면면 보니…

GIC는 크게 ▲혁신기업 인수 ▲전략적 투자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인큐베이션 등 방식으로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데이터 기업인 미국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GIC가 인수하거나 투자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8곳이다. 가장 최근 이뤄진 인수가 올해 4월 미국 루프페이 인수로 삼성 측은 인수대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2억5천만달러(약 2천800억원) 가량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프페이가 보유한 MST 기술은 최근 한국과 미국에 출시된 삼성페이 서비스에 핵심 기능으로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이뤄진 스마트싱스(SmartThings) 인수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워싱턴DC에서 출발한 스마트싱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스마트홈 허브를 통해 여러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인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오는 2017년까지 삼성 제품의 90%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무대에는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싱스 대표이사가 함께 했다.

GIC는 이밖에도 여러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에 ‘씨드머니’를 대는 초기투자부터 제품 출시를 돕는 시리즈A 투자가 주류를 이룬다. 하나의 기업당 투자금액은 평균 25만달러에서 300만달러에 이른다. 가장 최근 투자한 ‘비카리우스(Vicarious)’는 미국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업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인공지능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킨진(Kngine)’에 투자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콕스오토모티브, 콘티넨털ITS, 에스틸리그룹 등과 함께 미국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 빈리(Vinli)에 65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스마트카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4월 1천만달러를 투자한 유니키(Unikey)는 스마트폰을 만능키로 만들어주는 잠금장치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기업 인수나 자본 투자 외에도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운영 중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도 나서고 있다.

GIC 소속 액셀러레이터 기업 중 가장 대표적인 퍼치(Perch)는 가전제품을 실시간 홈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며 지난달 퍼블릭 베타를 출시했다. 이밖에 사진 정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얀(Yarn), 음성인식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 스칼렛(Scarlet), 센서와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 하버(Harbor), 손 메모를 디지털화시켜주는 디스틸드랩스(Distilled Labs) 등이 GIC 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한 기업이다.

GIC 외에도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올해에만 사물인터넷 관련 센서 기술 보유 업체인 ‘얼리센스’, 혈당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글루코’, 개인 건강관리 플랫폼 ‘다카두’, 사물인터넷용 센서 네트워크 업체인 ‘필라멘트’ 등 업체에 투자했다. 일부 기업은 삼성전자 현지법인이 직접 인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를 개발한 엠스팟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 캐나다의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 등이 삼성전자가 직접 지분을 인수한 케이스다.

삼성전자가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통해 인수하거나 투자한 스타트업 (자료=크런치베이스)

■IoT·인공지능·가상현실·헬스에 답 있다

삼성이 인수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은 크게 ▲가상현실 ▲인공지능 ▲보안 ▲사물인터넷(IoT) ▲전자상거래 ▲디지털헬스 등 분야로 분류된다. 이는 곧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과도 직결된다. 기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스마트폰 ▲반도체 ▲TV·가전 등 크게 세 축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고 스마트폰과 소비자가전 분야는 시장 성숙에 따른 성장률 저하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해부터 이건희 회장을 대신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성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스마트홈을 필두로 한 스마트헬스, 스마트카 등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헬스케어와 보안 역시 삼성전자가 미래먹거리로 주력하고 있는 기업간거래(B2B) 분야에 핵심 솔루션이다.

인공지능 분야도 최근 삼성이 관심을 크게 가지는 분야다. 많은 전력이나 데이터 소모 없이도 기계가 마치 뇌를 가진 인간처럼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해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기능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접목하면 보다 개인화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관련기사

마크 세드로프 GI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GIC는 주로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 사업을 창출하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역량을 끌어올릴 수 기업들을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보통 벤처캐피탈들은 회사를 상장시키거나 인수합병 하는 방식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에 나서기 위한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한다”면서 “삼성의 경우 기존 벤처캐피탈과는 달리 기존 사업과 시너지 낼 수 있는 방향을 가장 중요하게 고민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