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아이태니엄 유닉스에 계속 투자"

분할 후에도 사업 지속 예고

컴퓨팅입력 :2015/11/05 10:46    수정: 2015/11/05 11:12

HP가 인텔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아이태니엄 기반 유닉스 서버 사업을 지속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기존 로드맵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당초 알려진 만큼 이행하겠다는 선에 그친 발언이라, 신형 아이태니엄 칩을 품은 HP유닉스는 등장하기가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HP는 이달부터 PC와 프린터를 파는 HP인코퍼레이티드(HP Inc., 이하 HPI)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를 공급하는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이하 HPE)로 공식 분리됐다. 몸집을 줄여 각자 주특기에 집중, 혁신 속도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용 하드웨어 사업 부문에서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 아이태니엄 유닉스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본사 임원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지난달 공식 법인 분리 전인 한국HP가 국내 HPE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한 케이씨 초이(KC Choi) HP 부사장이다. 그는 분할 이후 HPE 솔루션 및 기술 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본사의 글로벌 솔루션 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 부문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관련기사: 한국HP "당장 구조조정 계획 없다"]

HP가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로 분리 출범하면서 쓰게 된 공식 로고. 기존 파란색 원형 로고는 프린터와 PC 사업을 맡는 HP인코퍼레이티드가 쓰기로 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전반적인 HPE 전략의 밑그림을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에 자사 유닉스 서버 사업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의 후속 개발 계획이 불투명한데 그걸 탑재한 HP 유닉스 서버 제품 사업이 계속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에 답하면서다. 사실 답변에서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없었다. 이런 식이다.

"인텔 아이태니엄 (기반 HP 유닉스 서버) 로드맵을 2년 정도 더 갖고 있다. 운영체제(OS)에 더 투자해서 이 로드맵에 따라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서버 분야 역시 앞으로 더 진화한다. '소프트웨어 정의' 및 스케일아웃(수평 확장) 역량으로, 어떤 애플리케이션과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거기에 맞춰서 인텔 플랫폼을 계속 연구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HP 유닉스 서버는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 칩을 쓴다. 아이태니엄은 원래 x86 프로세서보다 고성능 시스템을 겨냥했는데 서버 시장에선 오히려 x86 프로세서 '제온(Xeon)' 시리즈가 더 인기를 끌었다. 인텔은 아이태니엄 사업에 소홀해졌다. 인텔이 4년 전에 마지막으로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늦어도 연내 '킷슨(Kittson)'이라는 신형 아이태니엄 칩이 출시돼야 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관련기사: 인텔, 아이태니엄 버리나…'32nm 공정 유지']

[☞참조링크: 올 3분기까지 유효했던 2015년 상반기 인텔 프로세서 로드맵]

HP가 3년전에 출시된 킷슨 이전 세대 칩, 코드명 '폴슨(Poulson)' 기반의 유닉스 서버 '슈퍼돔2'를 팔고 있지만, 인텔이 킷슨을 내놓지 않으면 HP는 더 이상 슈퍼돔 후속 모델을 못 만들게 된다. 사실 HP도 이런 사태를 대비해 작년말 '슈퍼돔X'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슈퍼돔X는 기존 슈퍼돔 시리즈와 달리 x86 칩인 제온 프로세서를 품은 서버다. HP유닉스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x86 서버로 넘어간 셈이다.

2015년 3분기까지 유효했던 인텔의 2015년 상반기 프로세서 로드맵.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라인 중 맨 윗줄에 아이태니엄 칩 계획이 제시돼 있긴 하다.

초이 부사장도 본사의 주력 분야는 더 이상 아이태니엄 기반 유닉스가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답변 중에 SAP 인메모리 어플라이언스 HANA같이 슈퍼돔X 시스템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이태니엄 유닉스만을 지칭했던 슈퍼돔 브랜드를 넘겨받은 슈퍼돔X 기반의 제품 사업에 건 기대가 더 크게 읽힌다. 그 부분을 옮겨 본다.

"시장에서 슈퍼돔이 다시 많이 채택되고 있다. SAP HANA같은 대규모 워크로드에 적합하다. 대형 인메모리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시장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 로드맵에 강력하게 투자할 여지가 많고,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나 증권거래 업무, 통신서비스 환경에 요구하는 능력, 가용성을 갖춰나갈 것이다. 이 역량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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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임원 발언과 그간 정황에 비춰볼 때 HP의 유닉스 서버 사업은 대충 이렇게 정리된다. HP는 슈퍼돔2 사업을 현상유지에 집중하면서, 그만한 성능과 안정성을 요하는 시장에는 슈퍼돔X 서버를 제시할 여지가 많다. 당초 경쟁사 유닉스를 대체하는 리눅스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게 1년전 슈퍼돔X 출시 때 HP 측의 입장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자신들의 아이태니엄 유닉스도 대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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