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EMC 670억달러 인수, 감수할만한 위험"

마이클 델 CEO의 웹서밋2015 현장 발언

컴퓨팅입력 :2015/11/04 10:07

델의 수장이 67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입키로 예고한 EMC 인수 계획에 대해 '감수할만한 위험(a risk worth taking)'이라는 언급을 남겨 주목된다.

4일 미국 씨넷은 최근 오하이오주 더블린에서 열린 웹서밋2015에 참석한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참조링크: Yes, says Michael Dell, even a $67B takeover is a risk worth taking]

마이클 델 CEO

지난달 델은 EMC를 67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클 델, MSD파트너스, 실버레이크, 테마섹 등의 자본금, 금융권 대출, 현금, 트래킹 주식 발행 등으로 인수 자금이 마련될 예정이다. 대규모로 외부 협력 자금을 동원하는 인수 작업은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EMC는 인수합병을 위해 주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규제당국의 승인을 거칠 예정인데 내년 5~10월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델과 파트너들은 통합 법인의 70% 지분을 갖게 된다. 기존 EMC 주주들은 주당 현금 가격과 그 주당 VM웨어 트래킹주식 가치를 환산해 주당 약 33.15달러를 받는다.

델과 EMC 합병으로 업계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것을 예측하긴 어렵지 않다. 양사의 사업 영역을 합치면 기업 데이터센터용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통합인프라, 보안, 가상화, 모바일 기술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회사가 탄생한다. 따라서 이는 두 회사와 경쟁 및 협력하던 기업들에게도 파급력이 큰 변화다.

[☞관련기사: '세기의 빅딜' 델, EMC 670억달러에 인수]

델 CEO는 인수 계획을 공식 발표한지 3주쯤 흐른 지난 3일 진행된 기술컨퍼런스 웹서밋 행사장에 참석해 EMC 인수에 관한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리스크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게 흥분되고 기쁘다. 회사가 커질수록 그 경영자들의 관점에선 리스크를 일종의 기피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해한다. 하지만 혁신을 원하고 새로운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은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대규모 합병을 단행하는 델은 최근 사업 부문별로 집중하기 위해 조직을 분할한 경쟁사 HP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HP는 기존 조직에서 PC 및 프린터 사업을 HP인코퍼레이티드(HP Inc.)라는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나머지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사업을 맡는 조직을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라는 법인으로 세우는 분할 계획을 실행했다.

[☞관련기사: 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 HP에서 분리 출범]

[☞관련기사: 한국HP "당장 구조조정 계획 없다"]

HP가 기업 분리를 앞둔 지난달말 향후 HPE 조직의 사업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방한한 본사 임원도 EMC와 델의 합병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HP로드쇼 미디어브리핑에 참석한 글로벌솔루션아키텍처 및 엔지니어링부문 총괄 담당, 케이씨 초이(KC Choi) 부사장 발언이다.

"EMC와 델 합병은 670억달러 대규모 인수 사례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중요 사건이다. 지난 2년간 (기업 분리를 위한 체제) 전환 과정을 거친 HP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인수 경험에 비춰볼때 (델에게)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지금은 업계 자체의 변화가 큰 시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변화가 가시화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듯하다. 비상장기업(델)과 상장기업(EMC)간의 재무적 거래인 만큼 복잡성이 높다."

사실 델은 인터넷에서 PC를 파는 회사로 시작했다. 그러다 기업용 서버 컴퓨터도 팔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장비와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영역을 키웠다. 시스템 인프라 및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 부문도 갖고 있다. 상장사로서 주주들에게 시달리는 일을 끝내기 위해 2년 전엔 상장폐지도 감행했다.

[☞관련기사: 델, 249억달러 내고 상장폐지]

이후 델은 소비자시장보다는 기업시장에 더욱 주력하는 추세다. 분기별 서버 판매 실적은 매출 기준으로 HP에 이어 세계 2위다. 일반 기업용 데이터센터 사업뿐아니라 성장이 뚜렷한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그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전략을 확장해 왔다.

델 CEO는 "기업 컴퓨팅(업계 흐름)은 단순히 낡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재발명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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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은 기업들에게 컴퓨팅 장비를 더 효율적이며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게 만들면서 사물인터넷, 로봇과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과 컴퓨팅 기기간 상호연결 등 신규 영역으로의 확장까지 돕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몇년 전 구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제품을 내놨던 모바일 사업은 델에게 실패의 쓴맛을 안겼지만 PC 사업은 11분기 지속 성장을 거두면서 델의 전체 사업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