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 “T맵 증거, 일일이 대응않겠다"

“DB 삭제는 확실…법원에서 입증할 것”

인터넷입력 :2015/11/04 09:22    수정: 2015/11/04 11:12

SK플래닛이 새로 제시한 ‘김기사’의 ‘T맵’ 지식재산권 침해 증거 자료에 대해 카카오와 록앤올 측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기사에서 T맵 데이터베이스(DB)를 명백히 삭제한 만큼, 이를 둘러싼 계속된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SK플래닛은 카카오 자회사 록앤올이 김기사가 티맵 DB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사용 계약 기간 종료 후 13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제공했고, 여러 차례 삭제를 요청했으나 록앤올 측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제소했다는 게 SK플래닛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SK플래닛은 김기사에 T맵 정보가 사용되고 있는 여러 단서들을 제시했다. ‘디지털 워터마크’라고 해서 T맵의 일부 지명이나 지도를 일부러 틀리게 표시했는데, 이 같은 표시가 김기사에서 다수 발견된다는 것. 회사는 해당 자료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고, 또 이 중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성응교'라는 지명이 삽입됨. T맵과 김기사 모두에 표출됨.
타사 지도에는 없는 'V' 표시가 T맵과 김기사에만 공통적으로 표출됨.

지난 3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 때만 해도 록앤올 측은 “화면 분석 시점이 계약 종료 이전일 수 있고, 지명 표기 오타가 디지털 워터마크라는 주장 자체가 억지”라고 반박했다.

또 “오타 표기가 워터마크라고 하더라도 일부러 사용한 것이 아닐 뿐더러, 구글과 같은 공개된 지도 서비스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지도 구축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의 일치”라면서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들도 다 공개된 지도 자료를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보이던 록앤올 측은 SK플래닛 측이 제시한 새로운 증거 자료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피했다. 단순히 오기된 지명 정도가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 하지 않는 지명이 똑같이 사용됐고 지도 이미지에 의도적으로 그려 넣은 ‘V' 표시까지 정확히 일치하자 해명을 중단했다.

기자회견 때 밝힌 “우연의 일치”, “구글과 같은 공개된 지도 참고”와 같은 해명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플래닛 소송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

카카오 측은 “T맵 DB를 전체 삭제했다는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으로 꼬리물기 하는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SK플래닛의 워터마크 자료들이) 타당한 증거라면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날 것”이라면서 “육안으로도 두 지도가 다를 뿐 더러, 서로 다른 부분이 무수히 많음에도 지극히 적은 유사점을 갖고 문제 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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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록앤올은 2011년 1월 SK플래닛과 전자지도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3월 김기사를 출시했다. 이후 양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오다 지난해 8월을 끝으로 계약 관계를 끝냈다. 대신 SK플래닛 측은 T맵 DB 삭제를 위해 총 13개월의 유예기간을 록앤올 측에 제공했다.

반면 록앤올 측은 계약 기간 중 부당한 기술정보 요구와 가격인상 등의 압박이 있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