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김기사' 진실공방…"워터마크, 우연일까?"

SKP 새 증거물 잇따라 제시...록앤올 해명 '급선무'

인터넷입력 :2015/11/03 17:16    수정: 2015/11/03 18:15

록앤올의 ‘김기사’가 경쟁사인 SK플래닛의 ‘T맵’(SK플래닛)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양사간 진실공방 게임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SK플래닛이 소송전을 선언한지 하루만에 록앤올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계약 종료시점에 맞춰 T맵 데이터베이스(DB)를 전부 삭제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SK플래닛 측이 저작권 침해 증거 자료들을 하나씩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김기사측에서 명확한 해명이 요구되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 2일 록앤올을 상대로 'T맵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록앤올이 계약 종료 후에도 T맵 DB를 김기사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사용중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서, 록앤올도 3일 기자 회견을 열고 SK플래닛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는 등 법률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이 날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김기사가 T맵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적이 없다”면서 “SK플래닛의 소송은 대기업이 벤처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타사 지도에는 없는 'V' 표시가 T맵과 김기사에만 공통적으로 표출됨.

■SK플래닛 인수제안 불발, 무리한 가격인상 있었나?

록앤올은 2011년 1월부터 SK플래닛(당시 SK M&C)과 전자지도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3월부터 김기사를 서비스 했다. 이듬해 여름에는 SK플래닛이 록앤올에 인수합병을 제안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결렬됐다.

문제는 이 무렵부터 발생했다. SK플래닛 측이 지도 제공 중단 공문을 발송했기 때문인데 이를 놓고 양사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록앤올 측은 SK플래닛 측이 인수불발 이후, 김기사를 경쟁사로 인식해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와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SK플래닛 측은 계약 기간이 1년 단위로 이뤄져 왔던 만큼 재계약 시기에 맞춰 재계약 유무와 기본 절차를 안내한 공문이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김기사 측은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해 계약 갱신 시 2.5배로 가격을 인상해줬고, 그 다음해에도 같은 문제로 3.75배의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SK플래닛 측은 최초 월 사용료 400만원에 T맵 DB를 제공했고, 이듬해 1천만원, 그 다음해 1천50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그럼에도 타사 대비 저렴한 금액에 제공했다는 논리다. 해마다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지만, 그럼에도 벤처 기업이란 이유로 타사 대비 낮은 가격에 DB를 공급했다는 것이다.

SK플래닛 소송 관련 기자간담회를 연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

■지도에 나타난 워터마크 표시, 우연일까?

SK플래닛은 록앤올이 T맵 지도 정보를 무단사용 했다는 증거로 디지털 ‘워터마크’를 공개했다. T맵의 일부 지명이나 지도를 일부러 잘못 적어놓음으로써 해당 DB를 참조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황룡/남면’을 ‘황룔/남면’으로 적어두거나, 실재하지 않는 지명을 넣어 놓기도 했다. 또 일부 이미지에 눈으로 보기 힘든 표시를 해놓는 방식 등으로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찾아냈다. SK플래닛이 법원에 제출한 지식재산권 침해건 수는 수십 개에 달하며, 이를 근거로 김기사 측이 수백만 건의 T맵 DB를 폐기하지 않고 사용 중인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록앤올 측은 “화면 분석 시점이 계약 종료 이전일 수 있고, 지명 표기 오타가 디지털 워터마크라는 주장 자체가 억지”라고 반박했다.

또한 “오타 표기가 워터마크라고 하더라도 일부러 사용한 것이 아닐 뿐더러, 구글과 같은 공개된 지도 서비스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지도 구축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의 일치”라면서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들도 다 공개된 지도 자료를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성응교'라는 지명이 삽입됨. T맵과 김기사 모두에 표출됨.

하지만 SK플래닛 측은 김기사 DB에 T맵 DB가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하고 있다. 워터마크를 통해 드러난 지식재산권 침해 역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벤처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단적인 예를 록앤올이 보여준 것”이라면서 “현재의 김기사는 기존 T맵 DB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소스들을 가져다가 덧붙인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T맵이 김기사를 의식해 지도 계약을 중단하고 무리한 계약금을 요구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지난 몇 년간 T맵의 성장세가 더 가파랐고 이용자 수치 또한 월등히 높다”며 “이미 13개월이라는 이례적인 긴 유예기간을 주었음에도 T맵 DB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대기업의 횡포로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3일 SK플래닛이 새롭게 공개한 워터마크 증거 자료에 대해서는 록앤올 내부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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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네비게이션 DB를 둘러싼 진실공방에서, 록앤올 측이 T맵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SK플래닛 측이 제시한 워터마크 증거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지금처럼 지도에서 대중들이 봐도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든 유사점들이 계속 발견될 경우, 여론의 평가에서, 또 법정에서 록앤올이 불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어 재계약 과정에서 불공정한 요구가 있었는지에 대한 시시비비는 록앤올측이 제시한 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제소 등으로 가려질 수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