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OS 안 없앤다"

컴퓨팅입력 :2015/11/03 09:34    수정: 2015/11/03 09:39

구글이 크롬OS를 없앨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된 '안드로이드-크롬OS 통합' 소식을 둘러싼 업계 관측을 상당부분 부인한 것이다.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크롬OS, 크롬캐스트 담당 수석부사장(SVP)은 2일(현지시각) 크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며칠새 크롬OS와 크롬북의 미래에 관해 다소 혼동이 있었는데 이는 크롬OS가 안드로이드에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에 기반한다. 우리가 두 OS를 함께 최상으로 제공하려고 애쓰는 한 크롬OS를 없앨 계획은 없다."

[☞참조링크: Chrome OS is here to stay]

지난달말 WSJ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크롬OS를 통합해 내후년(2017년)부터 통합OS를 일반 사용자들에게 배포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르면 내년(2016년) 초기 버전이 나올 수 있다고도 썼다.

이는 크롬OS라는 플랫폼이 기존처럼 독립적으로 개발, 배포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외신들은 '크롬OS는 죽었다'는 표현을 쓰며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집중할 것이라 풀이했다.

크롬OS 기반 노트북 기기 형태로 표현된 구글의 웹애플리케이션 장터 크롬웹스토어 이미지

오늘 공개된 구글 크롬OS 담당 임원의 공식 발언은 이를 정면 반박한다. 크롬OS는 출시 6년새 교육, 사무실, 가정용 플랫폼으로써 그 나름대로의 시장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부분을 일부 옮겨 본다.

"…미국내 교실에서 매일 새로운 크롬북 3만대가 가동된다. 이는 다른 모든 교육용 디바이스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중략)… 넷플릭스, 산미나, 스타벅스, 구글같은 회사가 크롬북을 사용 중이며 …(중략)… 우리는 크롬북이 아마존닷컴에서 꾸준히 가장 잘 팔리는 노트북 컴퓨터 목록에 오른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 글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통합 계획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는 것.

오히려 자사의 통합 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암시됐다. 안드로이드를 크롬OS와 통합하는 동시에, 크롬OS에 안드로이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전략도 진행 중이다.

"올해 우리는 크롬OS가 취할 수 있는 다른 형태를 정제해 '업무용 크롬북'을 선보였고, '크롬 기반 안드로이드 런타임(ARC)'을 통해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안드로이드 앱을 크롬북으로 가져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는 새 미디어플레이어, 매터리얼디자인 기반의 시각화 개선, 성능 향상, 지속적인 보안에 대한 집중을 통해 크롬OS를 위한 더 많은 기능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략)… 내년 출시될 신형 크롬북 십여종을 기대하시라."

ARC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크롬OS 환경에서 구동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은 자신의 앱을 크롬OS로 이식하고 거기서 테스트하거나 '크롬웹스토어'에서 배포할 수 있다.

구글이 애초부터 크롬OS를 안드로이드에 통합하고 그에 따라 크롬OS를 없앨 생각이었다면 굳이 ARC같은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기가 특정 상황에 크롬OS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크롬OS 기기도 특정 상황에 안드로이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런 수요에 대응하려는 듯하다.

칼럼니스트 케빈 토펠은 구글이 크롬OS를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날 미국 지디넷 기고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의 통제권을 통신사로부터 가져오려는 것일 수도 있다. 구글은 현재 크롬북과 크롬박스에 직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밀어보낸다. 안드로이드가 그런 방식에서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구글은 또 태블릿이나 터치스크린 노트북에서 크롬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구동할 수 있는 듀얼부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두 플랫폼 모두 ARM이나 인텔 기반 칩에서 구동되니까 단일 칩으로 구현 가능하다. 웹에서 온전한 데스크톱OS 경험을 원할 땐 크롬OS가 있고 여가 및 다른 활동을 위한 모바일앱 사용이 필요할 땐 버튼을 하나 눌러 안드로이드로 전환할 수 있다."

[☞참조링크: No, Chrome OS and Chromebooks aren't going away, says Google]

그는 당장 모든 걸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구글은 아직 크롬OS라는 데스크톱플랫폼을 통해 보여줄 게 많이 남은 회사라며, 크롬OS의 장례를 치를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칼럼니스트 제임스 켄드릭은 지난 4월 미국 지디넷에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크롬OS를 통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당시 그는 두 OS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구글 입장에서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두 플랫폼의 '서비스와 기능' 연계로 대응해 왔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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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와 크롬OS의 통합 자체는 구글조차 단호히 부정하지 않고 있지만, 켄드릭 칼럼니스트가 남긴 글에 담긴 전망은 크롬OS의 독립적인 가치를 일찌감치 파악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관련기사: "구글, 안드로이드-크롬OS 통합 안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