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가 하드웨어 만드는 2가지 이유

레퍼런스 플랫폼 제공-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컴퓨팅입력 :2015/11/02 17:41    수정: 2015/11/02 17:41

황치규 기자

소프트웨어를 주특기로 하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하드웨어까지 직접 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하드웨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MS는 자체 브랜드의 서피스 태블릿을 내놓은 후 2014년 회계연도까지 17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노키아 인수는 75억달러의 손실 처리로 이어졌다.

하드웨어를 하면서 제조사들과의 협력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JT 왕 전 에이서 CEO는 MS가 두번 생각해야 한다고 했고 레노버는 서피스 태블릿을 유통해 달라는 MS의 제안을 거절했다.

MS 서피스북 (사진=씨넷)

그런데도 MS와 구글은 계속해서 하드웨어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다. MS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이어 최근에는 노트북인 서피스북까지 내놨다. 서피스북이 나온 이후 애플과 MS의 노트북 전쟁을 주목하는 뉴스들도 많이 쏟아졌다. MS나 구글은 정말 하드웨어 시장의 큰손 노릇도 해보고 싶어하는 걸까?

테크리퍼블릭 칼럼니스트 제임스 샌더스에 따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는 최근 쓴 글을 통해 구글과 MS가 SW를 넘어 하드웨어 사업까지 펼치는 이유를 2가지로 요약했다. 첫번째는 제조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피스북은 MS와 협력하는 PC제조사 제품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들을 갖췄다. 3:2 비율의 HiDPI 스크린도 지원한다. 구글도 크롬북 픽셀에 비슷한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통상 16:9 비율로 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PC 제조 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다. 애플의 경우 16:10 디스플레이를 쓴다.

샌더스에 따르면 PC 제조사들은 서피스북처럼 실험적인 기기를 만드는데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많지 않다. 3:2 비율은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건 아니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선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16:9는 개발 생산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은 2010년부터 하드웨어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넥서스 기기를 제공해왔다. 넥서스 기기에는 제조사나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를 거치지 않은 구글 안드로이드 원본이 탑재된다. 넥서스 기기를 통해 사용자는 최신 안드로이드 기능을 빠르게 접해볼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넥서스6P 스마트폰의 경우 안드로이드6.0에 담긴 지문인식센서를 지원한다. 안드로이드6.0은 지문인식 API를 갖춘 첫 안드로이드 버전인데, 넥서스 기기에 관련 기능이 가장 먼저 적용됐다.

넥서스 기기에는 특정 업체가 자사 이해관계를 고려해 만든 앱도 깔리지 않는다. 구글은 넥서스 외에 픽셀 시리즈 하드웨어도 선보였다. 픽셀 브랜드 제품은 다른 하드웨어 업체와 구글이 손잡고 만든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도 구글이 만들었다. 픽셀 시리즈는 프리미엄 부품이 탑재돼 값도 비싸다. 구글은 구글 스토어에서만 픽셀을 판매하며, 대량으로 팔 생각은 없어 보인다. 픽셀 제품으로 제조 업체 영역을 넘보는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보여주듯 레퍼런스 제품들은 특정 용도를 위한 기능이나 국가별로 특화된 기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게 샌더스의 설명이다.

MS와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을 직접 하는 두번째 이유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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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경우 윈도 플랫폼을 개인 사용자들과 기업 IT부서에 원드라이브 클라우드 스토리지나 오피스365 같은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MS 입장에서 자체 하드웨어를 통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최적화시킬 수 있다.

구글도 하드웨어를 통해 자사 서비스 확산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크롬북 픽셀 제품에 구글 드라이브를 통합했다. 크롬북 픽셀 구매자들은 사자마자 1테라바이트 구글 스토리지 용량을 3년간 무료로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