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떼낸 삼성, 전자·금융·바이오 집중

추가 사업 재편 방향에 관심 커

홈&모바일입력 :2015/10/30 11:40    수정: 2015/10/30 12:21

정현정 기자

삼성그룹이 화학 관련 사업을 모두 정리한다.

지난해 한화그룹에 관련 사업을 넘긴데 이어 1년 만에 롯데그룹과 또 다시 대규모 빅딜로 화학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용주의’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침에 따라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구도에 대한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와 금융, 바이오를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SDI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남아있는 화학 사업 전부를 롯데케미칼에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3조원 안팎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 합병을 결정한 이후 그 해 11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넘겼다. 이어 이번 빅딜로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까지 롯데에 추가로 매각하면 그룹 내 화학사업이 완전히 정리된다.

삼성SDI는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케미칼 사업 부문은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2조5천850억원이다.

이와 함께 보유한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을 2천189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SDI 외에 삼성전자(8.39%), 삼성물산(5.59%), 호텔신라(2.24%), 삼성전기(0.26%) 등 4개 계열사들도 보유한 지분 전량(31.23%)을 롯데케미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총 매각 지분은 803만1천1190주로 4천650억원 상당이다.

삼성정밀화학 매각으로 자회사 삼성BP화학의 지분 49%도 롯데에 넘어가게 된다.

이번 빅딜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화학 분야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할 수 있게 됐고, 삼성그룹은 전자와 금융, 바이오 산업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는 "삼성SDI의 케미칼 제품은 ABS, PC 등의 합성수지로 석유화학 기초원료부터 수직 계열화를 이루지 못해 원가 경쟁력과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특히 지난해 그룹 화학 계열사 매각 이후 계열사간 시너지도 제한적인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계약으로 수직 계열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해, 양사가 주력사업을 글로벌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계열사 간 사업조정과 비주력 사업부문 매각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 인력재배치 작업 등을 통한 조직효율화도 함께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한화에 방위사업을 하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화학 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면서 전자와 금융, 바이오를 큰 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서는 앞으로도 굵직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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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수면 아래 가라앉은 상태고, 통합 삼성물산의 중복사업 정리,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 정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계열사 사업 확대 등 이슈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그룹은 "자산효율화를 통해 당사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매각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