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에서 스마트밴드로

전문가 칼럼입력 :2015/10/27 08:51

김승열 mobizen@mobizen.pe.kr

10월 초,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뉴욕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새로운 스마트 기기들을 선보였다. 화려한 발표 중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던 제품은 ‘MS 밴드 2’였다. 곡선형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센서들이 추가된 기능 강화 탓도 있지만 전작의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로 내놓는 모습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MS는 스마트밴드의 시장성이 당분간 밝다고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MS만의 현상이 아니다. WMD(Wrist Mounted Device)의 대표주자로 주저없이 ‘스마트워치’를 꼽아 오던 제조사들의 관심이 ‘스마트밴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밴드의 원조격인 핏빗은 '차지 HR’ 모델로 매력을 어필하고 있으며 삼성은 ‘기어핏’, 소니의 ‘톡’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돌풍을 만들어내는 샤오미의 ‘미밴드’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스마트 밴드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핑몰의 성격에 따라 상황이 다르긴 하겠지만 월별 30%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특히, 20대 31%, 30대 47%의 비중을 보이며 젊은 세대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렇게 스마트밴드 제품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서 짧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예전에는 디스플레이(Display)의 유무로 구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스마트밴드들이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으며 심지어 터치 스크린까지 지원한다. 확실한 것은 스마트밴드가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저가라는 사실이다. 샤오미의 Mi 밴드는 인터넷에서 1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FIOTI는 와디즈에서 19,900원부터 판매되었다.

가성비가 최고인 것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iWown i5Plus는 21달러면 구매가 가능하다. 애플 워치 시리즈 중 제일 저렴한 스포츠 38mm의 가격이 439,000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대체로 저렴하고 부담없는 가격이다.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점차 손목 위의 시계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현재 스마트워치들의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상대적으로 스마트밴드들은 ‘웨어러블 기기’들의 대중화를 만들어내기에 부담없는 가격대를 제공하는 셈이다.

둘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을 넘어서기가 쉽지가 않다.

삼성은 최근 기어 S2를 발표했으며 LG전자도 3분기 안으로 1200달러 가격대의 프리미엄 스마트워치 'LG워치 어베인 럭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화웨이의 '화웨이 워치', 레노버의 '모토360’ 등과 같은 시리즈 모델의 후속 제품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해 올해 2분기 530만대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457% 늘어났다. 외형적으로만 보자면 스마트워치의 전체 시장이 여전히 활발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세 수치를 보면 애플워치가 완전히 장악해버린 상황이다. 2분기 전체 판매량 중에 애플워치의 비중은 75.5%에 이른다. 나머지 24.5%의 시장을 가지고 나눠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애플의 독주를 막기가 쉽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면대결을 하는 것보다는 애플이 없는 ‘스마트밴드’ 쪽으로 제조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셋째, 제공할 수 있는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스마트워치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UX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얼마전에 출시되어 화제를 몰고 다니는 '기어 S2 3G’를 사용해보면 발전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기능적인 요소에서는 시계, 알림 확인, 헬쓰케어 등과 같은 과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시계 기능은 배터리 문제로 ‘Always On’이 아니고 건강에 특별하게 관심이 있는 일부 사용자를 제외하곤 헬쓰케어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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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밴드는 스마트워치에 비해 30~40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능을 유사한 수준으로 제공해준다. 가격 때문에 심박수 체크까지는 어렵지만 기본적인 활동량 관리는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보는 제조사의 관심도 단순 기기 판매에서 데이터의 집약과 콘텐츠 판매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스마트밴드’의 매력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하겠다.

웨어러블 기기는 ‘킬러 디바이스’가 자리잡지 못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미래를 예단하거나 장담하는 것은 조금은 위험할 수 있겠다. 다만, ‘스마트워치’에만 집중되어 있는 국내 미디어와 서비스 사업자들의 대응이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사용자들의 손목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이미 ‘스마트밴드’일지도 모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