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보다 아우'...현대차 약세 기아차 질주

현대차, 신흥국 환율 불똥...기아차, 신차효과·환율 수혜

카테크입력 :2015/10/23 11:29    수정: 2015/10/23 11:36

정기수 기자

3분기 성적표를 받아 든 현대자동차그룹의 형제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아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맏형인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신흥국 환율 악재로 지난해보다 매출이 크게 늘고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현대차는 작년 1분기 2조원대가 무너진 이후 영업이익이 6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실적 호전에도 현대차의 부진에 표정관리를 해야 할 처지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는 올 3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봤다. 기아차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2.6% 증가한다. 환율 민감도가 현대차보다 크다.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손실 규모도 기아차는 러시아에서만 노출돼 현대차 대비 적었다.

여기에 카니발, 쏘렌토, 스포티지 등 레저용차량(RV)의 신차 효과와 RV 판매비중 증가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등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기아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9.6% 증가한 6천7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던 영업이익이 6분기만에 플러스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9% 늘어난 13조1천109억원이었다. 9분기 만에 최대치다.

2011년 8.2%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4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올 상반기 5% 밑까지 주저앉았던 영업이익률도 반등에 성공했다. 기아차의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0.2p% 증가한 5.2%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관계회사 투자 손익 감소로 지난해보다 16.3% 감소한 5천501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계 매출은 36조7천297억원으로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조8천399억원, 2조1천988억원으로 각각 11.2%, 14.0%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 쏘렌토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됐으며, K5와 스포티지 효과로 판매단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더해져 이익 개선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8% 감소한 1조5천39억원, 매출액은 10.1% 늘어난 23조4천2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두 자릿 수 이상 늘고도 반등에 실패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010년 4분기(1조2천37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전 분기(1조7천509억원) 대비로도 14.1% 빠졌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4조8천4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7조1천940억원으로 2.3% 늘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6.4%로 전분기 대비 1.3%p 빠졌다. 1분기 7% 초반대보다 더 악화된 수준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6%대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2천60억원으로 25.3%나 감소했다.

현대차의 경우 실적 개선에는 실패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는 어느 정도 부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3분기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아차는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영업이익을 비롯한 주요 손익관련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4분기 실적, '중국 시장'과 '신차 효과'에 달렸다

현대차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시장 판매 하락이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22%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중국 누적 판매량은 112만7천361대로 전년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다만 길었던 중국시장의 부진 탈출이 가시화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13만3천653대를 판매, 전년동월 대비 12.2% 감소했으나 전월 감소폭(26.6%↓)보다는 대폭 개선됐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39.0% 급증한 실적으로 중국 부진 탈출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9만108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는 28.5% 늘어났다. 기아차도 지난달 4만3천545대가 팔려 전년동월 대비 23.6% 감소했으나, 전월보다는 67.4% 급증하며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판매량 반등에 성공했다.

신형 투싼(사진=현대차)

최근 선보인 신형 투싼 등 신차들의 판매 호조와 판촉 강화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1.6ℓ 이하 소형차를 대상으로 한 취득세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 실적 개선에 청신호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사장)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집중됐던 신차 출시에 따른 효과가 4분기에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를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판매 모멘텀이 강화되고 인센티브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중국 구매세 인하 효과가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분기는 세일즈 시즌인데다 중국 구매세 인하 정책과 맞물려 회복세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구매세 인하가 1.6리터 이하 차종에 적용되기 때문에 1.6터보 장착한 모델 대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여기에 대한 생산을 늘려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현대차가 4분기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신차를 포함한 글로벌 출고와 도매판매 호조 본격화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비해 다소 낮았다"면서 "신차 출시에 따른 비용 및 구형 모델 재고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4분기에는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중국과 인도시장에서의 판매 호조로 인센티브 하락 효과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이 7분기만에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소나타 47만대 리콜 비용이 3분기에 모두 판매보증비용으로 반영됐고, 중국 정부의 1.6리터 이하 구매세 인하에 따라 중국 자동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그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 신차 효과가 내년 1분기에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돼 전년동기 대비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 역시 "4분기에는 SUV와 신차를 포함한 글로벌 출고와 도매판매 호조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중국과 내수판매, 미국 등 부진했던 핵심시장에서의 판매 호전과 시장 지위 개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과 내수판매는 각각 취득세,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수혜가 뚜렷한게 작용할 전망"이라며 "투싼 등 SUV의 공급 능력을 개선하고 아반떼 등 신모델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출고 강세로 인해 원달러 상승의 수익성 개선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K5(사진=지디넷코리아)

기아차는 이달 중 미국과 중국에 신형 K5, 내년 초 미국과 유럽 시장에 스포티지를 투입하고 판매 호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시장에는 신형 K5·스포티지에도 1.6 이하 터보 모델을 내놓고 내년 2분기에는 주력 소형차 K2(프라이드) 신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4분기 실적 회복으로 연초 세운 연간 글로벌 판매목표 차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중국은 9월부터 회복세지만 연간으로는 사업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도 "4분기에는 국내에서 역대 최다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스포티지 사전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형 K5와 스포티지 등 주력 신차들이 전 세계 시장에 대거 선보이면서 4분기부터 기아차의 판매 확대와 이에 따른 수익성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개발 속도 박차

한편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차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전날 "현대차는 가솔린 외에도 수소차,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며 "수익성 확보가 큰 단점이지만 신기술 개발에 매진,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22개로 확대하는 종전 로드맵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반사이익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글로벌 상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사장 역시 ""폴크스바겐 사태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 "다만 디젤 시장이 다소 위축돼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출시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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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내년에 SUV 루킹(형태를 뜻함) 하이브리드 전용차와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친환경차 라인업을 2020년까지 현재 4개에서 11개 차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0년 친환경차 로드맵'에 따라 기아차는 현재 평균연비 25% 달성을 위해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친환경 라인업을 확재 중에 있다"며 "현재 10개의 라인업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교체하고, 현비 향상 및 동력 성능을 확보해 갈수록 치열해지는 연비 경쟁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