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감청 논란 "디지털시대, 80년대 법제 못 벗어나"

오길영 교수 “기술진화 맞춰 감청법, 영장주의 개편해야"

인터넷입력 :2015/10/19 16:36    수정: 2015/10/19 17:03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날로그식 법제와의 충돌, 혼선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감청 논란에서 불거졌듯이 통신 감청과 관련한 법규는 여전히 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큰 갈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모바일기기 보급으로 정보통신 환경은 급격히 디지털 시대로 진화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감청법)은 30여년전인, 80년대 유선통신 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법제가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해 생긴 대표적인 참극”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는 새로운 감청법이나 영장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80년대, 유선시절에는 통신의 방식이 일대일로 이뤄지다 보니 큰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대화에 참여한 무고한 다수의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완할 법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오길영 교수는 최근 카카오의 감청 재 협조 논란에 대해 "검찰이나 카카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의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대,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됐고, 또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검찰이 대화에 참여한 만큼 이제는 입법부가 나서서 낡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 교수는 감청논란이 카카오 혼자만의 현안이 아니라, 다른 인터넷 업체나 국내 굴지의 통신사들도 함께 논쟁에 참여해 사회적인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 교수는 카카오가 단톡방의 경우, 수사 용의자 외 대화 참여자들의 익명화 처리를 강조했지만, 검찰이 익명 처리자 중 대상자를 특정해서 추가로 정보를 요구할 때 ‘공문’만으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 부분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익명 처리자에 대한 정보 공개시에도 영장청구라는 더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오 교수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오길영 교수는 카카오의 이번 감청 논란이 불합리한 감청 제도의 문제점을 대내외적으로 환기시키고, 개인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실제, 카카오로 인해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라는 사회적 이슈가 공론화 되기 시작했고, 또 철옹성을 쌓고 있던 검찰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다음은 오길영 교수와의 일문 일답

-카카오의 감청 재협조,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과 프라이버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카카오는 고문을 1년 동안 당했다. 대표가 잡혀가고 의장이 수사를 당하는 등 끊임없는 고문에 시달렸다. 이동통신 3사나 네이버 등은 이미 수사에 협조하는 상황인데 유독 카카오만 1년 간 고문을 당했다. 어떤 사람이 고문을 당했다고 치자. 그 사람이 못 견뎌서 뭔가를 불고 풀려났다고 하면 그 사람을 우리는 비난할 수 있는가.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넌 영웅이니, 제일 큰 회사니까 양심에 의존해서 버텼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이번 감청협조로 검찰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잦아질까.

“검찰은 프라이버시 논의에 있어 지금까지 아무리 얘기해도 응하지 않았다. 답변 없는 메아리였다. 이번 협조에 어떤 꼼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카카오와 프라이버시를 논의했고 일부 수용했다는 건 환영할 만 하다. 검찰이 앞으로 잘 할지에 대해서는 사실 비관적이다. 앞으로 검찰이 똑바로 잘 해주길 바란다.”

-검찰과 카카오의 감청 재협조가 최선일까. 더 나은 방식은 없었을까.

“사이버 사찰은 있어선 안 된다.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만 감청이 허용되는 것이다. 과거 유선 통신 시절 사찰 당하는 사람은 한 명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사찰 피해자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 것이 문제다. 한 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털리는 건 문제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을 익명화 하자고 주장해온 것이다. 감청이나 사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날로그 법과 디지털 기술의 괴리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수사기관의 감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공동대표

- 카카오의 감청 재협조에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영장제도가 없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검찰이나 카카오가 풀 게 아니라 입법기관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법을 고쳐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검찰이 디지털 시대의 사생활 보호라는 논의에 숟가락을 얹었으니 이제는 국회 차례다. 국회가 변화를 인정하고 명문화하는 마지막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카카오를 두둔한다고 비판하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프라이버시 논의가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더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결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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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감청 대상은 크게 메신저와 휴대폰이 있다. 인터넷 업체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사들도 마찬가지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양쪽이 나서 감청 말고도 압수수색과 같은 문제에도 활발한 논의를 펼쳐야 한다. 메일, 클라우드, 이동통신, SNS 등 일대 무한대 통신이란 공통분모가 있는 만큼 프라이버시에 대해 카카오 감청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무대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