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 산 지 두달 만에 엔진 들어냈다…왜?

오일 새 엔진 교체…전문가 "엔진 결함 가능성"

카테크입력 :2015/10/15 15:06    수정: 2015/10/16 15:14

정기수 기자

"차 한 대 잘못 구입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앞으로 기아차는 절대 사지 않을 겁니다."

불과 두 달 전 기아자동차 준중형 'K3' 신차를 구매한 여성운전자 임모씨(여.55)의 토로다. 올해 8월 기아차 개포지점에서 기아차 'K3'(1.6 가솔린 4DR 프레스티지 A/T) 차량을 인도받은 임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5일 퇴근길에 엔진오일 경고등이 켜진 것을 보고 차량에 이상을 느낀 임씨는 즉시 평소 자주 찾던 공업사를 방문해 문의했다. 공업사 측에 따르면 엔진오일 누유로 인한 이상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씨의 K3차량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임씨는 다음날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기아차 직영점인 오토큐 H사로 차량을 이송해 정비를 맡겼다.

처음엔 사소한 부품 결함으로 보였다.

H사 주재원은 임씨에게 전화를 걸어 "엔진의 십자볼트 하나가 조립 과정에서 덜 조여져 엔진오일이 샌 것"이라며 "볼트만 교체하면 된다"고 설명했고 임씨도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어진 주재원과의 통화는 중대 결함을 의심케 했다. 다시 임씨에게 전화를 건 주재원은 "엔진오일 누유로 엔진이 상했다"면서 "엔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신차의 엔진을 통채로 교환하는 것을 불안하게 여긴 임씨는 이를 거부하고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주재원은 "아무 이상 없이 잘 탈 수 있게 고쳐주겠다고"고 약속했다.

차량을 판매한 기아차 개포지점 영업사원 역시 임씨에게 전화해 "신차 교환은 어렵고 엔진을 교체해 문제가 없도록 해주겠다"고 임씨를 설득했고 임씨는 결국 엔진 교체에 수긍했다.

■전문가들 "누유로 엔진 교체?"...엔진 결함에 무게

신차의 엔진오일 누유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방치할 경우 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제조사 측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단순한 누유는 개스킷이나 볼트 등 비교적 간단한 A/S를 통해 대부분 결함이 사라질 수 있지만, 이번 임씨의 경우처럼 누유로 인한 엔진 교체는 정비 현장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한 자동차정비 전문가는 "대부분 엔진오일 누유 결함의 경우 간단한 A/S로 시정될 수 있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이번 사례는 단순 결함이 아닌 엔진 결함을 의심해 봐야 한다. 비용 문제를 놓고 봐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엔진 교체를 정비소 측이 먼저 제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오토큐 H사에 입고된 임씨의 K3 차량(사진=지디넷코리아)

해당 차량의 최초 엔진 교체를 판단한 주재원의 설명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H사 주재원은 "최초 차량을 살펴봤을 때 엔진오일이 1리터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그 상태로 어느 정도 주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진에 미친 데미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엔진 십자볼트만 덜 조여져 이를 수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점검 결과 엔진오일 누유에 따른 엔진 손상이 우려돼 아예 엔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엔진 교체 작업을 한 H사 정비사 역시 "신차에 엔진오일이 살짝 비치거나 샌 정도로 정비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신차의 엔진오일 누유로 인한 엔진교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엔진 교체를 위해 들어낸 임씨의 K3 차량 엔진(사진=지디넷코리아)

누유된 오일은 심각한 경우 뜨거워진 배기관에 닿아 화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외부로 유출된 오일이 먼지나 각종 찌꺼기 등과 뒤섞이면서 치명적인 엔진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임씨의 경우 주행 중 경고등이 켜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자칫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시한폭탄을 타고 있었던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의 경우 개스킷 결함이나 볼트 조립 불량 등으로 인한 단순한 엔진오일 누유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신차 출고 후 두 달 만에 오일량이 1리터밖에 남지 않았다면 엔진 자체의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신차의 경우 엔진오일이 비치는 경우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K3에 탑재되는 엔진은 형제사인 현대자동차 '아반떼' 등 현대·기아차의 준중형 승용차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K3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한 3만2천132대가 판매됐다. 기아차는 이르면 오는 11월 K3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신차가 2개월 만에 오일 누유로 엔진을 교체해야 된다는 점은 분명 심각한 문제"라면서 "특정 차종이 반복적으로 같은 결함이 발생한다면 근본적인 설계상의 문제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씨, 부실 A/S 대응에 '분통'..."소비자 기만 묵과 못해"

신차의 결함은 물론이고 해당 영업점과 정비 직영점의 대응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게 임씨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차량 결함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을 숨기는 등 소비자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엔진 교체 작업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오토큐 H사를 방문한 임씨는 정비사가 차량 뒷좌석을 뜯어내는 것을 목격했으나 별 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의아한 임씨가 최초 엔진 누유 사실을 확인한 공업사에 문의하자 "엔진 교체 시 뒷좌석은 뜯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H사가 처음 차량의 결함으로 설명한 임씨의 K3 차량 조립불량 부분(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임씨가 추궁하자 H사 측은 그제서야 엔진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엔진과 연결된 연료파이프가 손상됐다고 시인했다.

H사 정비사는 "지난 8일 오전 12시까지 정비를 완료하기로 해 7일 저녁 7시부터 야근을 하며 차를 정비하기 시작했다"며 "엔진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엔진과 연결된 연료파이프가 잘 안빠져 빼는 과정에서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차주에게 통보한 뒤 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시간도 늦고 해서 일단 수리 후 차량 인수 시 설명하려 했다"며 "그 부분은 자신이 잘못한 게 맞다"고 말했다.

임씨에게 차를 판매한 영업사원은 "엔진 문제가 아닌 정비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 만큼 정비소에 책임을 물으라"며 발뺌했다. 임씨는 즉시 수리 중단을 요청했으며 차량은 H사에서 엔진을 뺀 채로 보관하다가 현재 결함 검사를 위해 기아차 강서서비스센터로 입고된 상태다.

임씨는 "애초 새차 교환을 요구했으나 영업사원이 문제 없도록 잘 수리해주겠다고 설득해 불만이 있었지만 마지못해 엔진 교환을 수용했다"면서 "정비 과정에서 또 한번 문제가 발생한 만큼 차량을 그대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 새차로 교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신차 교환은 불가...정부, 관련법 손질 검토

임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개포지점은 신차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임씨의 문제에 대해서는 서비스센터에서 더 검사를 진행한 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영업사원은 "임씨의 경우는 신차 교환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과 관련해 특별한 규정은 없다. 사업소 측과 협의해 민원별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판매 지점의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차 결함 발생과 관련한 신차 교환에 대해 회사의 공식적인 규정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감안해 각 지점에서 서비스 메뉴얼에 따라 대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형제사인 현대차의 차량에도 엔진오일 누유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지속적으로 있는 상태다.

국내 자동차동호회와 중고차 판매 게시판에는 현대차 차량 출고 후 엔진오일 누유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2~3개월마다 반복되는 엔진오일의 누유로 결국 엔진을 교환했지만 누유 발생이 멈추지 않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밖에 현대차의 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제네시스, 그랜저 디젤은 물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 투싼 등 신차의 엔진오일 누유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의 불만은 한결같다. 엔진오일 누유로 환불과 피해보상을 요청했으나,서비스센터와 영업사원으로부터는 수리 외에는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만 팔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앞세워 안면을 몰수하는 국산 최대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현실과 거리가 먼 관련 법규도 피해 보상에 걸림돌이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차량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이뤄진다. 또 1년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4회째)하거나 중대한 결함과 관련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을 초과할 경우 제품교환 또는 환급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고가이면서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동차가 다른 공산품에 비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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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동차 교환·환불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최근 차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때 교환 또는 환불을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도 지난 7월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차량 인도일로부터 30일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차를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 또 차량 인도일에서 1년 이내에 중대한 결함을 세 차례 수리했는데도 이후 결함이 또 발생하거나, 1년간 관련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넘을 경우 자동차 제작·판매자가 교환 또는 환불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