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먼저 소통하세요"...익명의 SNS ‘어라운드’

유신상 콘버스 대표 “상처 보듬어주는 따뜻한 SNS”

인터넷입력 :2015/10/09 09:56    수정: 2015/10/09 10:0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가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SNS로 자리매김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SNS 공간에서 너도나도 자랑하기 바쁘다는 인상을 받는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와 같은 공감도 표시하고 댓글로 관심을 표하고 있지만 인맥관리 차원의 ‘품앗이’ 글들이라는 인상이 짙다.

익명 SNS ‘어라운드’는 기존의 SNS와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상대편의 진솔한 이야기에 먼저 공감과 관심을 표하고, 정제되지 않은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소셜 다이어리’와 같은 공간이다. ‘익명’ 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온갖 욕설과 비방을 털어놓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어라운드의 익명성은 내면의 나와 만나는 수단이자 상대방의 상처를 망설임 없이 보듬는 역할을 한다.

어라운드를 개발한 콘버스의 유신상 대표는 컴퓨터공학도다. 그럼에도 개발자 특유의 딱딱함 대신 어라운드와 같은 따뜻한 감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가진 철학가 같다. 전공을 듣기 전까진 철학이나 심리학, 또는 사회복지 분야 전공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콘버스 가족들. 맨 오른쪽 위가 유신상 대표.

“진짜 소통이 가능한 '울림'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일, 남에게 공감하는 일이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유 대표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뭘 하면서 살아야할지를 고민했고,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기술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야생동물, 기아, 시각장애인, 유방암 등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을 만들어, 지금의 어라운드와 같이 ‘인간의 행복’을 돕는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

“자신의 불행한 생각들, 부정적인 생각들을 털어놓고 적으면서 그 뒤에는 더 좋은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용자들이 실제 이런 경험담을 말해줄 때 행복합니다.”

어라운드가 아직 크진 않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달콤창고’ 문화가 큰 몫을 차지했다. 대학교나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사물함에 초콜릿이나 먹을 것을 넣어놓고 위치를 공유하면 누군가 찾아가고 다시 그 안을 다른 내용물로 채워놓는 일종의 ‘마니또’ 같은 놀이문화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일상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는 기쁨, 또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설렘이 녹아있는 아날로그식 문화다.

이 밖에 어라운드는 ‘1일1선행’이라고 해서 하루에 한 번 자발적으로 착한 일을 하고, 어떤 착한 일을 했는지 글을 통해 자랑하는 훈훈한 문화도 있다.

어라운드에서 내가 쓴 글을 공개하려면 ‘버찌’가 필요하다. 버찌는 상대편 글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통해 주어지는 일종의 포인트다. 버찌 없이는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으니 다소 불편해보이지만, 이 안에도 어라운드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말하고 싶은 만큼 많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공감을 잘해줘야 한다는 거죠. 친구 만날 때처럼 현실 세계의 소통을 모델링한 겁니다. 어라운드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보다도 내 자신과의 소통이 중요해요.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하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그 다음이고요.”

어라운드 글이 훈훈하다고 해서 착한 사람만 사용하는 SNS는 아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착한 감성이 어라운드를 통해 발현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누구나 따뜻한 면이 존재하잖아요. 남자끼리도 짠하고 고마워서 안아주고 싶을 때도 있는데 사실 힘들잖아요. 이런 내면 속의 따뜻함을 이끌어내 준다고 봐요. 어라운드는 착한 서비스가 아니라 존중하는 서비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유 대표에 따르면 어라운드는 20대 사용자 비율이 가장 높다. 성비는 거의 같다. 그리고 10대, 30대 이상이 많이 사용한다. 젊은층이 주로 많이 사용하지만, 가족 단위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썼으면 좋겠어요. 아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내가 누군지 잘 알고, 뭘 좋아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싶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어라운드를 사용해주길 바라는 유 대표의 간절한 속내가 배어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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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는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똑똑한 서비스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묶어주는 기능도 접목돼 있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투자 받은 배경도 이런 전문적인 기술력 때문이다. 콘버스는 한 단계 더 진보된 서비스를 위해 경험과 재능이 풍부한 인재 찾기에도 나선 상태다.

“싸이월드나 미투데이 같은 곳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서비스 기획자들을 찾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놀라워할 만큼의 대우를 해드릴 테니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