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IT에 길을 묻다①…자율차 시대

2017년 개막될 듯…GM, 볼보, 테슬라 가시화

카테크입력 :2015/10/06 10:07    수정: 2015/10/06 11:10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일파만파다. 일개 기업의 흥망성쇠를 떠나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세상의 변화를 촉발시킬 태세다. 사기극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전 세계를 호령하던 디젤 자동차에 대한 실추는 불 보듯 뻔하다. 자칫 몰락의 길로 접어들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 정책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국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와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커넥티드카가 그 대안으로 꼽힌다. 향후 새로운 동력을 찾는 IT와 자동차 산업의 융-복합이 더욱 빠르게 눈 앞에 펼쳐지는 셈이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향후 도래할 미래 친환경-첨단IT 자동차 시대를 진단하고 전망해 본다.[편집자주]

자율주행차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2년 후인 오는 2017년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당초 예상된 오는 2020년보다 도입 시기가 3년 정도 빨라진 것이다.

GM은 내년말 미국 미시간주 워렌 기술센터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쉐보레 볼트를 운영한 후, 해당 기능을 2017년형 캐딜락 CT6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GM의 자율주행 기술 ‘슈퍼 크루즈’의 개발 단계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GM은 지난 1일 ‘자가용의 미래’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볼보는 5일(스웨덴 시각) ‘인텔리세이프 오토 파일럿(IntelliSafe Auto Pilot)’이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했다. 차량이 자율주행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도로에 진입하면 운전대에 설치된 패들로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인텔리세이프 오토 파일럿 기능은 오는 2017년 XC90 100대에 우선 탑재된다.

볼보가 5일 공개한 인텔리세이프 오토 파일럿 자율주행 기술 예시 화면. 계기반을 통해 주변 차선 차량 위치 현황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볼보)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자율주행 기능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차선 유지 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평행 주차 기능등이 지원되는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토파일럿이 오는 2016년까지 모델 S와 모델 X에 적용된 후 2017년에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자율주행차 조기 도입 유도하나

자율주행차량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큰 화두로 떠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당시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운행정보를 분석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인모션’을 CES 2015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디터 제체 다임러 벤츠 회장은 "자동차는 단순한 운행수단의 역할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의 긍정적 비전을 제시했다. 벤츠 뿐만 아니라 아우디, BMW,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CES 2015에서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형 차량 기술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ES 2015 개최 이후로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차량들이 오는 2020년부터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 BI는 오는 2020년 무려 1천만대에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율주행차 운전석에서 마음놓고 신문을 보거나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볼보)

하지만 해킹 우려는 자율주행차 도입에 큰 걸림돌로 자리매김했다. 마크 로즈킨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국장은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정식 운행되려면 외부 해커 공격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였다. 해킹 우려가 종식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 9월 발생한 폭스바겐 그룹 디젤게이트 사건 때문에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가스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폭스바겐 디젤 엔진에 적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디젤 차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GM, 테슬라, 볼보 등의 업체들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 후 신차발표회와 기술간담회를 연 것도 눈에 띈다.

영국 가디언지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에 실망한 팬들이 전기차,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량과 자율주행 기술등이 탑재된 첨단차량에 주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율주행차 국내 핵심부품 부재”

현대자동차는 올해 4분기 출시예정인 신형 에쿠스에 국산 차량 최초로 고속도로 자율주행 지원 시스템(HDA)이 탑재시킨다.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줘 사고의 위험성을 방지해주는 기능이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스마트카 발전 3단계 계획을 올해 마련했다. 올해까지 스마트 자동차 발전 기반 구축을 위한 1단계를 수립하고, 내년부터 2019년까지 스마트카 상용화 기반 구축을 위한 2단계, 2020년 이후부터 스마트카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3단계가 진행될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탑재차량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 조기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 전장부품 업체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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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연구원이 제네시스로 자율주행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스마트카 PD는 올해 초 열린 자율주행자동차산업 발전 심포지엄에서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속도는 앞으로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자율주행차 관련 국내 핵심부품 기술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자율주행차 부품의 핵심이 되어야 할 센서 제품들은 우리가 외국업체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부품업체와의 협력에 대해 “국내 부품업체와의 협업을 진행해 자율주행 기술의 국산화를 달성하고 차세대 스마트카 대중화시대를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