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인텔 SW정의인프라 진영 조용히 합류

기존 서버 업체로는 이례적 행보 눈길

컴퓨팅입력 :2015/09/24 11:26    수정: 2015/09/24 21:37

인텔이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더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든 랙 디자인 '랙스케일아키텍처(RSA)'를 내놓자, 최근 델이 이를 구현한 랙 장비를 만들어 공개했다. 기성 브랜드 서버 제조사 중에서는 보기 드문 행보라 눈길을 끈다.

기성 데이터센터 환경에선 장비의 효율을 극대화하기가 이래저래 어렵다. 가상화를 적용하면 각 장비의 자원을 고르게 쓸 수 없고 가상머신(VM) 구동에 따른 전반적 성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게 싫어 가상화 없이 서비스를 돌리려면, 그 처리량을 장비 한 대의 물리적 성능에 의존해야 한다. 물리적 성능에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원 풀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러면 가상화를 적용해야 한다.

RSA는 인텔이 고안한 랙 디자인이다. 데이터센터 전체가 하나의 CPU, 램, 저장장치, I/O 자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인프라 자원은 원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의 메인보드 기판에 결합된 부품을 통해 되는데, 이 구성요소를 해체해 인텔 RSA라는 규격의 통짜 케이스에 필요한만큼 많이 붙일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걸로 가상화 없이도 랙과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자원 풀 구성이 가능하다.

다만 지금은 이를 상용화하려면 RSA 규격에 맞는 랙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양산할 제조사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스웨덴 통신장비제조사 에릭슨이 인텔과 적극 협력에 나선 상태다. ODM으로 유명한 인스퍼와 콴타도 거들고 나섰다. 반면 HP, IBM, 레노버, 오라클, 시스코, 주니퍼, EMC, 넷앱, 히타치, 후지쯔 등 자체 브랜드 파워가 있는 장비 제조사들의 참여는 드물다.

[☞관련기사: 에릭슨-인텔, 통신사 데이터센터 시장 협공]

이런 가운데 델이 지난달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이런 RSA 규격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한 랙 장비 'G5'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는 데이터센터솔루션(DCS)이라는 맞춤제작서버 제품군에 포함됐다. DCS는 고객사가 원하는 제원을 주문받아 특화된 디자인을 만들어 공급하는 제품이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바이두, 야후같은 대규모 인터넷서비스사업자를 겨냥한 사업이다.

델이 DCS G5 랙을 시연했다고 밝힌 공식블로그에 게재한 IDF 포스터 이미지. 인텔 RSA를 적용한 G5 랙 기반 솔루션의 가상 디자인으로 추정된다.

델이 RSA기반 G5 랙에 끼워넣을 수 있는 CPU, 램, 저장장치, I/O 등 부품을 각각 출시한다면 사업자는 이를 필요한만큼 사서 데이터센터에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인프라 관리용 RSA 소프트웨어와 API도 제공될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구축, 운영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어떤 장점이 있을까? 델 DCS 사업부의 수석엔지니어(Distinguished Engineer) 스테판 루셋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구성요소가 갖춰질 때 고객사는 RSA 규격에 대응하는 하드웨어 랙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컴퓨트, 스토리지, 네트워킹 '풀'을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에서 다룰 수 있게 만들고 목록화할 RSA 소프트웨어를 포함한다.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은 시스템의 코어,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I/O를 워크로드에 알맞게 '조립(compse)'한다. 워크로드 완료시 이 자원들은 '풀'로 되돌아가 다른 워크로드를 위해 재조립된다. 인텔이 '팟매니저(Pod Manager)'라 부르는 게 이 모든 관리체계의 핵심이다. 이는 수많은 랙을 아우르는 자원을 관리할 수 있다. 이 랙들은 (우리가 G5에서 '블록'이라 부르는) 자원들의 '서랍'으로 구성된다 - 컴퓨팅 코어, 고속 메모리, 디스크 등이다. 컴퓨팅 파워는 충분한데 스토리지만 더 필요한가? 새로운 스토리지 블록을 추가하면 된다. 팟매니저는 이걸 인식해 풀에 더한다. GPU 가속을 조금 더 해야 하나? 블록을 추가하라. 최종 목표는 오로지 여러분이 필요로하는 것만 구입하고, 워크로드에 맞게 시스템을 최적 조합하고, 필요할 때만 새로 업그레이드하는 - 진정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다."

[☞원문링크: Dell shows off Intel’s Rack Scale Architecture with RSA-Ready ‘G5’ Rack at I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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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의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전략은 인텔의 RSA를 적극 수용하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RSA 기반의 G5 랙과 관련 제품은 공식 출시된 게 아니다. 인텔조차 RSA를 본격 시판 단계에 놓지 않았다. 인텔이 예고한 RSA 상용화 시기는 내년이다. 상용화에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에릭슨이다. 에릭슨은 SK텔레콤을 국내 고객사로 잡고 각국 통신산업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손을 뻗고 있다.

델은 아직 RSA 인프라를 전면 실현할 수 있는 기술 전체를 제품화하지 않았다. 현재 존재하는 것은 약 1개월전 IDF2015 행사장에서 시연된 DCS G5 랙스케일 솔루션과 RSA 규격을 충족하는 서랍형 자원 설계구조 뿐이다. 델은 내년초 인텔의 RSA 1.0 버전 상용화 이후 이 규격을 자사 G5 랙에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나머지 퍼즐 조각을 언제 짜맞출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