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 배울 수 있나요? SAP 앱하우스 가보니...

컴퓨팅입력 :2015/09/23 17:50    수정: 2015/09/23 18:07

메르세데스 벤츠로 유명한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 종합 전기전자 업체 지멘스, 글로벌 화학회사 바스프.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어떤 창의적인 해결방법이 필요한 도전과제에 직면할 때면 찾아 가는 곳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앱 하우스(App Haus)’다.

앱 하우스는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 SAP의 디자인&코이노베이션 센터(DCC)가 운영하며 ‘디자인싱킹’을 전파하는 공간이다. 디자인싱킹은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8번 방문을 기록한 바스프를 비롯해 다임러, 지멘스는 지난해 앱 하우스를 가장 많이 찾아온 단골 기업이다.

지난 18일 직접 방문한 독일 하이델베르크 앱 하우스는 전날 다녀간 80여 명의 대학생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세미나장에는 역할극을 할 때 사용하는 다양한 코스튬 의상과, 레고 블록, 색종이 등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회의 장소로도 쓰인다는 식당의 흰벽면은 보드마카로 여러번 썼다 지운 자국들과 새로 쓰인 낙서들로 가득했다. 한켠에 놓인 화이트보드에는 짧은 메모가 적인 여러장의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이게 다 뭔가 싶다. SAP DCC의 디자인전략가 비아테 레이퍼 씨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빠르게 프로토타입(견본)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용되는 방법들"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코스튬 의상을 입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프로토타입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역할극(role play)을 통해 고객이 되어보고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쓸만한 것인지 아닌지 빠르게 판단해 볼 수 있다.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버리고 다른 걸 생각해 보면된다는 얘기다.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레고로 뚝딱 뚝딱 만들어보는 게 디자인싱킹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과정은 프로세스 중 일부로 포함돼 있을 뿐이다. 앱 하우스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하우저(Andreas Hauser) SAP DCC 부센터장은 디자인싱킹이 “문제가 무엇인지 혁신할 대상을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해 다각도의 시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디자인싱킹은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려면 ‘공감’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최종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다음은 문제를 정의하는 일이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팀 전체가 동일하게 정의해야 한다. 문제가 정의됐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봐야 한다. 레고나, 포스트잇, 역할극 같이 쉽게 한번 만들어 보거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빠르게 실행하고 다시 고쳐나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디자인을 구체화 시킨다.

프로토타입이 최종 모습에 가까워지면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테스트를 거쳐 피드백을 받고 거기서 도출된 문제들을 다시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정교하게 다듬으면 비로소 사용자가 원하는 혁신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안드레아스 하우저(Andreas Hauser) SAP DCC 부센터장

디자인싱킹은 어떻게 보면 일하는 방법 중 하나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도,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도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 수 많은 기업, 정부 기관, 대학, 병원, 스포츠 구단 등이 앱 하우스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어도 이런 과정을 실천하는 건 여전히 어색하기 때문이다. 안드레아스 하우저 부센터장은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디자인 분야에 각각 전문성을 가진 ‘사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프로세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야 디자인싱킹을 시작하고 혁신 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테크놀로에 대한 전문성은 많은 조직이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조건들은 채워지지 않은 게 많다.

앱 하우스가 문을 여는 주중 5일 중 80%는 항상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독일 내에선 디자인싱킹과 앱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지금까지 612번의 디자인싱킹 세미나가 이뤄졌고 6천 여명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혁신도 배울 수 있는 것일까? 혁신이 무엇인지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 혹은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주는 것이 혁신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싱킹이 혁신의 길로 가는 길잡이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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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하우저 부센터장은 디자인싱킹이 혁신을 이끈 예로 독일의 종양성 질환 국립 센터 (The National Center for Tumor Diseases :NCT)의 사례를 소개했다. NCT는 의료진들이 환자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주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를 겪고 있었다. SAP DCC 팀은 의사, 연구원, 간호사 등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하나의 창구를 통해 환자 데이터에 빠르게 접근하고, 쉽게 환자 프로파일을 비교하고, 더 잘 검색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그 다음엔 데이터에 접근하는 단일 접점을 만들고, 단 몇 번의 클릭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을 수행했다. 사용자 관점에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의료진이 이 툴과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사용자 피드백 세션의 정기적으로 실시했다. 그렇게 단일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 있는 데이터를 검색하고 필터링할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문서작업 대신에 환자를 돌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고 환자 데이터를 더 빠르고 쉽게 수집해 연구 논문을 쓰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혁신을 추구하는 목표도 최종 결과물도 결국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주기 위함이다. 안드레아스 하우저 부센터장은 “디자인싱킹은 시작부터 끝까지 최종 사용자가를 포함시켜 진행하는 과정이며, 결국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고객들을 위한 해결점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