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인텔, 통신사 데이터센터인프라 시장 협공

RSA 기반 'SW정의인프라' 확대 시동

컴퓨팅입력 :2015/09/23 14:47    수정: 2015/09/23 16:11

구글과 페이스북이 정립한 데이터센터 방법론과 아키텍처는 다른 기업들에게 그대로 이식할만한 형태가 아니며, 통신사업자나 일반 기업이 실제 구축에 활용할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 기술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텔과 협력 중인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메시지다.

각국 통신사업자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기성 IT인프라 장비 업체와 에릭슨이 통신사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분위기가 형성되는 추세다. 에릭슨은 5G 코어네트워크 영역에선 통신사가 기업의 데이터센터용 IT장비로 통신서비스를 운영할 거라 전망한다.

에릭슨과 인텔은 22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SDI 미디어브리핑을 진행하며 이같은 관점을 제시했다.

앤드류 한(Andrew Han) 에릭슨엘지 동북아시아 담당 고객 인게이지먼트 부문 수석 클라우드 컨설턴트는 "기존 통신사 인프라는 네트워크와 IT부문 장비를 구별하고 있었는데 5G 환경은 모든 네트워크를 IT기반으로 지원하는 개념"이라며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를 도입하려는 고객사들은 5G 플랫폼으로 쓰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인텔 제품플랫폼마케팅그룹 아태지역 소속 나승주 이사도 "통신사가 차세대 이동통신망을 도입할 때마다 매번 기존 네트워크 운영 환경을 새로운 하드웨어로 교체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운영 역할을 맡길 차세대 IT인프라의 효율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에릭슨의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 전략은 인텔의 분산형 랙 설계 구조 랙스케일아키텍처(RSA) 기반 신제품을 통해 구체화됐다.

에릭슨은 최근 인텔의 차세대 아키텍처를 제품화해 기업 데이터센터인프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2년전 소개한 '에릭슨클라우드시스템' 브랜드에 신제품 '하이퍼스케일데이터센터시스템(HDS)8000'이라는 신형 컴퓨팅 장비를 추가하면서다.

[☞관련기사: 에릭슨, NFV 타고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영토확장]

에릭슨은 HDS8000을 NFV 도입용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장비로 소개하며 일반 기업보다는 통신사 시장을 겨냥했다. 지난 7월말 5G 코어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개발 협력 의향서(LoI) 체결 사례를 보면 국내서는 에릭슨 HDS8000의 첫 고객사로 SK텔레콤이 유력하다.

[☞참조링크: Ericsson and SK Telecom to collaborate on 5G network slicing]

에릭슨이 HDS8000을 없던 시장을 발굴하는 건 아니다. 고객사들에게 기성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에서 눈을 돌리면 HDS8000같은 해법이 있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디어브리핑에서 에릭슨의 한 컨설턴트는 5G 시대 인프라를 준비하려는 통신사들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성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인프라는 가상머신(VM)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성능이 30~40%가량 손실돼 낭비가 많다. 통신사들은 5G를 위한 IT인프라에 베어메탈 서버를 쓰려고 하는데, 이 경우 자원 풀(Pool, 덩어리)을 구성하지 못해 개별 장비의 유휴 자원 낭비를 피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 컨설턴트 설명의 요지는 데이터센터 가상화를 하든지 안 하든지,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든지 못 했든지, 현재 통용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관리의 편의성을 높일 수는 있더라도 기업들이 원하는 충분한 경제성을 달성키 어렵다는 얘기다. 인프라 자원이 물리적으로 각 장비에 종속돼 있어서다.

앤드류 한(Andrew Han) 에릭슨엘지 동북아시아 담당 고객 인게이지먼트 부문 수석 클라우드 컨설턴트

"서버 한 대에 부착된 CPU, 메모리, 네트워크 카드, 저장장치, 가속장치 등의 활용률은 제각각이다. 특히 메모리는 모자라는데 CPU를 비롯한 나머지는 노는 비중이 크다. 가상화하더라도 이 자원은 효율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이를 공유할 수 있는 동적인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아키텍처가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개방형 에코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VM 구동에 따른 성능 손실을 피하면서 CPU, 메모리, 스토리지, I/O 등의 자원 덩어리를 생성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끝이라 본다. 이 접근 방식이 인텔의 '랙스케일아키텍처(RSA)'라는 데이터센터용 랙 설계 규격의 핵심이다. 에릭슨의 HDS8000가 RSA 기반으로 상용화를 앞둔 첫 장비다.

에릭슨과 인텔은 RSA가 네트워크를 통한 클러스터 구성과 가상화가 필요했던 기존 분산컴퓨팅 방식 대비 성능 손실이나 특정 자원 낭비를 낳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프라 교체 및 확장 방식도 장비 단위가 아니라 개별 부품 수명주기를 기준으로 더 유연해져 TCO와 ROI 부담도 적다고 주장한다.

한 컨설턴트는 "RSA를 도입시 통신사들은 CPU와 메모리를 적게 쓰면서 원하는 성능을 (SDI 사상의 구현을 통해) 할당해 사용할 수 있다"며 "모든 장비에 걸쳐 대규모로 수행했던 연단위 인프라 업그레이드 없이, 개별 부품 교체 방식을 통해 VM당 비용을 절감하고 선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슨은 비교적 구체적인 비용 절감 사례도 제시했다. 가상화와 베어메탈 혼합 워크로드 100개를 돌리는 서버와 14.6페타바이트 스토리지와 백업 환경을 구축하고 가용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요건에 맞출 때, 기성 솔루션으로 구성된 제안 대비 에릭슨의 제안 비용은 절반 수준이었다는 내용이다.

동일한 워크로드 요구사항에 맞춰 에릭슨의 RSA 기반 장비와 기성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범용 인프라 및 솔루션으로 제안했을 때의 비용 차이.

이 메시지는 인텔이 어째서 HP, 델, 레노버, 오라클, 시스코, 후지쯔, EMC, 히타치, 화웨이같은 글로벌 인프라 하드웨어 파트너를 놔두고 전통적인 통신장비 제조사였던 에릭슨을 RSA 파트너로 밀고 있는지 상당 부분 설명해 준다. RSA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기성 IT인프라 수요는 급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성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반적으로 일반 기업 수요에서 통신사업자와 페이스북, 구글, 바이두, 텐센트같은 거대 인터넷사업자 수요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IT장비 업체들은 이 변화에 적응해내는 동시에 시장에선 에릭슨같은 RSA 제품 기반의 신생 IT인프라 사업자와도 경쟁해야 할 처지다.

[☞관련기사: 에릭슨 "데이터센터 시장서 서버업체들과도 경쟁"]

게다가 RSA는 IT인프라 장비 업체들의 기존 랙 중심 설계 노하우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 노드 안에서 메인보드와 구성요소 배치, 확장성과 물리적 안정성, 입출력부 기능과 열처리 및 냉각 구조와 전력 효율, 가상화 플랫폼 연동을 통한 관리 편의성 등 기존 노하우는 RSA 디자인에서 무용지물이다.

장비 제조사가 RSA와 협력하려면 기존 표준랙 중심의 핵심 자산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인텔이 제시한 표준에 맞춰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RSA가 지난 2013년 1월 소개된 이래 여기에 동의한 제조사 가운데 비교적 유명하다고 할만한 곳은 델, 인스퍼, 콴타 정도다.

RSA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각 역할을 수행하는 장비를 연결한 뒤 그 자원을 가상화해 모으고 할당한다는 제약에서 벗어난 시도다. CPU, 메모리, 저장장치, I/O 등 자원을 그냥 연결된 덩어리로 만든 다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나눠 주는 인프라 구조를 만들어 준다.

에릭슨은 자사 HDS 장비가 RSA 설계 특성상 범용 서버 역할뿐아니라 SAN과 NAS 장비에 필요한 워크로드, SDN용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콜드스토리지용 백업 장비, 통신사 NFV용 어플라이언스, 어느 역할이든 수행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 구축시 자원 통합 수단을 가상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인텔은 이런 측면에서 기업들이 VM웨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스택같은 특정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역할에 종속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RSA는 이렇게 기존 가상화 업체들의 역할 변화도 요구한다.

한 컨설턴트는 "5년전 가상화 대세는 VM웨어였지만 지금 클라우드 대세는 오픈스택이고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요한 건 고객 워크로드 결정에 대응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멀티클라우드에서 자원 낭비와 SW성능 저하 없이 할당될 수 있는 SDI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인텔 RSA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하드웨어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장비 설계 노하우와 시장을 빼앗고 VM웨어, MS, 오픈스택 진영 업체들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및 자원 관리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RSA의 상용화 시점은 내년이고, 표준은 개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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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텔은 시장과 고객의 선택을 명분으로 RSA 중심의 SDI 전략을 강조할 수 있다. 현재 가상화, 클라우드 SW 진영과 논의 중인 표준 규격 정의나 관리 기술에 대해, 새로운 분산형 랙 장치 규격을 제안한 자사의 역할을 프로세서뿐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 인프라로 확장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다.

인텔의 나승주 이사는 "인텔은 VM웨어, MS, 오픈스택 진영 등 SW 업체들과 하드웨어 업체들, 모두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업체와 장비 관리 규격을 재정의하고 있으며 그 기반의 상위 영역에선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SDI와 유기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승주 인텔 이사. 인텔의 SDI 개념과 이를 도입시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과 운영 관리에 따른 비용의 절감 효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