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케이드가 자체 SDN 브랜드 버린 이유

"오픈데이라이트 배포판으로 오픈소스 주도권 키운다"

컴퓨팅입력 :2015/09/18 18:03

브로케이드가 오픈소스 기술을 상용화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컨트롤러 새 버전을 출시하며 기존 자체 브랜드명을 폐기했다. 기존 방침대로 '오픈데이라이트(ODL)'에서 만들어진 오픈소스 배포판을 그대로 상용화해 주도권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 것인지 주목된다.

브로케이드코리아는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ODL '리튬(Lithium)' 버전에 기반한 '브로케이드SDN컨트롤러' 2.0 버전과 2가지 새로운 SDN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브로케이드SDN컨트롤러는 회사가 1년전 ODL '헬륨(Helium)' 버전 기반으로 출시했던 상용 SDN솔루션의 후속판이다. 기존대비 나은 확장성과 관리 효율성을 보여 준다는 게 브로케이드 측 설명이다.

눈길을 끈 대목은 이제 브로케이드가 자사 SDN솔루션에 더이상 '비아타(Vyatta)'라는 브랜드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아타는 3년전 브로케이드에 인수된 네트워크 운영체제(OS) 전문업체 이름이다.

브로케이드코리아가 2015년 9월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한 SDN 간담회 발표자료 일부. SDN컨트롤러 명칭에서 비아타 브랜드가 빠지고 브로케이드가 들어갔다.

브로케이드는 비아타를 인수 후 2년만인 지난해부터 그 SDN아키텍처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과 컨트롤러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술 자체는 ODL의 오픈소스 SDN 배포판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브로케이드는 자사 역할이 리눅스OS 시장의 레드햇과 같다고 강조해 왔다. ODL의 오픈소스 SDN을 써보려 하는 사람들에게 문서와 기술지원 등의 형태로 '전문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즈, 주니퍼네트웍스, 아리스타네트웍스 등의 SDN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은 ODL같은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긴 했지만, 기존처럼 독점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판매 전략을 유지해 왔다.

반면 브로케이드는 전문성만 충분하다면 그 접근과 사용에는 제한이 없는 오픈소스SDN 기술을 그대로 상용화했다. 기술종속성을 최소화하고 외부 개발자의 접근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그리고 최근 브로케이드는 블로그를 통해 비아타뿐아니라 스틸앱(SteelApp), 비스타포인테(VistaPointe), 커넥템(Connectem) 등 인수 기업 고유 브랜드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링크)

김현수 브로케이드코리아 상무

브로케이드에게 SDN시장서 비아타의 브랜드 파워가 아깝진 않았을 터. 오히려 ODL의 오픈소스 버전과 다른 독점적 요소가 있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따라서 브로케이드가 독자 SDN브랜드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을 듯하다. 비아타 브랜드 포기 후 처음 출시된 SDN컨트롤러2.0 설명 자료에 다음처럼 새삼 '오픈소스 리더십'을 강조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브로케이드 SDN 컨트롤러는 종속형에서 벗어난 ODL 코드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중략) 일련의 오픈소스 SDN 솔루션을 통해 브로케이드는 고객들에게 더 큰 혁신과 상호운용성, 그리고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벤더 종속성을 걷어낼 수 있게 됐다."

브로케이드는 SDN시장에서 확실히 오픈소스 업체들의 움직임을 흉내내고 있다. '브로케이드 프로페셔널 서비스'라는 컨설팅 상품은 기업들에게는 SDN설계 계획, 구축, 개발을 지원하는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용자와 개발자들에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포럼 활동 기회, 문서자료, 기술지원센터 접근 권한을 준다. 코드 샘플 공유와 최신 오픈소스 프로젝트 발전 동향도 알려 준다.

권원상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는 "브로케이드 SDN컨트롤러 2.0, 관련 애플리케이션, 교육 및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전세계 고객들이 SDN으로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원상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

회사측에 따르면 ODL기반 브로케이드SDN컨트롤러2.0은 오픈V스위치 데이터베이스(OVSDB) 인터페이스와 오픈스택 모듈형레이어2 플러그인으로 인프라 관리를 할 수 있고, 클러스터링으로 향상된 확장성과 안정성을 보여 주며, 네트워크 가시성을 제공하는 사용자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지난 6월 소개된 '브로케이드플로우옵티마이저'를 지원해 네트워크 공격을 경감시킬 수 있다.

함께 소개된 SDN애플리케이션 2종은 '브로케이드토폴로지매니저'와 '브로케이드플로우매니저'다. 무료 제공되는 브로케이드토폴로지매니저는 네트워크 구성 형태를 드러내 관리자가 노드 목록을 작성하거나 검색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확장한 게 브로케이드플로우매니저다. 네트워크 구성 형태를 보며 문제 발생시 실시간으로 트래픽엔지니어링과 네트워크세분화 조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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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브로케이드의 오픈소스 중심 SDN전략이 그간 얼마나 주효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본사와 한국지사 모두 구체적인 시장 성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서다. 작년 출시된 SDN컨트롤러1.0 버전의 도입 성과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현수 브로케이드코리아 상무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본사 정책상 어느 고객사가 몇 카피를 사용중이다, 이런 식으로 밝힐 수는 없다. 글로벌 성과는 본사 집계를 통해 올연말이나 내년초 쯤 자료가 나올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사용자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먼저 써 본 뒤에 질문을 해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1.0버전뿐아니라, 지난 6월 공개된 (이번 2.0버전의 기반기술) 리튬 버전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질문이 오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국내서 ODL을 테스트하는 사례와, 이를 상용으로 지원하는 브로케이드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나오고 있는 프로젝트는 오픈소스 기술 특정 버전과의 접목에 따라 달라지는 요구사항도 반영되는 등 제안요청서(RFP)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