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패키지' 워싱턴포스트를 살려낼까

'프라임' 고객에 6개월 공짜…베조스식 '묶음전략' 관심

인터넷입력 :2015/09/18 11:19    수정: 2015/09/18 11: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아마존 방식’을 하나씩 적용하고 있다. 이번엔 특급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할 경우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판 ‘6개월 공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치전문 사이트 폴리티코는 17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들에게 워싱턴포스트 디지털판 6개월 무료 구독 서비스를 한다고 보도했다. 또 6개월 뒤에는 월 3.99달러(연 48달러) 구독료를 내면 워싱턴포스트 디지털 버전을 볼 수 있게 된다.

워싱턴포스트의 디지털 구독료는 월 9.99달러(웹)와 14.99달러(웹+앱) 두 가지 상품이 있다. 따라서 6개월 무료 구독 혜택이 끝난 뒤에도 기존 가격의 4분의 1 수준에 계속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 프라임은 2~3일 내에 주문 상품을 배달해주는 특급 배송 서비스다. 연간 이용료는 99달러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은 ▲음악 100만 곡 광고 없이 무제한 감상 ▲영화, TV 드라마 스트리밍 ▲아마존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사진 저장 공간 무제한 제공 ▲ 킨들에서 책 공짜로 읽기 등의 혜택을 부여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공짜 구독은 여섯 번째 혜택인 셈이다.

아마존은 지난 해 11월에는 태블릿인 킨들 파이어 이용자를 대상으로 똑 같은 이벤트를 실시한 적 있다. 그 때도 6개월 무료 구독 후 월 3.99달러란 당근을 내걸었다. 따라서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 워싱턴포스트 공짜보다 아마존 패키지가 더 중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들은 “워싱턴포스트마저 공짜로 풀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서 진짜 주목할 부분은 ‘워싱턴포스트 온라인 구독료 공짜’가 아니다. ‘아마존식 성장 전략’을 워싱턴포스트에도 본격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2년 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베조스는 크게 두 가지 부활 전략을 가동했다. 하나는 종전까지 고수했던 ‘워싱턴 지역지’ 전략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점이다.

베조스는 지난 해 12월 비즈니스인사이더 대표인 헨리 블로짓과 인터뷰에서 “워싱턴포스트는 늘 전국적,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생산하는 제품, 즉 기사는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 동안은 이게 훌륭한 전략이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두 번째는 ‘스스로 플랫폼이 되려는 전략’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해 3월 닻을 올린 신문 파트너십 프로그램이 바로 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의 개요는 간단하다. 지역신문 독자들은 공짜로 워싱턴포스트 사이트와 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다. 현재 파트너십 프로그램 참여 언론사는 300개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윈윈 전략의 일환이다. 일단 지역 신문들은 구독 독자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워싱턴포스트의 프리미엄 사이트와 앱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지역 일간지들에겐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신규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지역 신문의 고객 정보는 아마존 우산 내에 있는 각종 마케팅을 할 때 유용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배경을 깔고 보면 ‘아마존 프라임 묶음 전략’도 맥이 통한다. 아마존 프라임과 워싱턴포스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부가상품으론 여전히 매력적인…

아마존 프라임 묶음 구성에서 워싱턴포스트는 매력적인 부가 상품이다. 물론 ’워싱턴포스트 6개월 공짜’만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엔 역부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는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잠재 고객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구독자 확대’를 꾀할 수 있다. 2천500만~4천만에 이르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이 최소한 6개월 동안은 공짜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전략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살리기’는 수익 증대보다는 몸통 키우기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마존을 키워온 그 방식 그대로다.

이와 관련해선 폴리티코가 흥미로운 일화를 전해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제프 베조스에게 인수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기 몇 년 전 주요 언론사 사주들을 만난 적 있다. 당시 언론사 발행인들이 “사업이 어렵다”고 털어놓자 “왜 구독료를 파격적으로 인하해서 고객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베조스에겐 수익 증대보다 고객 확대가 우선 추진 전략이었던 셈이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이런 철학을 그대로 적용했다. 덕분에 전임 사주였던 그레이엄 시절 뉴욕타임스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던 워싱턴포스트의 트래픽은 이젠 90% 수준까지 상승했다.

■ 패키지 해체 시대의 패키지 전략, 결과는?

지금 저널리즘 현장은 ‘패키지 해체’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 유력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애플 뉴스 앱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시대 흐름에 순응한 결과다.

이 대목에서 아마존 생태계란 뒷배경을 갖고 있는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애플 같은 거대 플랫폼에 눈을 돌리면서도 자체 생태계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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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보는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부터 예견됐던 행보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 단일 상품의 가치 보다는 아마존 생태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과 워싱턴포스트를 연계한 전략 역시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아마존 프라임 둘을 모두 키워내겠다는 절묘한 패키지 전략. 물론 이 전략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