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심장 다시 뛰게 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월넛, 테크트랜스, 구니스 등 성공 사례 이어져

홈&모바일입력 :2015/09/15 15:37

송주영 기자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 스타트 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인큐베이터, 삼성 벤처지원 프로그램 C랩에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15일 설립 1주년을 맞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섬유원단직조업체 월넛, 비철금속 표면처리 업체 테크트랜스, 유아 교육 태블릿 업체 구니스 등의 성공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벤처, 스타트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 낮은 인지도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업을 접기도 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 창업 프로그램인 C랩과 연계해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벤처기업에 자금을 수혈하고 삼성 계열사 특허 지원, 멘토링으로 위기에 놓인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때 사업포기 위기에 처했던 월넛, 테크트랜스는 자금, 멘토링 지원을 받아 지난해와 비교해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2배까지 매출 성장을 이뤘다. 이중 테크트랜스는 일본 경쟁 업체를 제치고 미국 전기자동차로 급부상하고 있는 테슬라에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표면처리 납품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날 성공사례를 발표한 기업들은 지원이 자리를 잡는데 전부는 아니었지만 창조혁신센터를 통해 적기에 이뤄진 빠른 자금수혈과 사업 노하우 전수는 사업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원단직조 SW 개발사 월넛, 전년대비 매출 40배 성장

월넛은 섬유원단직조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CAD개발, 원단개발 컨설팅, 납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넛은 최근 제일모직, 나이키, 아디다스 컨버스 등에 사용되는 원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천만원, 올해는 12억원으로 40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대표가 창업한 것은 지난 2011년. 4년만에 올린 성과다.

월넛은 지난 2013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면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중국 사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공급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한국 벤처기업이라는 이유로 거래선의 신뢰를 받지 못한데다가 제품 가격은 경쟁사 대비 2천만~3천만원이 더 비싸다는 점도 공급이 어려웠던 원인이다.

15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윤재 구니스 대표가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품질 하나만 믿고 나선 월넛의 해외 시장 진출은 이대로 끝나는 듯 했다. 이 대표가 4번째로 몸담은 벤처회사가 이렇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창업을 접고 취업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지난해 우연히 삼성 C랩 응모 광고를 보게 됐다. 마감 이틀전에 부랴부랴 응모해 합격하면서 사업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벤처라는 이름에 삼성이 투자했다는 이름값이 더해지면서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시간, 조건 등 많은 부분에서 수월하게 투자가 진행됐다”며 “중국 IR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도 삼성,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다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자금 수혈받고 테슬라 공급계약 따내

테크트렌스도 삼성 C랩 4기로 지원을 받아 이제 막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회사다. 지난달부터는 테슬라에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표면처리 공급권을 따내 양산하기 시작했다. 일본 유명 기업을 제치고 따낸 공급계약이다.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는 지난 2011년 영남대학교에서 창업했다. 기술만 갖고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개인특허도 27개를 낼 정도로 기술에서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사업은 달랐다. 성과는 나지 않았고 올해 1월에는 자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벤처기업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그동안 쌓아온 기술이 사장될 위기였다.

사업을 접어야했던 시기 테크트랜스는 C랩에 입주하면서 삼성벤처파트너스를 통해 지난 5월 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투자집행까지는 불과 2개월이 걸렸다. 통상 투자사들이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투자를 집행하는 것과는 달랐다.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 VIP센터에서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테크트랜스에 삼성의 지원자금이 들어가자 테슬라도 좀 더 신뢰를 갖고 달라진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테슬라 공급계약과 함께 공장도 바빠졌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을 숱하게 돌아다니며 거절당했던 수모가 성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도 연락이 오고 중국과도 계약을 추진중”이라며 “솔루션을 계속 공급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테크트랜스 올해 매출은 1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지난해 1억원 대비 10배 성장이 예상된다.

■구니스, 스마트 팔레트로 해외시장 노려

마지막으로 사례를 발표한 구니스는 스마트 팔레트라는 이름의 유아 미술 교육용 태블릿을 만드는 업체다. 태블릿에 명화를 띄워넣고 유아들이 색칠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구니스 태블릿에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유아용 콘텐츠인만큼 개인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등에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구니스는 태블릿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삼성과의 연결이 큰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가 만든 안드로이드 기기 4천500개에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 하드웨어와 패키지로 구성해 병원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삼성전자는 구니스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사업을 할 수 있기까지 멘토링도 지원했다. 구니스는 1억원 투자를 받아 올해 5억5천만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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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니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싱가폴, 중동 등 아시아 국가에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니스 이윤재 대표이사는 “우리는 창조경제 1세대”라며 “골프에서 박세리 선수가 1세대였고 이후 2세대, 3세대 선수가 배출된 것처럼 창조경제에서도 2, 3세대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