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칼슘 농도 조절하니 기억력 높아져”

국내 연구진, 칼슘 통로 개방 기술 성공

과학입력 :2015/09/15 09:37

국내 연구진이 살아있는 생체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하는데 성공했다. 세포에 빛을 쬐어 칼슘이 들어가는 통로 개방을 유도해 칼슘이온을 세포안으로 유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 이 기술이 앞으로 칼슘이온 농도 저하로 생기는 여러 질환의 치료법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허원도 연구팀이 빛으로 살아있는 생체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하는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IBS 연구단은 광(光) 리모콘으로 세포막에 있는 칼슘이온 통로인 칼슘채널을 여닫을 수 있고, 효율성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했다. 칼슘채널은 칼슘이온의 세포 내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세포막에 존재하는 칼슘전용 통로를 뜻한다. 평소에는 칼슘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지만 특별한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면 구조가 바뀌면서 칼슘이 세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 내 칼슘이온 제어기술 개념도

연구단은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된 쥐의 뇌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 개방을 유도, 쥐의 기억력을 2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

칼슘이온은 세포성장은 물론 신경전달이나 근육수축 등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때문에 세포 내 칼슘이온이 부족해지면 인지장애, 운동실조, 심장부정맥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세포에 빛을 쬐어 칼슘채널의 개방을 유도, 기존방법 보다 5~10배 많은 칼슘이온을 세포 안으로 유입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빛을 쬐는 비침습적(non-invasive) 방식으로 약물이나 전기 자극을 대신해 칼슘이온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또, 대량의 화합물 중 칼슘이온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찾아내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으로도 쓰일 수 있다.

연구진은 빛의 강도와 노출시간에 따라 칼슘이온의 유입양과 잔류시간을 조절하는 한편 빛을 차단해 양방향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청색 빛을 흡수하면 무리를 이루는 식물의 광수용단백질에 칼슘채널을 활성화하는 동물(인간)의 조절단백질을 결합시켜 청색 빛에 의해 칼슘채널이 열리도록 설계했다.

살아있는 생체 내 칼슘이온 농도 조절

설계된 융합단백질을 가진 쥐에 청색 빛을 쬐어주자 뇌로 유입된 칼슘이온에 의해 신경전달이 활성화되면서 기억력이 2배 강화됐다. 전기충격 같은 자극이 있었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빛에 노출되지 않은 쥐에 비해 오래 지속된 것이다.

제브라피쉬(생물학에서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열대어 모델), 줄기세포 등에서도 빛에 의한 칼슘이온 유입이 나타나 이 기술이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음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추후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가시광선보다 투과율이 좋은 긴 파장대의 빛(적외선)으로 칼슘채널을 조절하는 기술을 구현해야 하고, 빛을 전달할 수 있는 LED 등 광원의 소형화/안정성 및 생체 내의 전달기술 등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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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도 그룹리더는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생체 내에서 칼슘이온 채널을 빛으로 제어한 것으로 적외선이나 소형화한 광원을 이용한 칼슘이온 대사질환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허원도 그룹리더 연구팀과 KAIST 생명과학과 한용만,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함께 수행한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41.51) 온라인에 1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