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하드웨어에 과감히 베팅했나

"모바일은 너무 좁다"…비욘드 모바일 주목

컴퓨팅입력 :2015/09/15 08:11    수정: 2015/09/16 07:26

“모바일은 너무 좁은 세상입니다. 스마트폰을 넘어서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은데, 지금까지 우리는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좀 더 다른 환경에서 우리가 못해봤던 서비스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만난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네이버가 주종목인 소프트웨어(SW)넘어 하드웨어(HW)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네이버는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 블루(BLUE)를 공개하고 로보틱스(스스로 움직이는)기기, 스마트홈, 지능형 친환경 자동차, 웰니스 및 피트니스 기술 개발에 향후 5년간 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블루 프로젝트의 골자는 이렇다. 생활 밀착형 HW와 네이버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딥러닝 기술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커넥티드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딥러닝이란 인공지능(AI) 기술의 일종으로 컴퓨터가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의 두뇌가 사고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스마트홈 제품, 웰니스 제품, 자동차, 로보틱스 제품 등이 네이버 커넥티드 플랫폼에 연결되고, 플랫폼은 딥러닝 기술로 뒷받침되고 있어 사용자 개개인에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는게 네이버의 시나리오다.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은 네이버가 원래 잘해오던 SW영역이다. 그럼 HW어떤가? PC나 모바일이면 모를까 로보틱스 기기, 스마트홈, 자동차 같은 HW는 지금까지 네이버가 관심을 보이던 분야가 아니였다.

송창현 CTO는 "모바일은 너무 좁다”는 말로 네이버의 이번 발표가 HW 플랫폼 확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년 사이 PC를 넘어 모바일로 전환하는데 역량을 쏟았다면 이제는 모바일을 넘어 어느 디바이스에서나 네이버 서비스를 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네이버에게 있어서 '비욘드 모바일'이란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송창현 네이버 CTO

비욘드 모바일의 핵심은 ‘상황적 문맥’을 파악한 ‘사전적 제안’ 서비스

송창현 CTO는 "스마트폰은 기본이고, 여기에 다른 HW가 추가되면 사람들이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훨씬 더 잘 파악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 정보, 콘텐츠를 줄 수 있다”며 "좀 더 다른 환경에서 우리가 사용자들에게 못해줬던 서비스를 한번 해보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HW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사용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정리할 수 있어 보인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만 네이버 검색이나 라인, 밴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보다 네이버 플랫폼과 연결된 가전제품, 자동차, 피트니스 기기 등을 통해서도 이용한다면 네이버는 사용자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문맥(Context)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굳이 정보를 검색하거나 서비스를 실행시키지 않아도 상황에 맞는 적합한 정보와 서비스를 사전적으로(pro-active) 제공할 수 있다. 더 많은 HW와의 연결이 필요한 이유다.

송창현 CTO 역시 사용자의 상황적 문맥을 이해하고 맞춤 정보를 사전적으로 제안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마트폰 가지고 차를 타고 가는 상황이라면, (스마트폰 안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는) 알 수 있는게 별로 없다. 하지만 자동차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IVI: In Vehicle Infotainment)는 지금 몇 명이 차에 타 있는지 등 더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좀 더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HW 부문에 우리가 투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HW 투자 발표는 이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에서 지난 몇 년간 관찰돼 온 변화와 일맥상통한 면이 많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모두 사용자의 상황적 문맥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보지 않아도 필요할 것 같은 앱, 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전적 제안을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맞춤 광고 상품과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구글만 봐도, 스마트 홈 온도조절 장치 ‘네스트', TV에 꽂으면 스마트 기능을 제공하는 ‘크롬캐스트’, 홈네트워크용 라우터 ‘온허브’, 가정용 IP 카메라 ‘네스트캠'은 물론 무인자동차 ‘구글카’ 등 많은 HW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HW를 통해 사용자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데이터 플랫폼에 모으고 다시 지능화된 서비스로 사용자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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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그동안 딥러닝 기술을 축적하고 이미지자동분류 서비스, 음성합성 기술, 번역기 등에 적용해 왔다. 이제 HW 분야로 영역을 넓혀 SW와 결합시켜 나가겠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구글이나 애플이 되려고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방향은 구글이나 애플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못지 않게 검색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구글이 하는 방식대로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송창현 CTO는 기조연설은 물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생활속 HW', '생활 밀착형 디바이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생각해 보면 네이버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 콘텐츠 역시 생활 밀착형 콘텐츠다. 생활속 HW 제품들을 통해 사용자가 그때 그때 필요한 생활 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네이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고 그러한 방향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