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도 로봇이 전문가 대체할까?

기존 자산운용사들도 로봇 활용 확대

컴퓨팅입력 :2015/09/06 13:51    수정: 2015/09/07 10:15

손경호 기자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자산관리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해 주는 일명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베터먼트(Betterment), 웰스프론트(Wealthfront), 퓨처어드바이저(Future Advisor)에 이어 전통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찰스 슈왑 등도 여기에 가세했다. 야구 중계와 같이 단신 기사를 로봇이 대신 정보를 수집해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이 이미 AP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적용된 것처럼 이제는 금융 시장도 자산관리사 대신 로봇이 알아서 리스크를 줄이면서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방안을 찾아주는 흐름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로봇이 자산관리사를 대신해 리스크를 고려해 자동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내며,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방법 등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시대가 왔다.(사진=베터먼트)

지난해 7월 기준 코포레이션 인사이트라는 리서치 및 컨설팅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관리되는 자산은 총 157억달러(18조7천191억1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컨설팅 회사인 A.T.카니(A.T.Kearney)는 앞으로 5년 뒤에는 로보 어드바이저가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관리되는 자산이 미국 내에서만 2조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천38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들은 왜 투자전문가가 아니라 로봇이 자신의 돈을 대신 관리해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포브스는 이를 두고 낮은 수수료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전통 금융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관련링크)

1980년~2000년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기기나 인터넷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두 차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거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통적인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세대보다도 강하다. 때문에 거대 은행이나 주요 자산관리사에게 돈을 맡기기 보다는 차라리 컴퓨터와 기술을 더 신뢰한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로보 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기본적으로 투자수익과 관련된 세금을 가장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자동화했다.(사진=베터먼트)

로보 어드바이저는 전문 자산관리사들을 대신해 별도 알고리즘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익에 따른 세금을 줄여주는 등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로보 어드바이저 고객들은 해당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수입, 기대하는 자금 목표,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한 사항을 입력하기만 하면된다. 그 뒤에는 로보 저널리즘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투자프로세스에 따라 대개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s, ETFs)'에 투자하고 자산가치를 재조정(rebalancing) 하는 등 기능을 담당한다.

대표적인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로 꼽히는 베터먼트는 '세금손실모으기(Tax Loss Harvesting)'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장기투자는 단기투자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그만큼 많은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투자에 대한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손실모으기는 세금 납부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1년 미만 단기투자했던 주식 등에 대해 손실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판매해 투자자가 내야하는 세금 총량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투자자가 골치아프게 계산기를 두드려야하는 대신 로봇이 알아서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베터먼트 외에 웰스프론트, 퓨처어드바이저 등 다른 로보 어드바이저 회사들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관련링크)

이런 움직임에 더해 전통 자산관리사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올해 초부터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Schwab Intelligent Portfolios)'라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했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별도 자문비나 트레이딩 수수료 혹은 계정 관리에 필요한 서비스 비용을 받지 않으며, 오직 자산관리비로 0.15%~0.35% 수수료만 받는다.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함께 한번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알아서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때문에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베터먼트 행위기반 금융 및 투자 담당 댄 에건 디렉터는 "로봇 어드바이저는 고객들을 단기 우려로부터 보호하고, 투자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따로 어떤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하게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애덤 내시 웰스프론트 최고경영자(CEO)도 "그들(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며 "설정을 마친 뒤에는 그런 사실도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베터먼트는 자사 홈페이지에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전형적인 DIY 투자자들보다 평균 4.30%이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시 디렉터는 "인간은 실제로 변동하는 시장을 예측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며 "컴퓨터 역시 능숙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사람처럼 지치지 않고, 예상했던대로 필요한 조치를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자산가치가 200억달러에 달하는 웰스프론트는 2008년 설립된 회사로 62명 직원을 통해 26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를 두고 포브스는 "자동화된 자산관리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큰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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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베터먼트는 4만5천여명의 고객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8억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중이다.

퓨처어드바이저는 20명 남짓한 직원들이 2013년 3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14년 5월에 1억1천만달러 규모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이 회사가 관리하는 자산은 2억달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