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피로' 시대…아이폰6S, 경쟁 포인트는?

전반적 상향 평준화…이젠 '작은 차별화'가 승부수

홈&모바일입력 :2015/09/04 10:13    수정: 2015/09/04 11: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잠시 시간을 8년쯤 전으로 되돌려보자.

때는 2007년 1월초. 맥월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막 올라왔다. 그 무렵만 해도 맥월드는 CES와 함께 수 많은 IT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행사였다.

무대 위에 오른 스티브 잡스는 그 무렵 애플의 히트 상품인 아이팟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을 꺼내들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아이폰이었다.

잡스는 아이폰을 소개하기 위해 당시 스마트폰 키보드와 펜 사진을 보여줬다. “이런 걸 왜 쓰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누구나 몸에 지니고 있는 '펜'이 있는데. 잡스가 '누구나 몸에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던 펜은 바로 손가락이었다.

그런 다음 가상 키보드를 손가락으로 작동하도록 만든 아이폰을 소개했다.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아이폰 첫 모델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 그 무렵 유행하던 키보드 장착형 스마트폰을 조롱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 깜짝 놀랄 스마트폰 혁신,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

당시 잡스가 공개한 아이폰은 현장 참가자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감탄시켰다. ‘스마트폰 혁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애플은 이후 몇 년 동안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주도했다. 아이폰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애플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선 더 이상 ‘깜짝 놀랄 혁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IT 전문 매체인 씨넷은 3일(현지 시각) 스마트폰 시장의 최근 상황을 ‘휴대폰 피로(phone fatigue)’란 말로 표현했다. 몇 년전까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새 모델이 출시될 때 같은 ‘설렘’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씨넷이 ‘휴대폰 피로’란 주제로 기사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오는 9일로 예정된 애플의 아이폰 차기 모델 발표 행사 때문이다.

과연 애플은 (아이폰6S가 유력한) 새 모델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전 모델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에 개선된 성능이 조금 추가되는 정도가 유력하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포스터치’ 기능이 추가되는 점이다. 포스터치는 기기가 사람의 손가락이 누르는 힘을 인지해 조작방식을 달리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아이폰6S 예상 이미지. 기존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외에 로즈골드 색상이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메가픽셀 카메라와 4K 동영상 기능이 탑재될 것이란 루머 역시 기대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아이폰6S는 전작인 아이폰6 대비 더 두꺼워질 것”이란 또 다른 루머도 들려온다. 애플이 아이폰 화면을 살짝 비틀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던 혁신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얘기다. 칸타 월드패널의 캐로라이나 미라네시 애널리스트는 씨넷과 인터뷰에서 이런 점을 잘 지적했다.

“애플이 아이폰 백에서 뭘 꺼내면 우리를 흥분시킬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질문거리다.”

씨넷은 이런 상황을 전해주면서 “우리의 피로감이 애플은 아이폰 수 백 만대 를 판매하지 못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6S를 구매하려고 할 때 예전보다는 좀 더 오래 고민하게 된다는 의미란 분석이다. “예전 모델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질 가능성도 많다는 얘기다.

물론 애플은 다음 주 행사를 아이폰만으로 떼우진 않을 전망이다.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차세대 애플TV도 무대를 함께 장식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다 지난 6월 공개한 두 운영체제도 공식 출시될 가능성이 많다. 대폭 개선된 iOS9과 맥OS X 엘 캐피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 상향 평준화된 시장, 애플의 차별 포인트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 실종’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초기 스마트폰 시장엔 ‘거인 애플’과 ‘나머지 기업’들의 대결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4할 타자’ 백인천이 맹타를 휘두르는 동안 고만고만한 타자들이 3할대 초반대에 몰려 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젠 한국 프로야구에도 ‘타격왕’을 독식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투수와 타자들의 수준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 됐단 의미다.

초기에 '카피캣'이란 오명을 썼던 삼성도 이젠 애플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초기에 애플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던 특허 소송이 갈수록 두 기업간의 진흙탕 공방으로 바뀌는 것 역시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다.

절대 강자가 군림하기 힘든 상황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봐도 알 수 있다. 한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했던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들어선 10%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 시장 덕분에 이런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구형폰도 여전히 쓸만하다”는 또 다른 딜레마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2, 3년 전에 나온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크게 뒤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칸타 월드패널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아이폰 이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2년 이상된 구형 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아이폰6S를 내놓으면서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바꿔라”고 유혹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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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혁신의 한계’가 곧바로 ‘마케팅의 한계’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건 별개 문제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해말 화면을 키운 덕분에 사상 최대 아이폰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새 모델은 더 이상 ‘반드시 가져야만 할 아이템’은 더 이상 아닌 상황이 됐다고 씨넷이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