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이 기본료 폐지 논거 될 수 있나

우상호 의원과 이통 업계 다시 논쟁 불붙어

방송/통신입력 :2015/09/03 18:36    수정: 2015/09/04 08:04

미국 통신사와 SK텔레콤의 사내유보금 규모를 놓고 일부 의원이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 조짐이어서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이어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3일 “SK텔레콤의 이익잉여금이 미국 버라이즌보다 3조원이 더 많다”며 "기본료 폐지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의 이익잉여금은 약 13조원이다. 이는 가입자가 4배나 많은 미국의 1위 사업자 버라이즌의 2조4천억원에 비해 6배 이상 많아 과도하다는 게 우 의원 주장이다.

SK텔레콤은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은 당기순이익 뿐만 아니라 배당금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며 “이익잉여금이 크다는 이유로 이윤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SKT는 버라이즌의 이익잉여금이 2조4천억원에 불과한 것은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익)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4개년 SK텔레콤의 배당성향은 44%지만 버라이즌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2.5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것.

사실은 많은 이득을 챙기지만 그 대부분을 주주에게 주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이 적다는 설명인 것이다.

사내보유금 문제는 기본료 폐지 논쟁의 불씨를 제공한다.

우 의원은 이통사가 기본료를 폐지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SK텔레콤은 사내유보금이 수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SK텔레콤은 특히 “버라이즌 영업이익은 우리 회사보다 13배에 달하고 ARPU는 1.8배,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5배 높은 반면, 투자 비용은 현저히 낮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 외에 다른 업체들도 기본료 폐지 근거를 해외 이통사와 수익 대비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는 각종 국제 비교조사에서 국내 이동통신요금 수준이 이용량 대비 저렴한 수준인 점도 내세우고 있다.

업계는 또 해외에서도 기본료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신규 통합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기본료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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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기본료 1만1천원을 폐지하면 이통3사의 연간 7조5천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면서 “지난해 영업익 2조1천억원의 약 3배에 달해 5조원 적자로 전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년 7조~8조 규모의 통신사 설비투자는 불가능하게 돼서 국내 ICT 산업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